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주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벤처나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들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업종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적용을 하다보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건데, 현장에서는 좌절감을 느낀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수도권 소재의 한 반도체 관련 기업입니다.
직원이 50인 미만인 벤처기업으로 다음달 1일부터 주52시간제가 적용됩니다.
이 회사 대표는 정부가 계도기간 없이 주52시간제를 강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A 벤처기업 대표 : 주52시간 해당되지 않을 때는 밤을 새다시피 일하는 사람도 있고 목표만 보고 달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일의 방향이 바뀌는 것입니다]
벤처기업에 다니는 직원들도 주52시간제를 달가워하지 만은 않습니다.
가뜩이나 낮은 급여가 더욱 줄어드는 데다 스톡옵션 등 대박의 꿈도 멀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 섭니다.
[B 벤처기업 직원 : 주52시간이면 주중에 야근하면 특근을 못합니다. 시급의 1.5배인데 그 만큼을 못 가져가는 거죠. 직원들이 가져가는 월급은 현저히 줄어드는 겁니다]
이처럼 IT벤처 같은 소규모 기업들은 프로젝트 등 주요 일정에 따라 업무 집중도가 몰리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업종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주52시간제를 일괄 적용하면 연구나 개발은 물론 사업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김용진 /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벤처기업은 24시간이 부족합니다. 정부가 그들의 삶의 질을 걱정하는 것은 좋지만 8~9시간만 하고 집에 가라는 것은 애초에 안되는 겁니다. 결과를 중심으로 성과를 내는 직종은 협약에 의한 규제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벤처기업협회 등 16개 벤처 관련 단체는 성명을 통해 "주52시간제로 혁신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벤처기업의 `성공 방정식`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C 벤처기업 임원 : 벤처들은 설립한지 3~5년 정도 되면 여러 가지 문제를 겪게 되는데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인력적인 부분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벤처업계에는 주52시간제 강행이 또 다른 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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