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TDF가 대세…판 더 커진다 [디폴트 옵션 도입 '초읽기'②]

신재근 기자

입력 2021-02-10 17:22   수정 2021-02-10 17:22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건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를 개선해보고자 지난 19대, 20대 국회 때도 디폴트 옵션 도입 법안이 발의됐는데 번번이 무산됐는데요.
    21대 국회 들어서도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퇴직연금을 뉴딜펀드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쥐꼬리만 하다 보니깐 정부 역점사업인 한국형 뉴딜펀드와 연계해 수익률을 높여보려는 건데요.
    이러한 아이디어는 운용업계가 지난해 뉴딜펀드 간담회에서 제시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습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현재 수십조원에 달하는데요.
    이를 활용해 뉴딜펀드 재원을 확보하고 퇴직연금 수익률도 높여보자는 건데요.
    하지만 퇴직연금 적립금을 당장 뉴딜펀드에 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디폴트 옵션 도입에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뉴딜펀드에 투자하기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정치권과 운용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다 보니깐 디폴트 옵션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앵커>
    디폴트 옵션 도입과 관련한 법안이 두 건 발의된 상태잖아요.
    둘 다 여당에서 발의됐는데 두 법안은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큰 틀에선 내용이 비슷한데요.
    발의 취지는 모두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김병욱 의원 안은 수탁자의 책임 강화에 더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전지정운용의 목적과 방법, 운용성과와 현황 등을 가입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디폴트 옵션이 잘못 사용돼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대신 안호영 의원은 투자방법과 관련해 좀 더 구체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 보면요.
    투자위험이 상이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고 금융시장 상황 및 각 집합투자재산의 가치변동 등을 고려하여 주기적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하도록 했고요.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공공투자계획 관련 사업에 투자 등을 운용계획에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두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는데 절충 과정을 거쳐서 입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디폴트 옵션이란 것이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회사가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게 알아서 자산을 굴려주는 거잖아요.
    이게 연금상품에 도입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은 없나요?

    <기자>
    여느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식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은 지난 2018년 5.5%의 손실을 내기도 했는데요.
    이렇다 보니 주식이나 채권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우리보다 먼저 디폴트 옵션을 도입한 해외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과 호주가 있는데요.
    먼저 미국은 2006년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습니다.
    미국은 디폴트 옵션 투자손실에 대해 사용자에게 면책조항을 부여했는데요.
    그렇다 보니깐 사용자는 이전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했습니다.
    물론 사용자의 무리한 투자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는데요.
    미국 노동부는 디폴트옵션으로 설정할 수 있는 상품의 구체적인 운용 지침을 마련해 두고 있는데, 이를 적격디폴트투자대안이라고 부릅니다.
    특정 위험 수준을 목표로 하는 혼합형펀드와 근로자 개인별 특성을 반영하는 일임계좌,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배분을 조절하는 TDF 등이 있습니다.
    80%가 넘는 대다수 미국 가입자들은 TDF를 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도입 이후 수익률도 좋은데요.
    미국은 2013년과 2017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호주는 어떤가요?

    <기자>
    호주도 1992년 디폴트옵션을 처음 시행했는데요.
    근로자는 기금선택제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가입할 수 있는 기금의 종류도 TDF 등 5가지가 넘습니다.
    호주도 TDF 활용도가 가장 높습니다.
    만약 가입자가 특정 기금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지정한 기금을 자동으로 선택해 운용합니다.
    호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부로부터 사전에 인정받는 상품에 한해 투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 펀드별 운용 성과를 공시하도록 해 가입자의 선택권도 강화했습니다.

    <앵커>
    해외 사례에서 TDF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이게 뭔가요?

    <기자>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로 운용사가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해 운용하는 상품인데요.
    이 펀드의 장점은 말이죠.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은퇴시점에 따라 자산배분이 자동으로 조절된다는 점입니다.
    은퇴 시기가 많이 남았으면 주식 비중을 늘리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런 장점으로 TDF는 사용자의 무리한 투자나 도덕적 해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힙니다.
    운용 보수 또한 1%가 채 안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져 수수료 부담도 덜합니다.

    <앵커>
    일찍이 선진국들은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는데 국내에도 TDF 상품이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내에서도 TDF에 가입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1년 동안 TDF 설정액은 1조원 넘게 증가했습니다.
    요즘 주식형 공모펀드가 계속된 환매로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데 TDF는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앵커>
    운용사 입장에서도 TDF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겠는데요.
    어떤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운용업계에서도 TDF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각 운용사들은 1% 미만의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앞서간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인데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DF 수탁고가 거의 2조원에 이릅니다.
    2019년 말보다 7천억원 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TDF 수탁고가 많은 곳은 삼성자산운용(1.2조원)과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6천억원)입니다.

    <앵커>
    앞서 설명한대로 TDF가 주식에도 투자되는데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운용업계에선 TDF가 향후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보는데요.
    갈수록 TDF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시 전문가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손수진 / 미래에셋자산운용 WM본부장 : 디폴트 옵션 대상 상품으로 TDF가 들어가면 연금투자 상품 중에서 TDF가 근로자들의 노후자산 형성에 핵심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동하게 된다면 공모펀드 시장의 외형성장까지 이끌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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