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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한국 ‘국가 부도 논쟁’…어떻게 봐야 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02-08 08:58  


지난달 20일, 취임 첫날부터 15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할 만큼 도널드 트럼프 지우기에 주력하고 있는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금융시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움직임은 국채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급등하고 있는 점이다. 10년물의 경우 지난 5일에는 장중한때 1.185%대까지 올라 코로나 사태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코로나 사태 이후 제로 금리를 바탕으로 한 다른 금융시장도 변화가 일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약세로 예상됐던 달러 가치는 강세로 돌아섰다. 주가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금값은 2차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온스당 1,80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이 바닥나 재정 역할이 보다 중시되면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큰 행동전략(act big)과, 한국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 차원에서 적자 국채 발행안이 검토되고 있다.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것도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작년 9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평균물가목표제가 도입되지 않고 물가수준목표제를 그대로 유지됐다면 ‘테이퍼링’를 추진해야 한다는 논쟁이 거세질 수 있는 수준이다.

특정국에서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체계가 유지되고 잘 작동돼야 한다. 2004년 이후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가 발생하거나, 최근처럼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장금리가 오르는 ‘파월 수수께끼’가 나타나면 중앙은행은 당혹스럽고 시장 참여자는 혼란스러워진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 직후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세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다간 경기와 고용시장이 더 침체되는 ‘에클스 실수’,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자산 거품을 더 키워 또 다른 위기를 야기시키는 ‘그린스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공존하는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Fed가 어떤 행로를 따를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목표와 우선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ed는 2012년부터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양대 목표 간 충동할 때에는 후자에 더 우선순위를 둬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
현재 실업률은 고용 목표를 2배나 웃돌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정형적인 역관계가 코로나 사태 이후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나가는 영구 실업자가 급증해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더 거친 고용 창출 없는 경기회복’ 구조로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최근처럼 우선 순위를 두는 고용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여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자산 거품이 우려된다 하더라도 Fed가 금융완화 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 ‘통화정책의 불가역성’으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주장했던 ‘경제 정상화 역설’의 근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금융완화 기조가 지속될 경우 더 올라갈 확률이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제 금리 상승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세 조정이 필요한 대목으로 Fed는 작년 9월에 채택했던 ‘평균물가목표제’와 금융위기 이후 3단계 양적완화 조치였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조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물가목표제에서는 코로나 이후 물가가 목표선을 밑돈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웃도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용인해 당장 긴축으로 돌아서지 않는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재정정책 상의 ‘페이-고’와 마찬가지로 단기 국채를 매각한 재원으로 장기 국채를 매입하면 유동성은 늘어나지 않고 장기 국채 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
최근 들어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테이퍼링이 추진될 가능성은 적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소극적으로 대처한 한국은행이 부동산 대책 등을 의식한 일부 금통위원의 주장대로 기준금리를 올라다간 경기가 침체되는 2018년 11월 악몽이 될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급한 것은 물가수준목표제를 평균물가목표제를 바꿔 놓는 과제다.

● 美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급부상하는 ‘국가 부도 논쟁’ 어떻게 와야 하나?
국가가 어려울 때일수록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 정부 부처 수장과 같은 국력을 한 군데로 모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국력을 낭비하는 경우다. 한국은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난을 당할 때마다 국력을 소모하는 세 가지 고질적인 논쟁이 있다. 국가채무, 외환위기, 화폐개혁 논쟁이다.
3대 논쟁 중 코로나 사태를 맞아 재난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하는 문제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것이 ‘국가채무 논쟁’이다. 현 정부 들어 재정지출이 가뜩이나 많은 상황에서 국민 모두에게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면 국가가 부도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최근처럼 국채금리의 상승국면과 겹칠 경우에는 원리금상환부담 증가로 더 뜨거워진다.
특정 국가가 부도가 날 가능성은 국민소득대비 국가채무 비율로 판정한다. 선진국은 100%, 신흥국은 70%를 넘지 않으면 재정이 건전한 국가로 분류된다. 최근 들어서는 같은 선진국과 신흥국에 속했다 하더라도 국가별로 차별화가 심해 판정기준을 좀 더 세분화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국가채무는 소속기관과 부채의 성격에 따라 세 가지 개념으로 구분된다. 협의 개념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갖고 있는 현시적 채무다. 광의 개념은 협의 개념에다 공기업이 갖고 있는 현시적 채무가 더해진다. 최광의 개념은 광의 개념에다 준정부 기관까지 포함되고 모든 기관의 현시적 채무뿐만 아니라 묵시적 채무까지 포함된다.
세 가지 개념대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을 따져보면 협의 개념으로는 45%, 광의 개념은 73%, 최광의 개념으로는 145% 내외로 추정된다.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세 가지 개념별로 국가채무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지나치게 많고 국가채무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속해 있는 신흥국의 위험수준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협의 개념을 적용하면 ‘재정 건전국’, 광의 개념으로는 ‘위험 경고국’, 최광위 개념으로는 ‘국가부도 우려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의 대외 위상이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에 놓여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신흥국처럼 ‘국가채무 위험수준 70% 룰’을 적용받아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다.
국제적으로 재정 건전성 분류기준은 ‘협의 개념’으로 삼는다. 우리 내부적으로 국가채무논쟁이 불 때마다 ‘한국이 재정이 건전하다’는 국제 평가와 함께 수면 아래로 잠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세계 3대 평가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재정이 건전하다면 현대통화론자(MMT)의 주장처럼 “빚을 내 더 써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부채의 화폐화’를 주장하는 일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근거이기도 하다. 국가채무는 평상시에는 협의 개념이 적용되다가 최근처럼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 때에는 최광의 개념이 부각될 때가 많다. 21대 국회에서는 개념별로 국가채무 비율이 차이가 나는 점이 개선될 수 있도록 부채의 화폐화 논의에 앞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한 정비부터 해야 한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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