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300만원만"…보이스피싱보험 가입해, 말어?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1-05-22 09:00  



"엄마! 난데 핸드폰이 잠깐 고장나서 친구 핸드폰으로 연락해. 급하게 고쳐야 하는데 돈 좀 보내줄 수 있어?"

`자식도 못 믿는 세상`이라고들 하는데 요즘은 정말 믿으면 안 됩니다. `그 자식`이 `그 자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보이스피싱, 매번 그 수법이 교활해지고 더 정교해지는 탓에 피해자가 늘고 있습니다. 경찰도 못 잡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내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까요? 오늘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파헤쳐 볼 상품은 바로 보이스피싱 보험입니다.

◆ 어설픈 말투는 없다…서울말로 무장한 보이스피싱

먼저 보이스피싱 수법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아무리 보이스피싱 보험이라는 보장 상품이 있다고 한들,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새로운 목소리, `그놈 목소리`를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금감원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에 방문하면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목소리와 사례들을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어버이날이나 명절 연휴,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꼭 함께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예전 `그놈`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통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어설픈 연변말투의 남자가 "000씨 맞습니까?"라고 묻죠. 첫 문장부터 `아, 보이스피싱이구나` 하며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최근 이뤄지고 있는 보이스피싱은 너무나 말끔한 목소리에 정확한 표준어까지 구사하는 경우가 많아 더 속기 쉬워졌습니다.

최근 중고거래가 늘었다는 점을 악용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개인정보가 도용됐다며 통장계좌를 묻는 보이스피싱 사례도 있습니다. 모든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남자라는 편견도 버리셔야 합니다. 부드러운 말투의 여자 목소리가 정신을 쏙 빼놓고 순식간에 수백만원씩 가져가기도 합니다. 여기에 카톡이나 문자로 누군가를 사칭한 메신저피싱까지. 일단 돈 빌려달라고 하는 메시지는 의심부터 하고 봅시다.

◆ 보이스피싱 보험, 얼마짜리야?

지난해 적발된 보이스피싱은 2만5,858건, 피해액은 2,353억 원입니다. 범인을 잡기도 힘들지만 범인을 잡는다해도 피해액은 돌려받기 힘듭니다. 이렇다보니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장해주는 보험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사실 의구심이 컸습니다. "과연 누가 돈 들여가며 보이스피싱 보험에 가입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다른 사고라면 몰라도, 보이스피싱에 당할 걸 대비해 비싼 보험료를 낸다?

하지만 보험에 대한 저의 편견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보험을 판매 중인 한 보험사에 취재를 해보니 `무료`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듣게 됩니다. 물론 모든 보험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 유료이긴 하지만 보험료는 비싸봐야 월평균 30원대. 생각보다 너무너무 저렴한 보험이었습니다.

하지만 30원만으로 보험에 가입할 순 없었습니다. 보이스피싱 보험은 단독 상품으로 판매되는 게 아니라 보통 일반 상품에 끼워 들어가는 `특약` 형태로 판매됩니다. 일반 보험상품에 `보이스피싱 피해 보장 특약`을 넣어서 가입할 수도 있고, 빼놓고 가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공짜이거나 매우 저렴하거나, 일단 보이스피싱 보험 자체는 생각보다 문턱이 낮았습니다. 현재 대형사는 물론이고 중소형 손해보험사들도 특약형태로 판매 중에 있는데, 일단 무료인게 가장 좋으니 무료 상품부터 언급을 해보겠습니다.

하나은행에서 판매 중인 한 정기예금은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보이스피싱 보장 보험을 가입해줍니다. 물론 평생 보장해주는 건 아닙니다. 정기예금이 1년 짜리인 만큼 보험도 1년간만 보장해주고 1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됩니다. 혹시라도 상품 가입 중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받았다면 보험금 청구를 하면 됩니다.

흥국화재가 NHN페이코와 제휴해 출시한 생활안심보험에도 보이스피싱 보장 특약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특약 역시 무료입니다. 악사손해보험이 판매 중인 보이스피싱 보험은 고령층을 위한 암보험에 특약 형태로 판매 중입니다. 월보험료 `30원`입니다. 이들 외에 DB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일반 보험상품에 포함돼 있는 보이스피싱 특약 역시 보장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수십원대, 비싸야 100원대 수준이었습니다.



◆ 사기당하면 얼마나 보장해줘?

보험료가 생각보다 너무 싼데, 과연 보장 금액은? 물론 보이스피싱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내가 피해받은 돈을 모두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최대 한도 금액이 있겠죠. 해당 특약을 판매 중인 보험사들에 각각 문의를 해보니 최소 100만 원부터 최대 1,000만 원이었습니다. 수천만 원 피해를 당해도 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최대 1,000만 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내가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 수준에 비해선 생각보다 보장금액이 크긴 합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청구 건수가 많진 않지만, 보험금이 한 번 나가면 손해율이 굉장히 높은 상품"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보험사나 설계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보험에 비해 가입률 역시 저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가입률과 관계없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해 보험금 청구를 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중소형사인 A사의 보이스피싱 피해 보험금 청구 건수는 2018년 20건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82건으로 늘었습니다. 그 만큼 보이스피싱 수법이 늘어나고 정교해지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 그래서, 가입해 말어?

일반적으로 "나는 보이스피싱 절대 안 당해"라고 확신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보이스피싱 보장 특약을 넣기 위해 무리해서 비싼 보험에 가입하는 `본말이 전도된` 행동은 대부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어르신들이라면 생각은 조금 달라집니다. 부모님을 위해 고령자 전용 보험 등을 알아보실 때 만약 보이스피싱 보장 특약을 함께 넣을 수 있다면, `월 30원`짜리를 굳이 가입 안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만약 무료로 제공되는 특약이라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겠죠. 다행히 무료였다가 스리슬쩍 유료로 전환되는 얍삽한 보이스피싱 보험은 취재 중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특약은 저렴한 보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장금액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적극적으로 팔진 않는다고 언급했는데요. 기본적으로 금융사들이 잘 안 팔려고 하는 상품일 수록 `알짜` 상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보이스피싱에 아예 당하지 않는 것이겠죠. 위에서 언급드린 금감원의 `그놈 목소리`, 부모님과 함께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자산 모으기 힘든 시대, 있는 돈이라도 잘 지켜봅시다. 보이스피싱 신고 번호는 금감원 `1332`입니다.



◆ 슬기로운 TIP

모든 보이스피싱 보험이 최근 유행하는 스미싱 등 메신저 피싱까지 전부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면 오산. 각 보험사별로 보장하는 범위가 다르니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약 이름에 보이스피싱이라고만 개제돼 있는 경우 전화로 걸려온 사기에만 보장을 해주고, 보이스피싱 및 스미싱 등으로 개제돼 있는 경우 스미싱까지 보장이 가능합니다. 또한 보이스피싱의 피해는 보통 계좌에서 인출된 금액이 피해액으로 산정됩니다. 만약 사기범이 보낸 악성링크를 누르는 바람에 내 핸드폰이 만신창이가 됐다, 핸드폰을 새로 구입하는 데 100만 원이 들었다며 보장을 요구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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