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텀`은 클래식한데 다채롭다. 한 작품 안에 뮤지컬은 물론 오페라, 발레가 녹아들어 있다. 공연을 보고 나면 뮤지컬 팬텀이 `무대 예술의 극치`라 불리는 이유가 절로 납득이 된다.
공연은 시작부터 중세 유럽풍의 의상에 반짝이는 샹들리에로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파리 오페라 극장을 재현한 무대는 웅장하다. 마치 프랑스 파리로 랜선 여행을 떠난 느낌이다.
무대 천장에 높이 매달려있던 대형 샹들리에가 `쿵`하고 떨어지는가 하면, 샛노란 불꽃이 튀고, 총격전이 벌어진다. 이야기 전개에 따라 다양한 무대장치로 휙휙 바뀌는 배경을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3시간의 공연이 끝나 있다. 지루할 새가 없다.
뮤지컬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1910)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흉측한 얼굴로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오페라의 유령, 사람들 사이에서 `팬텀`이라는 괴담으로 불리는 에릭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뮤지컬 `팬텀`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차이점을 꼽자면, 오페라의 유령은 크리스틴 다에를 향한 팬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팬텀의 삶, 그의 인간적인 면을 조명한다. 흉측한 얼굴로 태어난 팬텀의 유년기와 그의 부모님의 사랑 이야기, 여기에 더해 팬텀과 아버지의 가슴 아픈 이야기까지...
뮤지컬 `팬텀`이 잘 만들어진 노래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거라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클라이맥스 부분을 집중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뮤지컬 `팬텀`은 2막부터 `오페라의 유령`과 확연하게 차별화된다.
그 중심에 발레가 있다. 뮤지컬 `팬텀의` 백미를 발레 부분으로 꼽는 이유기도 하다. 팬텀의 부모를 연기하는 프리마발레리나와 발레리노는 아름다운 몸동작만으로 비극적인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우아한 몸짓에 깃든 슬픔 감정은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슬프면서도 황홀하다.
자신의 흉측한 얼굴을 보고 `바다 괴물인 줄 알았다`던 팬텀, 평생을 숨어살아야 했던 팬텀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백한다. "그래도 괜찮은 삶이었다"고 말이다. 힘겨웠을 그의 삶을 두고 태어나길 잘했단 말은 관객들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랑과 가슴 아픈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오페라극장의 디바 `마담 카를로타`와 그의 남편 `무슈 숄레`는 익살맞은 애정행각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형편없는 실력에도 권력을 등에 업고 오페라 극장 디바를 꿰찬 마담 카를로타의 연기는 능청스럽다.
팬텀은 카를로타의 노래 연습에 괴로움을 호소하는데, 그 소리를 듣는 관객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노래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카를로타의 연기는 그만큼 찰지다. 뮤지컬 배우가 노래 못하는 역할이라니... 그래서 카를로타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 악역인데도 오히려 사랑스럽다.
메인 타이틀롤 `팬텀` 역에는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이, 팬텀의 음악의 천사 크리스틴 다에` 역으로는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김 수가 이름을 올렸다. 마담 `카를로타` 역은 주아, 신영숙이 캐스팅됐다. 발레리나 김주원, 황혜민, 최예원, 발레리노 김현웅, 정영재, 윤전일도 출연한다. 샤롯데씨어터에서 6월 27일까지. 4월 공연부터는 영어 자막 서비스도 제공한다.
뮤지컬 `팬텀` 공연을 관람할 계획이 있다면 ‘팬텀’ 역의 규현과 ‘크리스틴 다에’ 역의 김 수가 함께 부른 ‘내 고향(Home)’ 뮤직비디오를 들어보고 가길 권한다. 크리스틴이 꿈꾸던 파리 오페라극장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며 부르는 노래인데, 미리 듣고 간다면 공연장에서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크리스틴이 느끼는 설렘을 말이다. `내 고향` 뮤직비디오는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공식 SNS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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