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K-콘텐츠 독점…웹소설 쓸어담은 네이버·카카오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1-04-16 17:40   수정 2021-04-16 17:40

    네이버-카카오, 콘텐츠 주도권 전쟁
    전세계 휩쓴 K-웹툰, 다음은 웹소설
    왓패드, 래디쉬 이어 문피아 두고 격돌
    마블유니버스 닮은 '원 소스 멀티유즈'
    한국판 디즈니, 콘텐츠 제국 탄생할까


    = 이혼을 요구하는 왕을 버리고 옆나라 황실과 재혼하는 황후 `나비에`의 이야기 `재혼황후(원작자 알파타르트)`. 여성 중심의 스토리와 파격적인 전개에 지난해 누적 1억 다운로드, 배우 수애의 광고로 제작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끈 웹소설입니다.

    소설의 모든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는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 `전지적 독자시점(원작자 싱숑)`, `나혼자만 레벨업(원작자 추공)`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영화 시장까지 진출하려는 이 작품들도 모두 MZ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웹소설입니다.

    본래 판타지, 로맨스 등 특정 장르물 중심인데다, 글의 전개 형태가 일반 문학 작품 답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웹소설은 지금 네이버, 카카오 양대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화제의 산업입니다. 이미 웹툰으로 이미 성공한 두 회사는 왜 웹소설까지 독점하려는 걸까요?

    ● 비주류가 만든 독창성…장르 문학의 정점
    20년 전 인터넷 소설로 불리던 웹소설은 네이버 웹소설, 문피아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 주도로 성장해 왔습니다. 현재 등록된 작품은 판타지, 로맨스, 스포츠 세분화된 영역들로 20만여 개에 이르고 네이버, 카카오, 문피아가 2강 1중의 형태로 유통 시장을 쥐고 있습니다.

    이러한 웹소설은 보통 글자로만 쓰인 전자책과 또 다른 형태로 소비됩니다. 주 소비층인 Z세대에 맞게 카카오톡처럼 대화하듯 전개되거나 이미지가 섞여있고, 문법을 파괴해가며 색다른 영역을 만드는 시장이 됐습니다. 주로 답답한 현실과 달리 악인을 처단하는 사이다같은 전개, 게임 캐릭터처럼 확실한 성장을 보여주는 주인공,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관점들이 담겨있다보니 요즘 시대상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보면 웹소설 시장은 2013년 200억 원 규모이던 것이 2018년 4천억, 지난해 5천억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보다 먼저 세계화된 웹툰은 1조원 규모의 산업이니까 4~5년 만에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인 곳이 웹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 `카카오유니버스`로 세계 진출?…양보없는 인수전의 배경
    네이버와 카카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웹소설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양보없는 플랫폼 인수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미국 왓패드를 6,600억원에, 카카오엔터는 래디쉬를 4,400억원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죠. 또 국내 3위 웹소설 업체인 문피아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예상 지분가격은 3천억 규모로 인수하는 쪽이 1위 사업자가 됩니다.

    두 기업이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들여 웹소설 플랫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우선 시장을 독점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카카오에서 유통하는 작품들의 국내 원작 대부분은 문피아 작품들로 `독점 연재` 조건을 내걸면 경쟁사를 단숨에 앞설 수 있게 됩니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매출, 시장 규모 뿐만 아니라 이후의 폭발적인 확장 가능성입니다. 최근 방영중인 <모범택시>, <나빌레라>를 비롯해 <스위트홈>, <이태원 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승리호>. 모두 웹툰 혹은 웹소설이 원작인 작품들입니다. 나아가 전 세계 영화시장이 50조, 게임 시장이 180조입니다. 만약 웹소설에서 시작해 영상, 게임까지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두 기업 모두 `웹툰`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작품들을 전 세계에 재가공해 유통할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약 9조원 만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일본에서 1~3위 웹툰 플랫폼이 모두 한국 기업 계열사입니다. 카카오재팬의 픽코마, 네이버의 라인망가가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시장이 됐고, 미국 모바일인기 앱 순위에도 웹툰이 올라 있습니다.

    작가료가 대부분인 웹소설은 독창적인 지적재산권(IP)를 확보하는 가장 저렴한 수단이 되고, 이후 눈덩이 굴리듯이 웹툰, 영상(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뮤지컬, 캐릭터 사업 등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디즈니가 5조원에 마블스튜디오를 사들여 마블유니버스로 영화, 캐릭터 사업을 확장하는 것처럼 원작 IP를 확보한 기업이 독자적인 세계관, 문화 콘텐츠 사업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가령 래디쉬의 인기 작품인 <Torn Between Alpha> 혹은 영미권 아마추어 작가들의 등단(네이버 캔버스)을 거친 영미권 작품들을 카카오 혹은 네이버 주도로 영화, 드라마화할 길도 열립니다.

    ● 한국의 디즈니 정말 가능할까…승부수 던진 네이버·카카오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두 기업의 물밑 경쟁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돼 왔습니다. 지난 3월 카카오는 웹콘텐츠 플랫폼(카카오페이지)과 이병헌 등이 소속된 기획사(카카오엠)를 아예 하나로 합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켰고,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을 기반으로 CJ, 하이브와 제휴를 통해 영상 제작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시총 20조원을 목표로 미국 진출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각국에 법인을 세워뒀던 네이버웹툰은 아예 본사를 미국 LA로 옮겨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난해 <스위트홈>, <승리호>로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한국의 웹툰. 앞으로는 웹소설에서 건져올린 작품들은 더 많이 접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렇게 무궁무진한 콘텐츠 시장의 1위 사업자는 누가 될까요? 누가 되었든 이번 인수전을 통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또 하나의 세계적 콘텐츠 기업이 탄생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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