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에서 최후를 맞은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가 절친한 친구이자 연인으로 알려지기도 한 스웨덴 백작 악셀 폰 페르센에게 보낸 편지에서 덧칠된 부분들이 식별됐다고 AP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누군가가 나중에 짙은 잉크를 사용해 글자 위로 의미 없는 다른 글자들을 덮어쓴 것들로, 프랑스의 연구진은 서로 다른 잉크들의 화학 성분을 분석해 각 잉크로 쓰인 글자 층을 구분해 내는 방식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이를 프랑스의 국립 기록원들에 보관된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센의 편지 15통에 적용해 숨은 글자들을 찾아냈으며 페르센 백작이 단어들에 잉크를 덮어씌워 삭제한 인물이라는 결론도 내렸다.
이 편지들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일가가 프랑스 혁명기에 국외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파리에 유폐된 1791년 6월∼1792년 8월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센이 주고받은 것들이다.
프랑스 군주제가 폐지되고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부부가 차례로 단두대에 오르기 직전의 절박한 시기였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센은 편지들에서 정치적 사건들과 개인적인 감정을 논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된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안 미슐랭 소르본대 보존연구소 연구원은 "그 시대 사람들은 과장된 언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여기에는 정말 강렬하고 친밀한 언어가 쓰여 있다"며 "연인 관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풀이했다.
`미치게`, `사랑하는` 등 이들 편지에서 덧칠로 지워진 낱말들은 전체적인 글의 맥락은 유지하면서도 친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어조를 바꿀 수 있는 것들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글씨체 등을 분석해 글자를 덧쓴 사람으로 페르센을 지목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18세기 유럽 역사·문학 전문가 디드러 린치 하버드대 교수는 "페르센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미덕을 보호해주려 했던 것 같다"며 소중한 편지들을 내버리지 않는 대신에 민감한 내용을 가리는 방식을 택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