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빨리 달리는 대표적인 스포츠 중엔 `경마`가 빠질 수 없다. 사람과 말이 함께 숨 가쁘게 달리지만 경마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이들이라면 매 경기가 비슷한 경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마에도 `빅 독 울트라` 못지 않은 이색 경주들이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
기마전술로 세계를 정복했던 징기스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몽골에서는 매년 `몽골더비`가 열린다. 자그마치 1천km를 달리는 최장거리경주로,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약 25마리의 말과 함께 열흘간 경주를 이어간다. 살인적인 경주거리 외에도 경주시작 직전 공개되는 험준한 야생코스와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은 경주마 등 익스트림한 요소들 때문에 절반 이상의 참가자들이 완주를 포기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이와 함께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에서는 매년 7월 `나담축제`를 성대하게 개최한다. 올해로 100년의 역사를 맞이한 나담축제는 음악과 함께 레슬링, 양궁, 경마 경기를 즐기는 몽골의 대표적인 축제다. 경마는 마령에 따라 여섯 종목으로 분류되며, 각 15~30km를 달리는 초장거리 경주다.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주로 6~8세의 어린이가 기수로 출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상식에는 대통령이 직접 1위에서 5위까지의 조련사, 기수, 경주마에 시상한다. 우승마는 `만 마리 말 중 으뜸`이라는 의미의 `투멩 에흐` 호칭이 부여되는 영광을 얻으며 몸값 또한 백배 이상 상승한다.
초장거리의 몽골 경마와 달리 고작 200m 거리를 사람보다도 느리게 달리는 경마도 있다. 일본 북해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반에이` 경마는 일반적인 경주마 무게의 두 배에 달하는 거구의 말들이 약 1톤의 철제썰매를 끌며 두 개의 고개를 넘는 경주다. 1900년대 초 농경마의 힘과 가치를 시험하던 것에서 유래된 반에이 경마는 코끝을 기준으로 도착을 결정하는 일반 경마와는 달리 마차의 끝이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이 도착시간으로 간주된다. 가장 강한 인간을 뽑는 스트롱맨 대회의 경주마 버전을 방불케 하는 반에이 경주마의 힘겨루기는 일반적인 경마와는 또 다른 박력을 선사한다.
기수가 말을 타지 않는 경마가 또 있다. 바로 `마차경주`다. 영화 `벤허`나 `글래디에이터`의 콜로세움 전투장면이 먼저 떠오르는 마차경주는 사실 더러브렛 경마 다음으로 많이 보급된 경주 형태다. 1920년부터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 전역과 북미, 호주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열리고 있으며, 영화에서처럼 창과 방패를 들진 않았지만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바퀴를 굴리며 질주하는 모습은 색다른 긴장감을 전해준다.
일반 경마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도 마차경주의 큰 특징이다. `스탠다드브렛`, `프렌치 트로터` 등 마차경주에 활용되는 경주마 품종은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아 마차를 끌기에 적합할 뿐 아니라 주행 시 일반경마보다 느린 보법인 `속보(速步)`로 달리기 때문에 부상과 사고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도 이색경마가 존재한다. 바로 `제주경마`다. 서울과 부산경남의 경마장과는 달리 제주경마공원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47호인 제주마의 혈통보전을 위해 제주마 경마를 시행한다. `과하마(果下馬)`로 불릴 만큼 체구가 작은 제주마가 달리는 모습은 일반적인 더러브렛 경주마에 비하면 종종걸음으로 보일만큼 앙증맞지만, 귀여움 이면엔 체구만큼이나 다부진 제주마의 강점이 숨어있다. 성질이 온순해 물거나 차는 일이 적고, 내병성과 지구력이 특히 강하다. 또한 발굽도 단단해 장제를 하지 않아도 굽이 갈라지는 일이 없다.
제주마 경주가 이색경주로서의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한국마사회는 지난 1월 경마 종주국 영국과 경주실황 수출계약까지 체결했다. 이미 세계 전역으로 수출 중인 한국 더러브렛 경마에 이어 천연기념물 제주마의 이색경주까지 해외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보통의 경주마 종이 아닌 제주 지역 특유의 역사와 전통을 잇고 있는 제주마 경주를 세계 경마 팬들이 즐기고 향유하며, 감동과 재미가 담긴 이색 경주로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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