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유가 100달러 육박…韓도 물가대란 '경고등'

입력 2021-10-17 08:00   수정 2021-10-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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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육박하면서 글로벌 물가대란이 국내로 엄습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이달 6일 배럴당 80달러대(80.55달러)에 처음 진입한 이후 지난주 내내 종가 기준으로 81∼82달러대에 머물렀다. 이는 2018년 10월 4일 84.44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다.

다만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원화로 환산하면 양상이 달라진다. 통상 국제유가의 강세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약세를 의미하고 이는 곧 원화의 강세로 연결됐던 과거의 일반적인 공식이 이번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종가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 12일로 원화 가치는 달러 당 1,198.8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종가기준으로 82.07달러였음을 고려하면 배럴당 가격이 원화로 9만8천385원까지 오른 셈이다.

두바이유 최근 고점이었던 2018년 10월 4일의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29.9원이었다. 배럴당 원화 가격은 9만5천409원으로 지난주보다 쌌다.

원화 환산 두바이유 가격이 이처럼 비쌌던 시기는 고유가 시대의 끝자락인 2014년 10월1일(9만9천384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3.52달러로 지금보다 배럴당 10달러 이상 높았다.

두바이유 배럴당 가격이 95.19달러였던 2014년 9월 15일에도 원화 환산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9만8천807원으로 지난 12일(9만8천385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엔 원/달러 환율이 1,030~1,060원대였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환율까지 고려한 국내 체감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하는 상황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는 경기 회복과 석유 수요 증가 등 여파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원/달러 환율 역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 원화 자산의 해외투자 확대 등 수급에 따라 출렁이는 추세다.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 9월 중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원/달러 환율 1,200원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펀더멘털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가와 환율의 동반 급등이 국내 물가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는 단순히 석유류 가격을 넘어 다양한 상품의 가격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원재료 성격도 강한 데 반해 정부로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물가 상승률을 0.1%까지 끌어내렸던 통신요금 지원 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 10월 물가는 대폭 오를 수밖에 없는 데다 유가와 환율 등 외생변수의 영향이 더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글로벌 공급망 악재까지 국내에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보다 상당 수준 오를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다면 2012년 2월(3.0%) 이후 근 10년 만에 처음 일이 된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까지 함께 겪는 일부 선진국의 경우 물가 상황이 우리보다 심각하다. 일례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9월에 5.4% 올랐다. 2008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률이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 가격과 물류대란, 원자재 부족 사태 등이 결합돼 나타난 현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입 가격이 오르면 결국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원자재나 유가 상승은 경제 회복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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