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 올리면 뭐하나?…'백마진'에 택배기사 살림살이 그대로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이지효 기자

입력 2021-04-05 17:44   수정 2021-04-05 17:44

    CJ대한통운 목표주가 상향…최대 15%↑
    "투자판단에 가장 중요한 택배비 인상"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 '택배대란' 재현
    "백마진 근절…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 택배왕도 못해요

    <앵커>

    다음 키워드는 `택배왕도 못해요`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더 많아지면서 기사님들 어려움이 많으시죠.

    그런데 택배왕이 뭡니까? 택배기사 중 최고를 일컫는 말입니까?

    <기자>

    혹시 로지테인먼트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앵커>

    글쎄요. 테인먼트가 붙은 거 보니 놀거리인 모양인데요.

    <기자>

    택바왕이 로지테이먼트인데요.

    로지스틱스라는 물류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유흥이 결합한 로지테인먼트를 위한 모바일 택배게임입니다.

    택배왕을 꿈꾸는 동물들이 모여 사는 섬에 악당의 장난으로 마비되는 택배 시스템을 구하는 내용인데요.

    이 게임을 내놓은 한진은 택배나 물류 문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도를 높이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택배기사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데 쓴다고 합니다.

    <앵커>

    택배물류를 하나의 오락처럼 즐겁게 받아들이는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인 것 같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택배기사들 파업으로 시끄럽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한 때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로 파업이 있었지만,

    이 로지테인먼트라는 말처럼 택배업체들이 훈풍이 불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단적인 예로 택배비가 인상이 됐죠.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에 이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까지 모두 단가를 올렸습니다.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이 77%에 달하는 `빅3` 모두가 택배비를 높인 건데요.

    CJ대한통운은 소형 택배의 계약단가를 1,600원에서 1,850원으로 250원 인상했습니다.

    롯데택배도 소형 택배 단가를 1,750원에서 1,900원으로 150원 올렸고,

    한진은 올초부터 신규 기업고객에게 소형 기준 택배비를 1,800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소형 택배는 포장 크기를 기준으로 세 변의 합이 80cm, 무게 2kg 이하를 말한는데,

    전체 택배에서 소형 택배가 차지하는 물량은 70%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렇게 택배비를 높인 건 택배회사가 아니라 택배기사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아니었습니까?

    <기자>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는 것을 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까지

    모두 5곳의 증권사가 CJ대한통운의 목표주가를 최대 15% 상향했습니다.

    증권사들이 주목한 부분은 예상외로 택배비 인상가가 높다는 거였는데,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비용 등을 충분히 커버하고 수익성까지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CJ대한통운의 주가도 우상향 하는 모습으로 3월 한달에 13.72% 상승했습니다.

    <앵커>

    택배비 인상의 수혜를 택배기사보다는 택배회사들이 볼 수 있다는 전망이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오픈마켓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한번에 취급하는 물량이 적고 가격도 소액인 상품들이 많기 때문에 장사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벌써부터 한 커뮤니티에서 소상공인은 "제가 발송한 물건들은 3,000원에 배송됐는데,

    며칠 전에 5,000원으로 올랐다"이런 글이 올라오죠.

    <앵커>

    택배비가 오르면 물건 값보다 배송료가 비싼 상황이 될 수 있겠네요.

    소상공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런 피해를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홈쇼핑, e커머스 등 물량이 많은 대형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습니다.

    일단 이런 대형사들은 연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올해 택배단가가 오르지 않기도 하고요.

    업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백마진`이라는 문제가 여기서 나오는데,

    월 배송 1만건이 넘는 물량을 따내기 위해 택배회사는 택배비 일부를 판매자에게 돌려주는 관행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택배비가 올라도 배송 수수료 자체가 오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죠.

    <앵커>

    택비기사들을 위해 택배비를 올리는데 실상은 기사들한테 돌아가는 몫이 적을 수 있다는 겁니까.

    <기자>

    네. 일각에서는 택배비 인상이 택배기사 처우 개선의 해답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내는 2,500원~3,000원의 배송비는 1차적으로 판매자의 주머니로 돌아갑니다.

    이게 앞서 말한 `백마진` 때문인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보통 이커머스 업체와 택배사가 계약하는 평균 단가는 1,730원으로 알려집니다.

    소비자로부터 2,500원을 받는다면 오히려 이커머스 업체가 770원을 백마진으로 챙기는 셈이죠.

    택배 단가 1,730원에서 기사 몫은 800~850원 정도로 알려집니다.

    여기서 부가세 10%를 내고 남은 720~765원 정도의 수입을 다시 대리점에 나눕니다.

    최대 30%의 수수료를 낸다고 가정하면 최종적으로 남는 금액은 535원 수준인데요.

    택배비로 인상된 250원을 그래도 택배기사에게 준다고 해도 기사에 쥐는 돈은 785원 정도에 그칩니다.

    <앵커>

    최근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 대란이 일기도 했잖습니까?

    <기자>

    네. 서울 강동구의 5,000가구 규모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을 막아서면서,

    택배배송 기사들이 아파트 정문 근처에 택배를 쌓아 놓은 겁니다.



    택배기사가 직접 손수레를 꺼내 직접 걸어서 배송을 하고, 주민들이 입구까지 택배를 받으러 나오기도 했습니다.

    2018년 다산신도시, 송도국제도시 등에서도 있었던 일인데 택배기사들의 노동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요금이 인상되면 택배기사의 불만도 줄어들고, 시키는 사람도 편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그대로 둔다면 택배회사를 제외한 누구도 체감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로지테인먼트라는 말이 택배회사와 대리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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