도시재생 900억 혈세 쏟았는데…"마을버스도 못 다녀요"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

전효성 기자

입력 2021-01-07 17:29   수정 2021-01-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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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정부와 서울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도시재생 현장을 직접 찾아 그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에서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 서울 종로구입니다.<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인 종로구입니다.

    수많은 대기업 본사를 비롯해 초고층 빌딩이 빼곡합니다.

    평일 출퇴근 시간은 직장인으로, 주말에는 관광객으로, 종로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입니다.

    청와대와 경복궁 등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현대화된 종로이지만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역도 있습니다.

    지은지 수십 년은 돼보이는 노후 주택,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담벼락.

    종로구에서 가장 낙후된 주거지로 꼽히는 창신동과 숭인동 일대입니다.

    [브릿지] "기존의 주거공간을 유지하면서 쇠락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도시재생사업.
    최근 수년간 정부와 서울시는 뉴타운·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에 주력해왔는데요.
    과연 도시재생이 추진된 지역은 활력을 되찾았을까요?
    오늘 종로구 창신동, 숭인동 일대를 둘러보며 도시재생의 현실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젊은이도 올라가기 어려운 높은 언덕길.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버거운 듯 굉음을 내뿜습니다.

    고개 끝에 다다르자 눈에 들어온 건 다름아닌 놀이터(산마루 놀이터).

    언제쯤 쓰였는지 모를 장난감만 바닥에 나뒹굽니다.

    26억 9천만원, 6~70대 고령층이 주로 사는 동네에, 그것도 산꼭대기에 놀이터를 짓는데 쓰인 돈입니다.

    정부는 이 놀이터가 `주민 화합의 공간`이라며 대통령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ㅇㅇ / 창신동 주민(40년 거주) "애들이 없으니까, 이런 거 다 애들 노는데잖아요. 아침에 나가면 밤에 들어오고 일 다니는데 (이용하지 않죠)…"

    놀이터 옆으로는 공작소도 눈에 띕니다(창신소통공작소).

    목공작, 봉제공작 같은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인데, 현장에 나간 세 시간여 동안 근처를 다녀간 주민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최근룡 / 창신동 주민(20년 거주) "나아진 거는 없고, 주위 환경은 조금 좋아졌죠 깨끗하고 그러니까. 주위 환경은 조금 좋아졌는데 (주거)생활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죠."

    [인터뷰] 정ㅇㅇ / 창신동 주민(40년 거주)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지. 말만 도시재생사업이니 뭐니 정치인들은 얘기를 해도 우리 주민들은 실감 나지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았습니다.

    숭인동과 창신동 일대 도시재생 사업에 쓰인 정부와 시 예산만 9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브릿지] "도시재생 사업이 수년간 추진됐지만 근본적인 생활 환경은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이곳은 차량 한 대가 오가기에도 가파른 경사에 좁은 도로인데요.
    이런 상황이다보니 기본적인 교통수단인 마을버스조차 다닐 수 없습니다."

    이른바 한국판 도시재생의 문제점은 뭘까요?

    우선, 정부 주도 도시재생이 대부분이어서 각 지자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지역주민 의견과 민간 전문가 진단보다 정부 목표에 맞춰가는 형국입니다.

    그렇다 보니 `매년 100곳 지정`이란 목표 아래 전시행정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나아가 도시재생 사업이 본래 도시의 색깔을 지우고 획일화되는 것도 지적사항입니다.

    일례로 세계 최초 도시재생 사례인 영국 런던의 `도크랜드`는 산업발달로 조선소가 폐쇄됐지만, 원형 그대로 보존하며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인터뷰] 이창무 /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선택과 집중 밖에는 없죠. 지금 흩뿌려 놓은 도시재생사업을 계속 끌고가는 건 굉장히 큰 부담이에요. 돈은 막 써버렸는데 성과는 없는 거죠."

    다음으로, 시민들의 인식전환도 절실합니다.

    도시재생은 주로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재개발과 엄연히 다르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계획 단계부터 지역주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상황을 인식해 도시재생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은 틀어막은 채 도시재생에 몰두했지만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사실 노후주거지역에 대해서는 환경미화수준의 개선사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분들도 그렇게 판단하시고, 오늘 또 주민분들 말씀 들어보니까 정말 그렇다는 판단이 듭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도시재생에 투입한 시간만 무려 7년.

    더이상의 혈세낭비 논란을 잠재우려면 획기적인 정책 대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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