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선생 "문재인정부, 한반도 평화 운동의 맥락 위에"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통일운동에 일생을 바친 고(故) 백기완 선생이 영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남긴 메시지다. 유족은 백 선생이 문 대통령에 전하고 싶은 통일에 대한 당부라며 영상을 보여줬다. 휴대폰 속 영상을 본 문 대통령은 각별히 챙겼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백 선생의 빈소를 찾이 직접 조문했다. 묵념 후 국화를 헌화한 뒤 "술 한 잔 올리고 싶은데요"라며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이어 유족들을 마주하며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꽤 나누었고,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라고 되새겼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추모했다.
장녀 백원담 씨가 "세월호 분들 아버님이 가장 가슴아파하셨는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구조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고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전하자 문 대통령은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백 선생의 영상을 함께 본 뒤 백원담 씨는 하얀색 손수건과 책 1권을 꺼내들었다.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평화 통일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시면서 통일열차가 만들어지면 꼭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황해도가 고향이시니까, 꼭 가고 싶다고 이걸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고요. 이건 마지막에 쓰신 책이라서,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에…"라며 문 대통령에 건넸다.
고(故) 백기완 선생은 1932년 황해도 태생으로 일생을 통일, 민주화, 인권 운동에 바쳤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사하고 다수의 소설과 수필집을 낸 문필가이기도 하다. 2021년 2월 15일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은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말씀을 못하시고 대화를 하실 때 글로 쓰셨다"며 "마지막 글이 ‘노나메기 세상이었지만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올바로 모두가 잘사는 세상’ 그래서 특별히 관심 가지신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그리고 ‘김진숙 힘내라’였다"고 전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힘없고 길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너무 가슴아파하셨다"는 말을 듣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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