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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뒤집은 아케고스발 마진콜…신흥국 위기 전염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04-05 10:29  

(아케고스 마진콜로 수 조원 손실을 일으킨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

주식투자 역사상 개인을 대상으로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던 헤지펀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올해 초 게임스탑에서 비롯된 공매도 전쟁에서 참패한 데 이어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사가 마진콜을 당해 월가가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로 미국 월가 금융회사들이 입은 손실만 100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계 1세대 펀드매니저인 빌 황(한국명 황성국)의 아케고스(Archegos) 사태를 계기로 19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잊혀졌던 ‘헤지펀드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헤지펀드란 1949년 미국인 알프레드 존슨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일종의 사모펀드다. 대체로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파트너십을 결성한 뒤 카리브해와 같은 조세회피지역에서 활동한다. 헤지펀드는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으나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역기능이 널리 알려져 있다.

헤지펀드가 활동거점으로 삼는 조세회피지역은 법인이윤과 개인소득에 대한 과세가 전혀 없거나 아주 낮은 세금이 부과되는 지역을 말한다. 면세대상과 정도에 따라 △조세천국지역 △조세은신지역 △조세특혜지역으로 구분된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온라인과 모바일 상으로 이동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헤지펀드가 투자원금까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면 투자자부터 ‘마진콜’을 당한다. 같은 이름의 영화로 우리에게 ‘도덕적 해이의 극치’ 정도로만 알려진 `마진콜`은 각종 펀드가 수익률 하락으로 증거금에 일정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로, 응하지 않을 경우 펀드런에 직면한다.

헤지펀드가 자신의 고객으로부터 신뢰 유지를 생명처럼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지펀드와 금융사의 개인 고객 비중이 높은 최근과 같은 상황일수록 더 그렇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는 △투자이익 극대화 △비용 최소화 △위험 민감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3대 원칙으로 볼 때 한국의 옵티머스 사태는 처음부터 의도된 전형적인 ‘사기’에 해당한다.

만약 투자실적을 내지 못할 경우 시장으로부터 퇴출당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헤지펀드는 마진콜에 반드시 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디레버리지로 연결되거나 상황이 긴박할 때에는 중앙은행이 나서 긴급 유동성을 지원한다.

디레버리지란 마진콜을 당했을 때 헤지펀드가 증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과 중국 인민은행의 테이퍼링과 맞물릴 경우 신용경색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낙관론이 팽배했던 증시에 비관론이 순식간에 덮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대상으로 택한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라 통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게 된다. 헤지펀드 위기설이 나돌 때마다 선진국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다가도 신흥국에서 엄청난 파장이 몰고 오는 ‘나비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한국으로 전염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특정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부터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와 최근에는 금융시스템의 완충능력을 알 수 있는 금융스트레스 지수가 활용된다. 두 지표로 한국을 진단해 보면 아케고스발 헤지펀드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한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으나 중장기 투자자금의 회수로 악화되면서 위기로 치닫게 될 가능성은 낮게 나온다.

하지만 자산 인플레 정도가 심한 가운데 유입 외자의 건전도가 약화되고 금융스트레스 지수가 오르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이번 아케코스 마진콜 사태처럼 내부요인보다 외부요인에 의해 각종 위기가 발생하는 빈도가 많아지는 시대에 있어서는 사전에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면 실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한국 등 위기 발생국의 실증분석을 통해 나타난 현상을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거짓신호’이든 ‘진실신호’ 이든 간에 위기 징후가 가장 먼저 포착되는 것은 CDS 금리와 같은 각종 위기관련 프리미엄 지표다. CDS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해 장기평균치에 비해 표준 편차의 2배 이상 벗어나기 시작하면 외자 순유입 규모는 줄어들기 시작한다.

상황이 더 악화돼 CDS 금리가 장기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4배 이상 급등하면 외자 순유입 규모는 장기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2배 이상 줄어들면서 곧바로 유출단계로 돌아선다. 이때부터 위기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해당국 통화의 절하추세는 가속화돼 그 폭이 25% 이상 달하고 위기발생연도의 절하율이 직전년도의 절하율을 10% 포인트를 상회할 경우 위기 경험국들은 외환보유액을 풀기 시작하고 실물경제도 침체된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각국 중앙은행 등의 긴급자금 지원들이 결정되면 CDS 금리부터 하락국면에 들어가지만 위기를 낳게 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는 더 침체되고 국민들은 고통을 겪는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된다. 이른바 ‘위기 3단계 이론(유동성 위기→금융시스템 위기→실물경기 위기)’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자료 : 김용복, 2009, 낙인효과(stigma effect)와 자본이동성이 국채 CDS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 『금융경제연구』, 제388호, 한국은행

이를 토대로 볼 때 외자유출 시점을 포착하기 위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일단 CDS 금리 등 각종 위기관련 프리미엄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것이 ‘거짓신호’ 여부와 관계없이 ‘파란불(경고Ⅰ단계)’을 킬 필요가 있다. 그 후 △CDS 금리가 장기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2배로 급등하고 △외자 순유입이 줄어들면서 △환율변동이 심하거나 상승세를 보이면 ‘파란불’에서 ‘노란불(경고Ⅱ단계)’로 한 단계 높인다.

상황이 더 악화돼 △CDS 금리가 장기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4배로 급등하고 △외자 순유입 규모가 장기평균치에 비해 2배 이상 감소하거나 순유출세로 바뀌고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서면 ‘노란불’에서 ‘주황불(경고Ⅲ단계)’로 높여 위험수준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 후 △통화절하폭이 직전년도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확대되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서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주황불’에서 ‘빨간불(경고Ⅳ단계)’로 격상시킨다.

이런 조기경보체제로 볼 때 통상적으로 ‘경고 Ⅲ’ 단계에 가면 그때서야 국민들이 ‘경제가 잘못되고 있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런 만큼 늦어도 ‘경고 Ⅱ’ 정도에서만 이를 알아낼 수 있다면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기경보체제는 예비적인 성격이 강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만큼 신속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신흥국 자산수요는 제한돼 있고 선진국 자산을 완전하게 대처할 수 없다. 이는 유입 외자만큼 해외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흥국 자산수요는 감소해 외자유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유입 외자대처법으로 해외투자를 권장하되 수익이 높게 나는 국가로 유도해야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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