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0주기를 맞아 공개된 정 명예회장의 청운동 옛 자택은 근검절약했던 그의 삶을 보여주듯 소박한 모습이었다.
1962년 7월에 지어진 청운동 주택은 건물 면적이 지상 1층 169.95m², 2층 147.54m²규모로, 지금은 관리인이 지키는 빈집이다.
정 명예회장이 줄곧 살면서 현대그룹을 일궈낸 상징적인 장소로, 매일 새벽 주변에 사는 가족들을 이 곳으로 불러 함께 아침을 먹고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개된 청운동 자택의 1층은 회색빛 돌로 이뤄진 석조 건물, 2층은 평범한 흰색 콘크리트 건물의 모습이었다.
자택 1층 내부에는 정 명예회장이 생전 기거하던 방에 제사상이 마련돼 있었다.
방 역시 특별한 장식장 하나 없이 조촐하면서도 평범했다. 오래된 피아노와 빛바랜 책, 짙은 색 나무 벽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줄 뿐이었다.
제사상 뒤로 설치된 병풍 옆으로는 정 명예회장의 어머니인 한성실 여사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 흰색 한복에 장신구 하나 없이 소박한 모습이었다.
제사상 왼쪽 벽면에는 책이 빼곡히 꽂힌 책장 옆으로 정 명예회장과 부인 변중석 여사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정장 차림의 정 명예회장과 분홍빛 한복 차림의 변 여사는 활짝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은 1936년 1월 결혼해 2001년 3월 21일 정 명예회장이 별세할 때까지 65년간 해로했으며, 변 여사는 그로부터 약 6년 뒤인 2007년 8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정 명예회장은 자서전에서 변 여사에 대해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범현대가는 2019년까지 정 명예회장과 변 여사의 제사를 따로 지내다 지난해부터 함께 제사를 지내고 있다.
노란 잔디가 넓게 깔린 마당 왼쪽으로는 볕이 잘 들고 신선이 살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의 `양산동천`(陽山洞天), 남거 장호진이 유거하는 집이라는 뜻의 `남거유거(南渠幽居)`가 새겨진 채석이 보였다.
정 명예회장은 조선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알려진 이 채석을 그대로 보존해 자택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는 2015년 8월 고 변중석 여사의 9주기부터 제사 장소를 청운동 자택에서 한남동 정몽구 명예회장 자택으로 옮겼다가 2019년 8월 변 여사의 12주기부터 다시 청운동에서 지내고 있다.
청운동 자택은 2001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상속받은 뒤 2019년 3월 정의선 회장에게 소유권을 넘겨줬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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