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신 참여한 '군산형 일자리', 3년 전 눈물 닦을까 [배성재의 Fact-tory]

입력 2021-02-11 09:00   수정 2021-02-11 10:00

군산 '상생형 일자리 사업' 지정 임박
3,500억 원 투자, 1,704명 고용 목표
입주 기업들 "고용 늘릴 수 있어 좋아"
새로운 형태 고용·노사관계 등 주목
《Fact-tory는 산업(Factory) 속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들을 다룹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텍스트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취재
2018년 2월 13일 아침, 벌써 꼬박 3년 전입니다. GM 본사가 한국GM 군산공장의 문을 완전히 닫기로 결정했다는 뉴스에 출근을 하다 곧장 군산으로 향했습니다. 유난히도 추운 날씨와 풀 죽은 듯한 직원들, 공장 주변의 적막함은 아직도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A 씨에게도 13일 아침은 잊지 못할 아침입니다. A 씨는 군산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근무했습니다. 군산공장 폐쇄 소식이 나오자마자 회사는 직원들에게 출근을 하지 말 것을 통보했습니다. 그해 5월을 끝으로 공장이 아예 문을 닫자 현실은 더 혹독해졌습니다. A 씨는 6월부터 아예 해고됐습니다.

최근 A 씨와 다시 연락을 해봤습니다. 전북 군산 상생형 일자리 사업, 이른바 `군산형 일자리`가 속도를 내면서, A 씨의 근황도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그간 계약직을 전전하던 A 씨는 올해 군산 내 자동차 생산 업체 한 곳에 취업했다고 합니다. 이번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업체 중 하나였습니다. 서남지역 최대 공업 도시인 군산이 드디어 혹독했던 구조조정을 마친 걸까요. 이번에 추진되는 군산형 일자리의 규모와 현실성을 더 알아보겠습니다.

● 3,500억 원 들어가는 군산형 일자리, 최종 성사 `눈앞`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전기차 클러스터 조성`을 골자로 합니다. 명신,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MPS코리아, 코스텍까지 모두 5개 전기차 회사가 참여하고, 1,704명을 고용하는 게 목표입니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최종 지정 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투자금은 스마트모빌리티 협업센터 구축, 공용 스케이트보드 개발·활용 등 3,5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투자금은 기업 자체 투자, 지자체 투자 지원, 지방투자보조금, 정부 R&D 지원금 등으로 채워집니다.

그간 잠잠했던 이 사업은 거의 성사 직전까지 왔습니다. 지난 9일 사업 심의·의결 직전 단계인 현장실사까지 마쳤습니다. 군산시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달 안에 정부의 상생형 일자리로 지정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2019년 10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던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의 성과입니다.
2018년 5월 31일로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지금은 ㈜명신이 인수해 운영 중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 `테슬라 납품 업체` 명신, `폭풍 성장` 에디슨모터스 등 입주
군산형 일자리의 핵심기업은 명신입니다.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테슬라 납품 업체로 알려지며 역대 최고 공모 청약 경쟁률(1476.64 대 1)을 기록했던 명신산업과 같은 그룹사입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군산공장에서도 테슬라에 납품할 차체 부품이 생산 중이라고 합니다.

명신의 군산공장에서는 전기차 위탁 생산이 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현재는 일부 설비와 차체 부품 등만 생산되고 있습니다. 4월부터 본격적인 위탁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주요 고객사로는 대창모터스와 미국의 전기차 업체 2곳 정도가 꼽힙니다. 핵심 고객사로 떠올랐던 중국의 바이톤과는 새로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명신의 군산공장에서 처음으로 생산할 전기차는 대창모터스의 0.6톤형 밴 `다니고`가 예정됐습니다. 다니고는 올해 약 5천 대 생산이 계약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호석 명신 부사장은 "향후 케파를 꾸준히 늘려 2023년까지 연간 4~5만 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명신의 군산공장 외에도 새만금 산단 제1공구가 군산형 일자리 무대가 될 예정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미 신규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대창모터스, MPS코리아, 코스텍은 이번 현장 실사에서 공장 신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새만금에서 생산될 차량은 에디슨모터스의 트럭과 중형 버스, 대창모터스의 소형 전기차와 중형 트럭, MPS코리아의 골프 카트 등입니다. 모든 차명이 생소할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신차들입니다. 완성차 중형 3사의 사세가 점점 기울며 현대차·기아의 독점이 심해지는 지금, 전기차 시장에서 대체재가 될만한 전기차들입니다.

특히 에디슨모터스의 전기 트럭 SMART T1, 대창모터스의 전기 밴 등이 주목할만합니다. 전기 트럭, 밴 모두 국산품이 현대·기아차의 포터 일렉트릭, 봉고3 EV밖에 없는 시장입니다. 전기 버스를 주로 출품했던 에디슨 모터스는 스마트 T1과 함께 트럭 시장으로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비록 중국산 부품이 대부분이지만, 현장 실사에서 회사 관계자는 "점차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할 것"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고용 효과가 가장 기대돼요"…`공업 도시` 군산 돌아올까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정책의 기대 효과를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고용 효과"라고 답했습니다.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들도 있지만, 지자체를 비롯한 정부가 취득세·재산세를 감면해 인력 채용을 도와준 점이 핵심이라는 겁니다. 벌써부터 가시적인 효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4월부터는 본격적인 생산과 함께 신규 인력 500여 명이 채용될 예정입니다. 이전 직장에서 섀시 조립을 맡았던 A 씨도 유사한 업무를 찾았다고 합니다. 생활 지역 내에서 자동차 관련 직업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이번 정책의 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노사 관계도 새로운 장이 열릴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가 참여하면서 불필요한 노사 갈등에 따른 분규를 줄인 점도 고용 효과를 높이는 데 일조했기 때문입니다. 상생협약안에 따르면 노사 갈등이 발생할 때 5년간 상생협의회의 조정안을 수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매년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맺다 연례 행사같이 파업을 벌였던 자동차 업계의 모습을 군산에서 볼 가능성은 적어졌습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공장의 동반 폐쇄로 침체됐던 군산. 과연 이번 전기차 클러스터 계획과 함께 다시 공업 도시로서의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정부의 군산 상생형 일자리 사업 최종 지정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22일께 결정됩니다.

군산 신규공장에서 생산할 에디슨모터스의 SMART T1, SMART T0930,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VAN, 다니고3, MPS코리아의 그린보이, 칸타타 등 소개 배너. 사진출처: 전라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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