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 씨의 사인과 관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타살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는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손씨의 사망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이날 방송은 여러 목격자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손씨의 사망 원인에 접근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손씨의 사망 원인은 익사로 나타났다. 피하출혈이 동반된 머리 부분의 손상이 있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의 상처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이에 손씨의 사망 당일 한강에서 술자리를 함께한 친구 A씨에게로 의심의 눈초리가 쏠렸다. 나아가 A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루머가 더해지며 논란이 계속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타인에 의한 익사, 강압에 의한 익사를 판단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가슴 부위, 어깨 부위, 목 부위 압력 등 손상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고인의 신체에는) 억압이나 제압한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도 "익사를 시켰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물에 흠뻑 젖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A씨가 물에 젖어있는 건 관찰된 바 없다"며 "A씨가 고인이 사망하는 데 개입했다고 볼만한 정황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 타살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범죄는 동기가 분명해야 하고 그 다음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A씨의) 동기와 (범죄) 기회 부분들이 한강에서는 가능성이 낮다. 범죄를 계획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한강은 24시간 목격자가 넘쳐나는 곳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살인의 고의를 가진 자가 살인을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부모와 함께 현장에 다시 나타난 점, 정민 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점 등을 언급하며 "이 사건은 절대로 범죄 사건이 될 수 없는 지점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정민 씨의 아버지 손현 씨는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경찰의 수사 진행상황 발표 내용 일부가 우리가 들은 목격자의 제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목격자가 제보한 사진에는 정민씨가 취한 채 잔디밭에 옆으로 누워 있고,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는 가방을 멘 채 정민씨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일각에서 A씨가 당시 정민씨 주머니를 뒤적거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7일 중간 수사발표 언론 브리핑에서 이 사진과 관련해 "사진을 제출한 목격자는 A씨가 자고 있던 정민씨 옆에서 짐을 챙기고 정민씨를 흔들어 깨우는 장면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아버지 손씨는 "목격 내용은 깨우는 모습이라고 발표하면서 사진 속에서는 A씨가 정민이를 방치한 채 자리를 싹 정리하고 핸드폰을 보는 모습"이라며 목격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캡처를 공개했다.
손씨가 공개한 캡처 사진에서 목격자는 "주머니 뒤적인 게 깨우는 거라고요? 그건 전혀 깨우는 느낌이 아니었는데요?"라며 "주머니를 뒤적거린 이유는 저도 잘 모르는데 (경찰이) 저렇게 단정을 지어버리면 어떡하라는 건지"라고 했다. 이어 "(경찰에서) 정확하게 진술했는데 전달이 좀 잘못됐다"고 했다.
손씨는 "여기서 증인의 진술이 경찰의 발표 시 어떻게 왜곡되는지 알 수 있었다"며 "나머지 증인은 우리가 만날 수도 없으니 당연히 저 발표가 맞는다는 확신이 생길 수 없고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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