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약탈했던 후기 인상파 거장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
1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고흐가 1888년에 그린 수채화 `건초 더미`(Wheat Stacks)로, 프랑스 아를 지역의 밀밭에서 수확 중인 여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CNN은 이 그림이 내달 11일에 열리는 경매에서 최대 3천만 달러(한화 350여억 원)에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190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에서 열린 고흐 회고전에서 대중에 마지막으로 공개된 바 있다.
이 작품을 두고 경매업체 크리스티 측은 "당시 반 고흐가 빠져 있던 `자포니즘`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자포니즘은 19세기 중반 이후 서양 미술 전반에 나타난 일본 미술의 영향을 뜻하는 용어다.
크리스티에 따르면 건초 더미는 목가적인 풍경을 담은 그림 내용과 상반되게 지금껏 그림 소유주가 여러 차례 뒤바뀌는 험난한 여정을 겪었다.
당초 해당 작품은 고흐의 동생 테오의 소유였지만 이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1913년에는 유대인 사업가인 막스 메이로프스키가 이를 구매했다. 하지만 독일에 거주했던 그는 유대인 박해를 피해 도피했고, 프랑스에 있는 독일 미술상에 이 그림을 맡겼다.
이후 또 다른 유대인인 미리암 캐롤라인 알렉산드린 드 로스차일드가 이 작품을 소유하게 됐지만, 그녀 역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스위스로 도피했고 당시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가 건초 더미를 포함해 로스차일드가 갖고 있던 작품을 약탈했다.
건초 더미는 1941년 나치가 예술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했던 프랑스 국립 주드폼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이후 오스트리아로 옮겨진 그림은 신상이 알려지지 않은 개인 수집가에게 넘어갔다. 로스차일드는 전쟁 후 건초 더미를 되찾으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1978년 미국 뉴욕에 있는 갤러리가 이를 인수했다.
이후엔 인상주의 작품 애호가인 석유 부호 에드워드 로크리지 콕스가 이를 다시 사들였다. 이런 까닭에 콕스 사망 후 건초 더미의 소유권을 두고 전 소유자의 후손 간 분쟁이 일기도 했다.
(사진=크리스티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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