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특별이익제공 규정 위반 소지 있어"
"대표님, 법인보험에 가입하신 뒤 3년만 유지하시면 됩니다. 3년 후 해지하시고 손실보는 부분은 저희가 수수료로 보전해드릴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대표님 자녀분이 설계사로 등록하시면 됩니다. 자녀분을 통해 수수료를 지급해드릴게요."
개인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 영업이 쉬지 않은 법인보험. 최근 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법인보험 영업방식입니다. 실제로 많은 보험대리점이 이렇게 수수료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보험료는 법인 돈으로 내고, 해지 후 손실이 나면 손실분은 법인 대표의 가족이 따로 챙기는 영업방식, 언뜻 봐도 정상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주 방송을 통해 관련 보도를 했었는데(관련기사 : "수수료 돌려드려요"…GA 법인영업 `요지경`),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 법인은 손실, 개인은 이득인 이상한 셈법
법인보험 취재를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제보들이 모두 유사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보험대리점업계에서는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는 영업방식이었던 겁니다. 먼저 제가 제보를 받은 법인보험 영업방식을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보험대리점이 계약을 체결하려는 법인 대표이사의 아내나 자녀 등 가족에게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권유합니다. 보험설계사 자격을 갖춘 대표의 가족은 보험대리점에 설계사 코드를 냅니다. 설계사 코드가 있는 자녀는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법인과 보험계약을 체결합니다. 법인보험은 개인보험과 달리 보험료가 비싼 대형계약입니다.
제가 실제 제보를 받은 사례는 월보험료 1,000만 원짜리 법인보험이었습니다. 보험료가 상당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이 보험을 3년만 유지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여기서 조건을 3년으로 제시한 이유, 보험유지율 때문인데요. 너무 빠른 기간 안에 보험을 해지할 경우 해당 실적으로 수수료를 받은 설계사가 다시 수수료를 뱉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인은 보험료로 매월 1,000만 원을 3년 간 납부합니다. 3년 후에는 법인은 재정적 어려움이나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일부러 보험을 해지합니다. 3년간 보험료를 납부했으면 원금이 3억6,000만 원이지만,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에는 손실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은 해지환급금으로 약 2억 원을 돌려받습니다. 이렇게 되면 법인 입장에서는 보험가입으로 1억6,000만 원을 손해보게 된 셈이죠.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됩니다. 하지만 손실분 1억6,000만 원은 설계사 자격을 취득한 법인 대표의 자녀에게 수수료로 지급해줍니다. 법인이 손해를 보면서 법인 대표의 가족이 이익을 보는 형태입니다.
◆ `특별이익제공금지` 규정 위반 우려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보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도 설계사 자격이 있는 대표 자녀에게 모집수수료가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법인의 손해는 비용으로 처리가 되기 때문에 법인 입장에서는 `절세 방안`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애초 계약 당시부터 계약 실적만을 노리고 수수료 나눠먹기를 위한 판이 짜여졌다는 점입니다. 일정 기간만 보험을 유지하도록 애초에 조건을 내걸고, 수수료 지급을 위해 설계사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런 사례는 해당 자녀의 코드로 계약된 보험이 아버지의 법인 계약 단 하나입니다. 수수료를 돌려받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한 설계사 자격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개인보험 계약 과정에서도 수수료를 나눠주거나 일부 보험료를 설계사가 대신 내주는 등 실적을 쌓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동원돼 왔는데, 이번 대상은 법인보험입니다. 법인보험은 월보험료가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액보험인데다 기업의 세금 문제까지 맞물려 있어 보다 민감한 이슈일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 대표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돈이 없어 달콤한 유혹일 수 있지만, 자칫 특별이익제공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입니다.
◆ "수수료 돌려줘도 남는 장사"
그렇다면 이런 영업방식, 원수사인 보험사들은 모르고 있을까요? 제가 받은 제보 일부에는 이런 영업이 이뤄지는 것을 알고도 "우리 회사 보험을 더 팔아달라"며 보험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실제 상품 판매가 이뤄지는 보험대리점에 보험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사례는 이전부터 유명했죠.
소비자들의 권익이 우선되기 보다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과도한 경쟁이 낳은 폐해로 지적됩니다. 특히 이런 리베이트나 수수료 지급이 현금으로 이뤄질 경우 적발이 힘들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보험대리점이 법인보험 계약 과정에서 수억에 달하는 수수료를 돌려주면서까지 영업이 가능한 이유, 바로 보험사(원수사)에서 받는 어마어마한 리베이트 덕이라는 게 제보자들의 설명입니다. "보험 해지 손실분을 전부 법인대표 가족에게 다시 돌려주면 보험대리점은 남는게 없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왔던 답변은 "돌려주고도 남는 장사니까 하는 겁니다"였습니다.
★ 슬기로운 TIP
이런 법인보험 영업방식은 보험대리점의 `경영인컨설팅` 또는 `절세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법인의 절세를 돕는다며 다가오는 유혹의 손길, 그러나 자칫 보험모집 질서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법조계의 해석이 있어 슬기로운 TIP으로 공유합니다.
사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법인의 돈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손실분에 대한 수수료를 대표 자녀가 취득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은 `업무상 배임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보험설계사인 특수관계인은 법인 대표가 업무상 배임죄를 저지르는데 도움을 주었거나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으므로 업무상 배임죄의 방조범 또는 공동정범의 죄책을 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한가지, 보험업법은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가 계약체결 또는 보험모집과 관련해 보험계약자에게 금전 등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험설계사로 활동하면서 영업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오로지 특수관계인이 있는 보험만을 체결해 그 수수료를 챙길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경우, 특별이익제공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는 해석이 있는 만큼 유의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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