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
● 진행 : 이종우 앵커 (前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한국경제TV <주식경제> 월~금 (10:50~11:40)
Q. 최근 국내 시장 진단과 코스피 전망은?
= 최근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체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다만 그동안 상승폭이 워낙 가팔랐다는 점에서 신흥국 주식 시장 간에 수익률 키 맞추기 장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수급 주체라고 볼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 같은 경우는 패시브 성격의 자금 유입이 신흥국으로 계속 유입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 시장에서는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두 변수들을 종합을 해보면 외국인 투자들이 중장기 달러 약세 전망에 따른 신흥국 시장의 비중을 여전히 유지하는 측면을 갖고 가는 와중에, 한국이라든지 대만 같은 IT비중이 높고 그동안 수익률이 좋았던 국가에서 자금을 출회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계속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주식시장이 단기 박스권에 갇히게 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연기금 순매도 릴레이...기조 바뀔까?
= 연기금의 매도세가 국내 주식시장 상승세 둔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연기금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자산 배분 비중 목표를 달성해야 된다는 점과 이런 것들이 예전에 이미 확정됐다는 점, 그리고 올해 연초부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갖고 있었던 비중이 예상치 못하게 늘었다는 점 때문에 1분기에 기관투자자의 매도세가 있었던 건 사실인데요. 점차 매도 속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수의 상상속도가 둔화되었다는 거고요. 두 번째로는 매도세가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비중이 상당 부분 감소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Q. 외국인 수급 흐름에 대해?
=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인데요. 특히 선물시장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때는 외국인 투자자들 매수 포지션이 7만 계약까지 늘었던 바가 있지만 현재 중립 수준까지 줄어든 것은 사실이거든요. 결국 현재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배팅이 강하게 들어왔다가 현재는 중립 수준까지 완화됐다 이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종합해 보자면 수급 환경이 그렇게 녹록한 상황은 아니라고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Q. 개인투자자 유입에 의한 유동성 장세 다시 올 수 있을까?
= 굉장히 어려운 얘기입니다. 개인 투자자분들의 예탁금 같은 경우에 저희가 과거를 확인해보면 주식시장을 후행하는 시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지금 주가 상승세가 둔화되다 보니까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도라든지 예탁금이 들어오는 숫자가 주춤해 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주가의 상승세가 먼저고 그 이후에 예탁금이 따라오는 특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가 상승세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지금 가격대에 다시 한 번 매수세가 들어올 정도로 매력적인 구간이 있을 것이냐 이런 것들을 볼 수 있겠는데요.
= 가격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국내 주식시장의 이익 증가 예상치가 워낙 빠른 상황입니다.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가 연초 이후에 무려 8% 가량 상승을 해서 현재 우리나라 12개월 선행 EPS가 230포인트 가량인데요, 그래서 멀티플 부담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지수가 떨어지지 않더라도 멀티플 부담이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스피 PER이 14배가 넘어갔죠. 이익 대비해서 시가총액이 14배 정도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13배 중반까지 하락했습니다. 지금의 이익추정치 궤적을 따라가면 지수 수준은 그대로 머물러 있어도 멀티플이 떨어지는, 즉 가격이 싸지는 모습들을 상반기 내로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급 환경을 녹록지 않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전반적인 지수 방향성은 지금보다 위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나 관심도 주식 시장에 여전히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Q. 폭스바겐, 각형 2차전지 사용 선언...각자도생 꾀하나?
= 어제 시장에서 중요한 이벤트였습니다.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센티멘트(투자심리)나 단기 방향성에서 해당 이슈가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중장기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성장성 자체에 대해서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이슈적 측면에서는 살짝 둔화가 될 수밖에 없겠죠. 아무래도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를 내재화 하려는 움직임 자체는 앞으로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된다면 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전기차의 전반적인 보급 속도도 굉장히 빨라질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국내에 상장된 굴지의 배터리 업체들은 그동안 전 세계를 석권해왔습니다. 각형 배터리 셀 이런 이슈들이 센티멘트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습니다만 결국 기술력이라든지 물자를 갖고 있는 업체들은 한국의 배터리 셀 업체들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고요. 특히 우리나라에 상장된 기업 중 각형 배터리 셀에서 어느 정도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종목들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주가가 하락한다면 오히려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당분간에는 조금 힘든 상황이 될 수는 있지만 중장기 방향성을 믿는 투자자분들이라면 매수 기회로 괜찮은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1분기 실적 전망은?
= 다행인 점은 실적 추세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굉장히 빠른 증가세를 보였지만 1분기 이익 추정치의 속도 자체는 연초에 비해서 둔화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최근 텍사스 지역의 한파로 공장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모습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익이 갖고 있는 비중을 고려함에도 현재 전반적인 1분기 영업이익과 코스피 기업들의 단기순이익 추정치가 여전히 상향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경기 민감주 특히 화학이라든지, 철강과 같은 민감한 업종들의 이익 추정치가 여전히 상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1분기 실적 시즌이 이제 곧 열릴 텐데요. 이런 종목들 그리고 업종들 위주로 투자를 하실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Q. 눈에 띄는 1분기 실적 개선 업종은?
= 최근 소비재(유통, 화장품) 관련된 업종과 종목들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재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추세인데, 과거 주가가 먼저 상승하고 이익 추정치가 후행한 경우를 보면 실적 시즌에 퍼포먼스가 좋았거든요. 우리나라 소비주 업종들 중에서도 주가가 못 올라온 종목들이 있다면 그런 종목들 위주로 투자를 해보시면 1분기 실적 시즌을 편안하게 지나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이벤트는?
= 지금 투자자분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벤트는 밤 사이에 있을 FOMC일 겁니다. 사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강력한 정책이 나오지는 못할 수 있는데요. FOMC 이후에도 연준 위원들의 코멘트라든지 아니면 아니면 밤 사이에 있을 기자회견에서 나타날 파월 의장의 목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는 역시 통화 정책을 들 수 있겠는데요. 워낙 시중 금리 상승분이 가파르다 보니까 투자자분들이 조금 두려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점도표라고 해서 내후년 연준의 금리나 경기 전망에 대해서 FOMC 위원들이 점을 찍게 되는데요. 이전에 나왔던 점도표 상에선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투자자분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런 간극을 메워줄 만한 코멘트나 정책이 있을지 여부가 당분간 주식시장에 중요한 이벤트들가 아닐까 싶습니다.
Q. 코스피가 박스권을 넘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 저는 실적이 아닐까 합니다. 유동성 공급은 올해 고점을 통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 전통적 시장의 흐름을 봤을 때 유동성 장세 이후에 실적장세로 순조롭게 넘어갈 때에만 주가 상승세가 좋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장은 반도체 업종과 종목의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워낙 큽니다. 결국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 리레이팅이 한차례 더 나타날 수 있을지 여부가 코스피가 지수 상단을 돌파하실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반도체 펀더멘털와 관련해서 중요한 D램 가격 흐름은 굉장히 양호한 상황이죠. 다만 미국에서 기술주의 조정이 나타났기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과 대만에서 IT 종목들을 매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미국 시장이 안정화되고 펀더멘탈 쪽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려나가면 반도체 종목들도 리레이팅이 가능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고, 지수도 레벨업이 가능하다 판단하고 있습니다.
Q. 美 파생 상품 시장 흐름은?
= 지수 하락에 배팅하는 파생 상품 투자자들이 지난달에 비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미국 시장 같은 경우 지수 상품보다는 개별 종목에 파생시장이 더 큰 상황인데요.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개별 종목에 대한 파생상품으로 대응을 하고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지수로 대응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개인 투자들이 많이 하는 개별 주식 베팅은 계속 상승 쪽이었고, 전월에 S&P500이 하락할 것으로 배팅했던 헤지펀드 투자자들도 상승 쪽으로 조금씩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지수 조정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미국 시장에서 조정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제는 지수가 위쪽으로 갈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게 지금 미국 파생 상품 투자자들의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Q. 투자자들이 관심 가질 파생 상품과 투자 전략은?
= 우리나라 선물 옵션 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지는 않습니다. 헤지 목적의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데요. 파생 상품을 투기적으로 매매하시기보다는 이 주식을 가져가는 입장에서 지수가 하락하거나 아니면 지수가 급하게 상승하는 것에 대한 헤지 포지션 정도로 관심을 가져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물이나 옵션에 직접 투자하시기 어려운 분들이라면 파생형 ETF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ETF들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시장에 많이 상장되어 있는데요. 예컨대 지수 상승이라든지 하락에 대해서 확신하기 어려운 투자자인데,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좋을 것으로 생각을 하신다면 코스피를 롱하고 코스닥을 숏하는 ETF들도 우리나라 시장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 같은 경우에는 기대수익률 자체가 높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변동성 장세가 펼쳐지거나 아니면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버린 상황에서는 전통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했던 롱숏 포지션으로 편하게 투자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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