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수술, 실손보험 적자 원인 1위
과잉진료·의료쇼핑, 선량한 가입자 피해로
"실비 있으시죠?"
병원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반대로 "실비 되죠?"라고 환자가 묻기도 합니다. 최근 높은 손해율로 논란의 중심에 선 실손의료보험. 비싼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민간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보험인데, 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인 지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 1년에 병원만 800번…실손으로 약 처방받아 `되팔이`까지
흔히 실비라고도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은 의료비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뉴스, 실손의 `높은 손해율`입니다.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가입자가 지급한 보험료보다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말 그대로 적자라는 뜻이겠죠.
실손은 4,0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가입돼 있습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입한 셈이죠. 이 때문에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만큼 이들이 내는 보험료도 어마어마할텐데, 대체 왜 적자가 나는 걸까요? 보험사들은 실손을 악용한 `의료쇼핑`과 `과잉진료`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의료쇼핑은 실손에 가입한 사람이 이를 악용해 불필요한 의료비까지 모두 청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험사를 통해 대표적인 사례들을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경미한 두통 등을 이유로 1년에 통원치료를 800회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두 번 이상을 매일 방문한 셈이겠네요. 실손을 이용해 영양제 처방 등을 1년 내내 받은 사례였습니다.
또 하나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례. 병원에서 약을 수십개 처방받아 실손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그 약을 중고마켓에 다시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부 실손에서 보장하는 처방약 항목들이 있는데, 이를 악용한 겁니다. 일명 의료쇼핑으로 불리는 이런 비급여 과잉 청구가 손해율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 200만 원이었던 다초점렌즈 가격이 400만 원으로?
과잉진료도 큰 이슈가 되고 있죠. 최근 일부 보험사들은 안과병원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백내장 수술`입니다. 일부 안과병원에 가면 노안치료를 위한 `세트`가 있다고 합니다. 백내장 수술과 함께 시력교정을 위한 다초점렌즈 삽입을 병행하는 건데요, 다초점렌즈 삽입은 최대 400만 원에 달하는 비싼 수술로 꼽힙니다.
일반적으로 백내장수술 시에는 치료목적으로 인공수정체 중 단초점렌즈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초점렌즈는 다초첨렌즈보다 비용이 저렴합니다. 단초점렌즈에 시력교정 기능이 더해진 것이 다초점렌즈인데, 비싼 인공수정체인 만큼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이 렌즈를 삽입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겁니다.
`실비로 다초점렌즈 삽입까지 다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백내장수술은 올해 실손보험금 청구 1위 수술로 자리잡았습니다. 2016년 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은 779억 원 수준이었는데, 2020년에는 6,480억 원으로 훌쩍 뛰었고 올해는 1조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사실 백내장수술은 작년에만 해도 검사비 약 60만 원, 다초점렌즈는 2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인 만큼, 이에 대한 비용부담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백내장수술 검사비를 급여화했습니다.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준다는 의미입니다. 급여화된 항목은 진료수가가 지정됩니다. 병원 임의로 변동할 수가 없겠죠.
이렇다보니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 일부 병원들이 백내장수술 검사비용을 2만 원으로 낮추고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렌즈 가격을 최대 400만 원까지 올립니다. 사실상 보험사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한 비용절감 효과가 하나도 없게 된 셈이죠. 과연 실손보험은 누구를 위한 보험일까요?
◆ 높은 손해율 탓 보험료 인상…결국 소비자 피해
위에서 언급한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이 실손보험을 적자상품으로 전락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대표적인 과잉진료가 또 하나 있죠. 바로 도수치료입니다. 몸이 뻐근하다는 이유로 도수치료나 추나요법 등을 실손보험으로 과도하게 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곳이 한의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다보니 보험사들의 볼맨소리에 반박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애초에 병원 의료비를 모두 보장해준다고 보험을 팔아놓고, 이제와서 적자라며 판매를 중단한다는 등 남탓을 하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실손보험 본연의 목적에 맞게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의료비를 정당하게 보장받으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일부 발생하는 이런 과잉진료나 의료쇼핑의 공통점은 모두 `고가`라는 점입니다. 가격이 비싸니 최대한 보험의 힘을 빌리려고 하겠죠. 이로 인한 높은 손해율은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적자를 못 이겨낸 보험사들이 실손 판매를 중단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실손 가입 문턱을 높이기도 했죠.
놀라운 사실 하나 더, 실손 전체 가입자 중 65%가 무사고자입니다. 결국은 일부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가입자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온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보험사들이 판매를 중단하고 가입 문턱을 높이면 신규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겠죠. 과도한 진료나 실손보험 악용은 결국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실손보험을 놓고 의료업계와 보험업계의 갈등도 더욱 심화될 전망인데요, 무엇보다 선량한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돼야 할 것 같습니다.
★ 슬기로운 TIP
"실손도 자동차보험처럼 병원에 많이 가는 사람은 더 내고, 병원에 안 가면 덜 낼 수 없나요?" 실손보험료 인상이 논란이 될 때 마다 많은 분들이 민원이 제기한 부분입니다. 결국 정부가 이 민원을 받아들였죠. 최근 정부가 개편한 4세대 실손보험은 말 그대로 `쓴 만큼 내는` 보험입니다. 앞으로 실손보험에 가입하시는 분들은 개편된 4세대 실손에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자기부담금을 높여 기본보험료는 상당히 저렴합니다.
보험업계를 담당하다보니 주변에서 "4세대로 갈아타야 해?"라고 물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보험은 함부로 갈아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미 실손이 있으신 분들 중 병원 이용이 많지 않은 젊은 층의 경우 당장 내고 있는 보험료가 부담이 되신다면 전환을 고려하셔도 좋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실손은 이전 1~2세대 보험에 비해 기본 보험료가 훨씬 저렴하고, 추가로 비급여 진료가 없을 경우 보험료를 5%대로 깎아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병원에 자주 간다면 보험료 역시 할증이 됩니다. 그렇다면 병원 이용량이 많은, 특히 비급여 이용이 많은 고령층이라면 4세대 실손이 오히려 더 불리하겠죠. 수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지만, 애초에 과도하게 불필요하게 설계된 보험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해지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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