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 말고 롤렉스…팬데믹 탈출한 명품기업들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1-04-30 17:34   수정 2021-04-30 17:34

    샤넬, 롤렉스 명품으로 재테크
    신상품보다 비싼 중고상품
    명품시장 큰손이 된 MZ세대


    =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올해 아마존, 애플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바로 모에 헤네시-루이비통(LVMH), 케어링그룹(Kering), 리치몬트(Richemont)과 같은 유럽의 다국적 명품그룹입니다.

    루이뷔통(Louis Vuitton), 디오르(Dior), 티파니앤코(Tiffany&co.)를 보유한 프랑스 거대 명품그룹 LVMH은 지난 1분기 매출 139억 6천만 유로, 약 18조 7천억 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 주가는 연초 대비 24%나 올랐습니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낸 아마존(8.9%)과 애플(3.1%)의 주가 흐름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소비 극단에 있는 명품 기업들은 경기 회복 시기에 가장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3차례 가격을 올렸고 올해 추가적인 인상 계획을 내놨는데도 전 세계 명품 매장엔 소비자들이 줄을 섭니다. 일반적으로 상품 가격이 비싸면 수요가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전 세계 명품 브랜드는 이러한 경제학적인 통념마저 뒤집어 놓습니다. 불황 탈출의 선두주자가 된 명품 시장에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트렌드를 뒤집은 Z세대, 손 커진 중산층

    영국의 쇼핑 플랫폼 리스트(Lyst)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브랜드는 구찌, 그 뒤를 나이키, 디오르, 발렌시아가가 잇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가 명품 중에서도 가장 핫한 브랜드가 된 것은 전 세계 10대들의 눈높이, 스니커즈 열풍에 제대로 올라탔기 때문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지휘 아래 부활한 구찌는 작년에 미국 최고 인기 셀럽인 해리 스타일스의 파격적인 여성복 패션화보, 노스페이스와 등산복 콜라보레이션, 독립 영화제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명품 그룹가운데 일찌감치 디지털 플랫폼에 관심을 기울여온 LVMH는 나이키, 오프화이트와 같이 10대들에게 인기있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잠재 수요를 확장하는 전략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향은 실제 숫자로 확인됩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 타격을 입었던 명품시장은 MZ세대로의 뚜렷한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전체 명품 소비층의 44%를 차지하던 Y세대(`81년~`95년생), Z세대(`96~`2015) 비중이 작년 58%로 기존 세대를 역전했고, 4년 뒤 이들 세대 비중은 최대 70%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 중국에서 두드러집니다.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또 다른 배경은 중산층의 트레이딩업(Trading up)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는 겁니다. 과거 중저가 상품을 주로 찾던 중산층은 팬데믹 이후 저소득층 대비 풍부해진 유동성, 더 나은 품질과 만족을 위해 가격이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구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 작년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소비는 중국 못지않게 증가했습니다.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국내에서 9년 만에 실적을 공개한 루이뷔통 코리아는 면세사업부 부진에도 1조 468억 원, 샤넬은 9,296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에르메스는 매출 4,191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5% 증가한 1,334억원에 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 샤테크·시테크…재테크로 각광받는 명품

    이렇게 비싸더라도 브랜드를 찾아 소비하려는 경향이 지속되면서 특정 명품 브랜드는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 시테크(시계+재테크), 명품 가격이 해마다 오르다시피하고, 제품의 가치가 잘 떨어지지 않으면서 마치 금, 은 투자를 하는 것처럼 거래됩니다.

    작년 이맘때 샤넬 가격인상 소식에 백화점 매장에 줄이 늘어선 오픈런은 해를 넘긴 올해도 시들지 않는 풍경이죠. 이에 못지 않은 것이 명품 시계 롤렉스 품귀 현상입니다. 인기 모델이 중고 시장에서 2배 가까운 값에 팔리다보니 이를 노린 재테크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조각투자 플랫폼인 피스가 4월 초 롤렉스 시계에 투자하는 `피스 롤렉스 집합 1호`라는 상품을 내놨는데 1억1,800만원의 모집액이 30분 만에 소진됐습니다. 여러 명이 소액을 보태 롤렉스 서브마리너 등 인기 상품을 대신 구매해 되판 뒤 차익을 돌려주는 건데 기대 수익률이 최소 25%, 웬만한 투자상품 수익률을 뛰어넘습니다. 롤렉스가 인기 모델의 가격 인상, 공급 조절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이렇게 해도 수요는 줄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번 손을 탄 중고 상품이더라도 그 브랜드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소유하려는 소비자들로 인해 명품 리세일 시장은 당분간 성장을 지속할 전망입니다. 딜로이트 자료를 보면 2018년 162억 달러인 명품 브랜드의 리세일 시장 규모가 2026년엔 685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베인앤컴퍼니는 코로나 이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구매가 자리를 잡고, 리세일 시장 확대로 럭셔리 시장이 연간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제 보다 멀리 내다본 명품 브랜드들은 10대들도 구매 가능한 제품의 라인업을 늘려가며 수요 확장에 공을 들이고, 이들의 공감을 구하려 과거에 시도하지 않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30년 뒤 세대를 건너 소유하게 하거나 다시 투자하게끔 말이죠. 이러는 사이에 명품 브랜드 가격은 이유없이 또 올라갑니다. 소비의 끝단에 위치한 명품 브랜드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더 길게 이어질지 짐작이 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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