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가 350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유동성 위기가 오는 23일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지난 20일이 은행 대출 이자 지급일이었던 가운데 23일은 헝다의 일부 회사채 원금 상환 및 쿠폰(채권 이자) 지급이 예정된 날이어서 업계에서는 이날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헝다의 부채 상환 능력을 일차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가 발행한 8천350만 달러(약 993억원) 어치의 5년물 채권 만기가 23일 도래한다.
다만 채권 계약서상으로는 예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까지는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낸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헝다는 또 이날 2억3천200만 위안(약 425억원)의 위안화 채권 쿠폰을 지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지난 20일까지 은행 등 금융 기관에 일부 대출 이자를 내야 했지만 헝다가 정상적으로 이자 지급을 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헝다가 이미 많은 협력업체들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극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길이 막혀 결국 디폴트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급부상했다.
중국 일각에서 파산 관측까지 제기된 헝다의 작년 말 기준 총부채는 1조9천500억 위안(약 350조원)에 달한다.
이 중 헝다가 은행과 신탁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 규모만도 5천718억 위안(약 105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의 만기가 올해 안에 몰렸다.
중국을 대표하는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이던 헝다의 위기는 전체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로 전이되면서 업계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상태다.
20일 연휴 중 문을 연 홍콩 증시에서 헝다를 위시한 중국 본토 및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가 3% 급락하는 등 증권·채권 시장에서 공황에 가까운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의 채권 애널리스트인 저우촨이는 SCMP에 "가장 나쁜 부분은 헝다가 붕괴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의 주택 건설업체들이 헝다가 초래한 쓰나미에 익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큰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에는 향후 몇 달간의 유동성 고갈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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