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전자' 흔드는 공매도 뭐기에…내 주식 괜찮을까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1-01-22 17:30   수정 2021-01-22 17:40

    금융위 공매도 재개 두고 '오락가락'
    4월 선거 의식한 여당은 연장 가닥
    작년 급등한 중소형주 공매도 표적
    증시 활황 기대한 초보 개미들 피해


    = 요즘 주식 좀 한다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 크게 동요하는 일이 터졌습니다. 정부가 작년 3월부터 1년간 금지했던 `공매도`를 재개할지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연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 개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공매도 재개를 막아달라며 청원을 올리고, 여러 게시판을 통해 이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 즉 부당한 거래 환경을 만들고 있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론에 놀란 정부는 공매도 재개 여부를 2월 재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난리인데 정부는 왜 공매도를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리고 공매도가 다시 시작되면 주가는 정말 하락하는 걸까요?

    ● 눈뜨고 당하는 사기?…`공매도(空賣度)` 말이라도 바꿔야

    우리가 공매도라고 부르는 매매 방법은 표기부터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킵니다. 한자 `빌 공(空)`자를 붙여 `없는 주식을 판다`고 알려져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영어 원문인 `Short Selling`의 뜻을 조금 풀어보면 창고에 쌓아둔 물건의 재고를 싹 처분(Short)하고, 이때 가격이 떨어지는 것에 베팅(Selling)한 것에 더 가깝습니다. 즉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을 예상해 미리 빌려 파는 전략`이라고 하거나 그냥 `쇼트 셀링`이라 써야 맞을겁니다.

    그런데 왜 굳이 빌려서 팔까요? 비유를 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가령 여러분 중에 희귀한 동전(가령 비트코인 같은 희귀한 자산)을 모아 한 10개를 들고 있다고 해볼까요? 하나에 몇 억씩 오를 수도 있다지만, 어떤 사람은 그냥 동전이니 지금 파는게 이득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친구야, 한 5개쯤 잠깐 빌려줄래? 이자는 충분히 줄게` 이렇게 제안을 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조건을 걸고 빌려온 5개를 지금 시장 가격에 팔아버리고, 정말 시장 가격이 반으로 떨어지면 그때 5개를 사서 처음 빌려준 사람에게 돌려주면 거래는 완료됩니다.

    그러고 나면 빌려준 사람은 다시 10개가 됐고, 이자도 받았으니 딱히 잃은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빌린 사람, 이 황당한 투자자는 빌린 대가로 약간의 이자를 내고,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몇 억 원의 수익으로 보상받는 거죠. 이 과정을 듣게 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아니, 이거 완전 사기인데? 그런 제도를 우리도 써먹어야지!` 그런데 법이, 제도가 그렇지 못합니다.



    ● 사고 터지고 나서야 규제…99%가 흔드는 시장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지난 2019년 공매도 참여자의 99.2%는 외국인과 기관, 0.8%가 개인투자자였습니다. 정체 모를 투자자들이 내 주식 가격을 흔들고, 정작 일반 개인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에 엄청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신용융자에 한도가 붙고, 담보금을 일정 비율이상 유지하도록 조건이 또 붙습니다. 여기에 주식을 빌리는 시점에 수수료, 각종 거래 비용, 결정적으로 가격 상승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에 웬만한 큰손들도 엄두를 내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불법적인 거래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선 1996년부터 상장사 주식을 빌려서 파는 행위가 허용됐습니다. 이때만 해도 주식이 없어도 정말 매도하는 게 가능했죠. 그러다 2000년 우풍신용금고가 `무차입(naked) 공매도`로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키고서야 지금처럼 `차입(covered) 공매도`로 불리는 `주식을 빌린 경우`로 제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약 조건에도 2018년에 골드만삭스가 불법으로 이 제도를 악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금융시장 충격을 줄이려 공매도를 막았음에도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시장조성자(증권사) 일부에서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며 차라리 제도를 폐지하는 게 낫다고 맞서고 있는 겁니다.

    ● 가격 안정 돕는 `필요악` 또는 `거품 경보기`

    물론 공매도는 주식시장을 유지하는 `윤활유`역할을 하는 필요악에 가까운 제도입니다.

    가령 어떤 주식에 공매도, 선물 거래없이 그냥 거래한다면 좋은 뉴스를 듣고 사려는 사람 혹은 나쁜 뉴스에 팔려는 사람들만 몰릴 겁니다. 주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거나, 파산 직전까지 몰려 재산을 다 잃을 수도 있고 안정적인 투자도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공매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업에 위험이 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라고 보고 오르는 폭을 줄이거나, 반대로 낮은 가격에 꼭 사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막는 `경보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공매도에 노출된 대표적인 종목은 한국에서 셀트리온, 미국에선 테슬라일겁니다. 영화 `빅쇼트`에서 버블이 터질 것을 예상해 대박을 터뜨린 실제 인물 `마이클 버리`가 최근 8배 오른 테슬라에 `쇼트` 포지션을 구축해뒀다며 수시로 가격 하락을 경고하고 있죠. 국내엔 마이클 버리의 예상이 틀리길 바라는 투자자들이 더 많지만, 만약 그의 예측대로 가격이 떨어져도 갚아야 할 주식이 있기에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겁니다.



    ● 여론에 놀란 정부·여당…일단 선거 넘기고 재개 수순

    금융투자협회 집계로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를 하기 전 대차잔고를 보면 대기 물량은 47조 원으로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네이버 등 대형주에도 이러한 공매도 물량이 몰렸던 것으로 나옵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일부 급등했던 주식들의 가격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유안타증권은 `공매도 금지로 나타난 현상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가격 역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에 무려 700만 명으로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은 원치 않게 공매도에 노출되는 상황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공매도 재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단정적 보도는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최종결정을 기다려달라"며 모호한 입장을 밝힌 상태죠. 오히려 정부가 아닌 여당 일각에서 오는 6월부터 일부 종목에 한해 재개하는 방안을 꺼내는 등 이 사안이 재보궐 선거과 연계한 정치 이슈로 변질되는 양상입니다.

    어쨌든 지금 개인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폐지를 못할 거라면 적어도 기울어진 거래 형태 즉 `불공정한 거래 방식은 바꾸자`라는 겁니다. 시장조성자 또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불법적인 거래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정부가 이번에는 정말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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