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식 경영'…부실 기업 수두룩
"시간차 이용한 경영 방법일 뿐"
관련 피해 집계 사례만 3년간 695건
금감원, 모바일상품권 전수 조사
얼마 전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으로 100만 명의 가입자를 혼란에 빠트린 머지포인트 사태.
그런데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미등록 업체들이 지금도 버젓이 운영 중인 것으로 저희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일부 업체에서는 벌써 비슷한 문제로 또 다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먼저 배성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머지포인트보다 더 대박"이다.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 중인 A 업체의 광고 문구입니다.
이 업체가 발행한 5만 원 상품권의 할인율은 무려 24%.
`무조건 20% 할인`을 내세웠던 머지포인트보다 높습니다.
구매한 상품권은 이마트와 홈플러스,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머지플러스처럼 전자금융업자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상품권 구입 문의란에는 개인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습니다.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해봤습니다.
"제한적이지만 아직 할인권 사용이 가능하다"라고 안내합니다.
[A 업체 관계자: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가?) 사용은 가능해요. 근데 같은 곳에서도 예를 들어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때 지금은 스타벅스 한 잔 밖에 안 돼요. 하루에 한 잔, 그런 식으로 하나밖에.]
사실 이 업체는 이번 달 중순부터 대형마트 금액권 사용을 슬쩍 막았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상품권을 교환해달라며 항의 중인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처럼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 중인 업체들은 금융당국도 파악이 쉽지 않을 만큼 그 숫자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업체는 어떻게 이렇게 싼 금액에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할 수 있는 걸까.
과거 모바일 상품권 업체를 창업해본 경영자를 만났습니다.
할인 방법을 묻자 `시차를 이용한 방식`이라고 주장합니다.
[모바일상품권 창업 경험자: 시간 차, 공간 차라는 게 있잖아요. 만약 10만 원짜리를 충전했다 그러면 그것을 한 달 만에 쓰는 사람도 있고, 두 달 만에 쓰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한 번도 안 쓴 사람도 있고. 한강물에 물 흐르는 것하고 똑같은 거죠.]
이용자 수만 많다면 이용자들의 충전금을 활용해 사업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모바일상품권 창업 경험자: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고 카카오도 마찬가지고, (이제는) 원가 개념을 따지는 게 아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쓰느냐가 수익 모델이더라고요.]
이렇게 되면 소비자와 음식점, 상품권사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자본금이 부족하다 보니 이번 머지포인트와 같은 `머지런` 사태가 발생하면 대처할 방도가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경제TV가 취합한 모바일 상품권 대형업체들의 재무 구조는 하나같이 취약했습니다.
매출 100억 원이 넘는 모바일 할인권 업체 B, C의 경우, 한 곳은 자본잠식, 다른 한 곳은 부채 비율이 무려 91%에 달합니다.
티몬과 네이버에 상품권을 공급하는 D 업체의 신용등급은 주의를 요한다는 의미의 CCC+.
금융감독원은 이들 업체를 모두 조사 대상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앵커>
정치경제부 문성필 기자 나왔습니다.
리포트에서 본 것처럼 머지플러스와 유사한 업체들이 여전히 영업 중인데요.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머지포인트 사태는 금융당국 관할범위 바깥의 규제사각지대에서 발생한 디지털 범죄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검경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범죄행위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시선은 모바일 상품권을 발급하는 업체들로 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수 조사 중인데요. 모바일 상품권과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구분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어떻게 구분할 지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외부 법무법인에 유권해석을 맡기거나 법률 검토를 한 적도 없습니다. 머지포인트 사태 터지고 책임론이 불거지자 일단 전수조사를 시작한 겁니다.
<앵커>
전수조사 중이라고 했는데, 금융당국 레이더망에 걸린 업체가 있습니까.
<기자>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아직은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유심히 지켜보는 회사가 있긴 합니다. 이 업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공식 대행사를 맡고 있을 정도로 모바일 상품권 사업자 중 규모가 큰 편입니다. 하지만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되진 않았습니다.
이처럼 모바일 상품권 사업자들은 대부분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 중입니다. 8월 9일 기준으로 전자금융업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등록된 업체 수는 67곳에 불과합니다.
<앵커>
이 업체가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기자>
이 업체가 운영하는 앱을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보시면 충전 버튼이 있는데요. 카드 결제 등을 통해 금액을 충전하면, 이 충전금액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커피숍이나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상품권을 사거나 직접 결제가 가능한 구조인데요. 금융당국은 충전액으로 직접 결제가 부분을 전자금융업자 등록이 필요한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머지플러스의 `머지 머니`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이 업체는 현재 직접 결제 서비스는 중단한 상태입니다.
<앵커>
모바일 상품권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가 집계되고 있습니까.
<기자>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터넷/모바일 상품권 소비자 피해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2019년부터 올해 8월 20일까지 최근 3년간 접수된 피해 사례가 695건에 달합니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나서 기간 연장 또는 환급을 요구했는데 사업자가 거부한 적도 있고요. 미사용 상품권 구매 취소와 함께 환급을 요구했더니 사업자가 이를 불가하다고 통보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 구매한 상품권으로 제품을 구입하려고 했는데 상품 가격이 인상됐다며 추가 결제를 요구한 사례도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상품권 시장 규모는 2019년 3조 3,239억 원으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모바일 중심의 빠른 변화를 소비자 보호 제도 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소비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도 있을텐데,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금액을 먼저 충전해서 나중에 사용하는 형태라면 전자금융업에 등록을 한 업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전자금융업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요보다 지나치게 많은 금액은 충전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 과도한 충전을 하는 것을 지양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상으로는 200만 원까지 충전이 가능한데, 거기는 미등록 업체니까 아마 무제한적으로도 충전을 할 수가 있을 겁니다. 보통은 이제 지금 네이버페이나 다른 페이들은 자동 충전 기능이라는 것을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0원이 돼 있더라도 결제를 할 때 즉시 충전이 되면서 사용하는 그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의 경우에는 사실상 머지포인트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자에 의해 충전금액이 적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잔액이 적게 되는 겁니다.]
<앵커>
정치경제부 문성필 기자였습니다. 문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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