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에 '동료 선호도' 단순 통보해
‘직장내 괴롭힘’ 여부 근로감독 청원
전문가 "해외 IT기업들 무분별 수용"
<앵커>
이번 키워드는 `함께 일하기 싫다`네요.
저한테 할 얘기를 키워드로 적은 겁니까?
<기자>
동료한테 `함께 일하기 싫다`는 얘기 들으면 기분 좋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카카오가 이런 인사평가에 이런 항목을 넣었었는데 결국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저희도 이 내용 지난주에 다뤄드린 적이 있죠.
<기자>
네. 카카오의 인사평가에는 동료가 실시하는 다면평가가 있습니다.
상사가 일방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끼리도 평가를 하도록 한 시스템이죠.
카카오는 여기에 "이 사람과 일하고 싶냐"는 질문을 넣었고,
이렇게 나온 결과를 "나랑 일하기 싫은 사람 몇 %" 이런 식으로 직접 통보했습니다.
이런 인사평가에 괴로워하던 한 카카오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왕따는 안된다`는 유서 형식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앵커>
카카오는 인사평가 관련한 사내 간담회를 따로 열었죠, 결론은 어떻게 났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가 모두 참석했으니 상황이 꽤 심각했습니다.
"평가 항목 자체가 심리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직원들의 지적에 대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긍정적 인식을 주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사측은 답했습니다.
제도를 아예 폐지하지는 않고 표현 방식을 바꾸겠다는 거죠.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구체적인 대안 없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앵커>
글로벌 기업들이 이런 다면평가를 잘 활용하고 있는데
카카오에서는 어떤 부분이 문제를 일으켰던 겁니까?
<기자>
네. 전문가들은 이 평가 문항만을 놓고 보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한 인사 담당자는 "함께 일하기 싫다"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에서 채택해서 쓰는 표현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문항은 거꾸로 정말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직원을 가릴 수 있는 도구가 되겠죠.
<앵커>
이 문항으로 근로 감독 청원까지 올라갔다고 하는 데 문제가 어디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죠?
<기자>
카카오는 질문이 직설적이고 그 결과를 직원들에게 단순하게 통보한 것이 상당히 잘못됐다는 평가입니다.
인사혁신처의 매뉴얼에 따르면 1대 1 면담이나 집단 워크숍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적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따라서는 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참고용으로만 쓰기도 합니다.
일례로 같은 업계의 네이버 역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인가요`라는 항목이 있고,
NHN은 `동료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했나요` 등의 질문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다만 해당 질문을 포함한 항목,
그러니까 이 질문들이라면 `협업` 이런 항목에 대한 결과를 제공한다고 하니 조금 차이는 있죠.
<앵커>
테스트로 결과를 통보하지 말고 따뜻하게 말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단 거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는 기업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자>
네. 특히 국내 IT기업들이 미국 구글, 아마존과 같은 해외 사례를 무분별하게 따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죠.
구글은 동료 평가를 승진이나 해고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런 걸 그대로 들여오는 게 한국적 조직문화와 충돌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었습니다.
카카오는 개선책에 대한 여지를 남겼지만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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