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뒤집기] 게임스톱 사태의 본질..."그 때 잉태된 분노"

최진욱 부장 (부국장)

입력 2021-03-28 06:01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비디오 유통업체 `게임스톱(종목코드:GME)`의 주가가 이번주 급등락을 거듭하며 식었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커졌다.
실망스러운 실적발표와 함께 34%나 폭락했던 주가는 다음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매수로 하루 만에 50%나 폭등하며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줬다.

■ 공매도 집중되자 개미들 `사자` 반란
게임스톱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 비디오 게임 타이틀을 유통하는 기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실적은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 2020년 11월에는 플스5와 X박스 시리즈 5가 출시되고, 경영진에 온라인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난국을 돌파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월가의 헤지펀드들에게 게임스톱은 손쉬운(?) 공매도 먹잇감에 불과했다. 메신저 `레딧`으로 연결된 로빈후드를 사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총발행주식의 140%나 되는 공매도 물량이 쌓인 사실에 분노했다.
필명 `u/DeepFuckingValue`로 알려진 한 개인투자자가 레딧에 `r/WallStreetBets`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이같은 사실을 전달하며 주식매수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자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차트:게임스톱 주봉/인베스팅닷컴)
단 열흘 간의 주식매수로 게임스톱의 주가는 종가기준으로 347.51달러까지 치솟았고 급기야 1월28일에는 500달러까지 돌파하며 상승률이 1,643.91%에 달했다.

■ 헤지펀드의 항복과 로빈후드의 배신
멜빈 캐피탈을 비롯해 게임스톱을 공매도했던 헤지펀드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들은 유동성 압박을 받았다. 개인투자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무료수수료 증권투자 어플리케이션 `로빈후드`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게임스톱 주식을 1인당 1주 밖에 매수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분노와 함께 로빈후드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고, 의회청문회가 열려서 이번 사태로 불거진 자본시장의 문제점들도 적나라하게 파헤쳐졌다.
로빈후드의 대응으로 주가급등세는 잠시 주춤했지만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는 사과와 함께 백기투항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2월에는 게임스톱 주가가 폭락을 거듭했고, 이번주 실적발표와 함께 추가로 낙폭을 키웠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매수로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로빈후드는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심사보고서를 제출해 또 한 번 빈축을 사기도 했다.

■ 공매도 논란이 아니다...게임스톱 사태의 본질
게임스톱 주가 급등락의 본질을 단순히 `공매도 찬반`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국내에서도 공매도 금지 연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자본시장 제도를 둘러싼 미시적인 사안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 게임스톱 주식매수에 동참한 한 젊은이(?)의 글을 보자

<사진 : 레딧 캡처>
글로벌 금융사태로 아버지의 사업이 도산하고 집까지 빼앗겼던 상처를 소개하며 `그들을 혼내주기 위해 모두 불태우겠다`는 섬뜩한 말로 끝을 맺는다. 그의 메세지에는 응원하는 댓글이 끝도 없이 붙어있다.
사실 이들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사태를 유발한 월가의 탐욕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거품을 만들어 경제를 망친 월가 사람들이 정작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회복된 경제의 과실을 독점하는 현상에 분노한 것이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대를 내려다 보면서 파티를 벌였던 탐욕의 상징과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정치권에 대한 저항인 셈이다.
1980년대~2020년도 초반 출생한 MZ세대는 2007~2008년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과 청소년들이었지만 영문도 모른채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를 전전했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베이비 부머가 은퇴한 미국에서 주류로 부상하면서 각 분야에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 영화 `99채의 집..."100명 중 한 명만 방주에 올라타는 거야"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심을 일으켰던 작품이 2개 있다. 하나는 그 유명한 `빅숏(Big Short)`, 다른 하나는 `마진 콜(Margin Call)`이다. 두 영화는 월가의 주류와 정반대로 대규모 베팅을 해 떼 돈을 번 소수의 투자자와 서브프라임 사태를 둘러싸고 위기를 회피하려는 월가 금융회사의 스토리를 다룬다.
반면 국내에는 `라스트 홈`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3번째 영화가 있는데 원제는 `99 Homes(99채의 집)"이다. 이 영화는 화려한 금융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과 직장에서 쫓겨나는 일반 서민들이 주인공이다. 부실로 싼 값에 나온 주택을 사고 팔아 돈을 버는 부동산업자와 그에게 돈을 대는 큰 손 투자자들, 집에서 쫓겨난 주인공이 이들과 손 잡고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이 주요 줄거리이다.

(사진 : 99 홈즈 홈페이지 캡처)
보면 볼수록 화면에 나오는 이야기가 영화가 아니라 현실과 같은 불편함을 떨칠 수 없다. 앞서 `모두 불지르겠다`고 메세지를 올린 젊은이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영화는 불편한 진실을 바꾸지 못한 채 씁쓸하게 막을 내리지만 법망을 교묘히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버는 부동산 업자는 일거리를 찾기 위해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주인공에 이런 충고를 한다.
"100명 중 한 명만 방주에 올라타는 거야. 나머지는 물 속으로 가라앉는거지"
왜 MZ세대 개인투자자들이 그토록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고 분노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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