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에는 '미래'가 없다?…과열되는 퇴직연금 경쟁

지수희 기자

입력 2021-05-28 10:54   수정 2021-05-28 13:28

퇴직연금 상품(TDF) 설정액 1위 미래에셋 2위 삼성 3위 한국투자
저금리와 증시 활황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은행·보험에서 이동하는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다. 특히 규모가 커지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은 금투업계가 놓쳐서는 안될 분야다.

퇴직연금 상품 가운데 최근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상품은 TDF(Target Date Fund)다. TDF란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target date)으로 해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를 말한다. 따라서 펀드 이름에 은퇴시점인 2025, 2030, 2035, 3040, 2045, 2050 같은 숫자가 붙는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TDF에 올들어서만 1조2천억 원이 유입됐다.

TDF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2016년으로 삼성자산운용이 미국의 캐피탈그룹과 협력해 내놓은 상품이다. TDF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 `라이프 사이클 펀드`가 있었지만 연금상품으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삼성자산운용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차례로 상품을 내놓으면서 2016년 3개 사였던 TDF 운용사는 현재 12개로 늘었다.



(사진: 지난 2016년 4월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 연금상품 출시 기자간담회 당시 구성훈 삼성자산운용이 삼성 한국형 TDF(Target Date Fund) 연금 솔루션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계열사` 상품 밀어주기 만연 .."소비자 스스로 정보 찾아야"

소비자들이 TDF에 가입하려면 대체로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판매사를 거쳐야 한다. 직장 가입자라면 판매사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다. 회사에서 지정한 곳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상품 가입 등 운용을 지시하는 구조다.

판매사들은 자신들의 전략에 맞는 상품을 골라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대체로 자신의 계열사 상품을 포함해 5~6개 회사의 상품으로 라인업을 구성한다.

예를들어 퇴직연금 계좌가 미래에셋증권에 있고 TDF에 가입하고 싶다면 미래에셋증권이 판매 진열대에 올려놓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 삼성, KB, 한국투자, 신한, 키움, 한화, 메리츠, 교보 운용사의 TDF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삼성증권 퇴직연금 계좌 보유자는 미래에셋의 TDF에 가입할 수 없다. 삼성증권에서는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상품을 비롯해, 한국투자신탁, 한화, 신한, 키움 자산운용의 상품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FN가이드)

현재 TDF 설정액이 가장 많은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2조1452억원)으로 2위인 삼성자산운용(1조2661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을 판매 진열대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유독 삼성증권의 진열대에는 미래에셋의 상품이 없다. 퇴직연금 계좌가 삼성증권에 있다면 미래에셋의 TDF를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이에 대해 "국내에서 TDF를 가장 먼저 시작한 상품부터 라인업을 갖췄고, 고객들에게 제시할 매력 포인트가 있을 때 상품 라인업에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TDF상품이 자산운용사별로 크게 차이가 없고, 한 회사의 TDF를 도입하려면 대 여섯개 (TDF 2035~2050) 펀드가 한꺼번에 들어오기 때문에 관리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 라인업을 하기 부담스러운 상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투업계에서는 `견제용`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자산운용이 2016년 TDF를 먼저 내놓고 시장을 키워왔지만 미래에셋은 강력한 판매채널인 미래에셋증권을 앞세워 단숨에 삼성증권을 뛰어넘었다.

실제로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공격적으로 TDF를 판매했고, 90% 이상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장사의 원칙에서는 경쟁사 상품을 자기 상품 진열대에 굳이 놓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다양한 금융정보를 취합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듯 다른 TDF..운용사별 특성 꼼꼼히 따져야

대체로 TDF운용사들은 오랫동안 TDF운용 경험이 많은 해외 운용사에 위탁운용을 하고 있다. 따라서 상품을 선택할 때 위탁 운용사들의 운용 전략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운용사의 성격에 따라 지수를 추종해 안정적인 운용(패시브)을 하는 곳도 있고,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엑티브)하는 곳도 있다. 물론 엑티브 운용을 한다고 해서 매번 시장보다 수익률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KB자산운용은 미국의 뱅가드 라는 곳과 협력하고 있다. 뱅가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철저하게 인덱스 투자를 하는 운용사로 대부분 ETF를 활용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싼 것이 특징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은 장기간 투자를 하기 때문에 내가 지불하는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엑티브 운용을 하는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티로프라이스라는 미국의 TDF운용사에 위탁 운용을 하고 있다.

티로프라이스는 1937년에 설립된 긴 역사를 가진 운용사로 애널리스트만 400명, 총 인원은 7천명에 달한다. 강력한 리서치가 장점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매니저가 운용에 적극 개입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반면에 미래에셋의 경우에는 위탁운용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패시브와 엑티브 방식의 펀드를 모두 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한국에서 직접 운용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환 헤지 등의 문제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고, 투자 가치를 평가할 때도 한국의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내가 계좌를 갖고 있는 판매사에서 설명해주지 않아도 소비자 스스로 똑똑해 져야 나의 투자 성향에 맞으면서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가 찾으니"..삼성證, 미래TDF 팔기위한 전산 작업중

TDF도입 이후 미래에셋의 상품을 애써 외면했지만 최근 삼성증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도 라인업에 넣기 위한 작업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가 최근 삼성자산운용보다 수익률 상위에 위치해 있고, 고객들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FN가이드에 따르면 2035를 은퇴시점으로 한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35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의 1년 수익률은 33.73%이지만 `삼성한국형TDF2035증권투자신탁H(주식혼합-재간접형)`은 26.85%로 조사됐다.

2040이나 2045 펀드도 대체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익률이 소폭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는 만큼 상품 라인업 확대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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