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경차, 한국은 전기차 강세
● 한국차가 일본에서 유독 안 팔리는 이유는?
최근 한 중국 외신 보도에 "일본에서 한국차를 거의 보지 못했고, 한국에도 일본 차가 거의 없다"는 내용이 실렸다.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라 `왜 그런 건지` 분석해 놓은 내용이었는데 관심이 갔다. 외신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모두 자동차 산업이 강해 한일 양국 모두 자국에서 달리는 자동차는 대부분 국산차라는 분석을 가장 먼저 내놓았다.
맞는 말이다. 양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에서 자국 브랜드 차량 비율은 실제 40%대에 머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0년대를 전후로 일본 차와 한국차의 기술적인 차이가 좁혀졌고, 현재는 거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비슷한 수준의 차량이라고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해오는 과정에서 관세 등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해외 브랜드보다는 자국 브랜드를 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보다 일본에서 유독 한국차를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한국보다 강하기 때문에 한국차가 설자리를 잃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과연 일본 차가 한국차보다 우위에 있을까? 또 이런 현상은 기술적인 차이 때문일까?
● 경차 천국 일본, 전기차 강국 한국
실제로 일본에 진출한 현대차 등 국내 브랜드는 줄줄이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이를 두고 차를 대하는 국민적 정서가 달라 판매 전략을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본은 경제적인 차, 작은 차가 잘 팔린다. 도심에는 인구 밀도도 높은 데다 도로도 좁아 큰 차보다는 작고 효율적인 경량급 차량의 인기가 높다. 차 10대 가운데 7대가량은 경차가 차지할 정도로 그야말로 경차 천국이다.
경차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스즈키 경차 `짐니`가 대표적이다. 경차의 특징인 작은 휠이 아니라 큼직한 휠의 바퀴가 장착됐고, 각진 차체에 서스펜션 높아 경형 SUV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모델이다. 외관 디자인은 벤츠 G 바겐을 닮아 `리틀 G 바겐`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소위 `없어서 못 파는` 인기차 대열에 올랐다.
이런 일본 시장에 한국차 브랜드는 몸집을 키운 세단이나 SUV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결과는 안 좋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산 경차를 들고 일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양국의 경차 규정이 달라 기아 모닝이나 레이와 같은 차는 경차 대열에 낄 수도 없고, 이마저도 이미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난 모델들이라 신차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한국은 전기차로 전환이 굉장히 빠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개발해 아이오닉5나 EV6와 같은 순수 전기차 모델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를 늘릴 배터리 기술 등도 발전 속도를 높이면서 전기차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사전 계약에서 최대 계약 기록을 연신 갈아치우며 전기차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상황이 이럴수록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한 일본 차가 한국 시장에서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분위기다.
토요타나 렉서스 등 일본 차 브랜드는 실제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온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에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같은 결과는 내연기관차에서 순수 전기차로 넘어가려는 국내 사용자들에게 일본 차의 외면을 불러왔고, 성능 측면을 따져봐도 국산 하이브리드차보다 더 나은 부분을 찾아내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본물품 불매운동도 영향을 미쳤다.
● 일본 텃밭 `동남아` 車점유율, 한국이 1위
동남아시아의 경우 그동안 일본 차가 대세였지만 한국 브랜드의 약진이 눈에 띈다.
그동안 일본 차 텃밭으로 불리던 곳에서 일본 차를 제치고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베트남자동차공업협회(VAM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5월 베트남 합산 판매량은 4만 7,860대로 토요타 2만 4,112대의 2배에 달한다. 현대차만 놓고 보더라도 2만 4,420대를 판매하며 토요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 이후 올 들어서는 4월부터 2개월 연속 월별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도 현대차가 토요타를 꺾고 1위로 올라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4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연간 시장 규모도 지난해 33만 4천여 대까지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참고로 현대차 베트남 공장에서는 그랜드 i10, 엑센트, 아반떼, 코나, 투싼, 싼타페, 포터 등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 밖에도 일본 차의 점유율이 96%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에도 생산 거점 구축에 나서고 있다.
● 글로벌 입지 넓히는 한국차
이를 종합해보면 일본과 한국에 한일 브랜드 차량이 보기 드문 이유는 먼저 양국의 자동차 정책이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에 주효할 경차가 한국 브랜드에는 없고, 한국 시장에서 원하는 순수전기차가 일본 브랜드에는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 큰 사이클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시장 트렌드를 읽어볼 때 일본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차의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송민화 기자
mhson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