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비싼 현대엔지니어링…왜 대장주일까 [이슈+]

김민수 기자

입력 2022-01-11 17:29   수정 2022-01-11 17:42

    <앵커>
    기업공개를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IR에 돌입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단숨에 건설업 대장주를 노릴 정도로 높은 몸값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지만,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분위기인데요.

    부동산부 김민수 기자와 함께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먼저 전반적인 공모 개요부터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5만7900원~7만5700원입니다. 이를 반영한 시가총액은 4조6300억~6조5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건설업종 1위인 현대건설 시가총액이 5조1000억 원인데, 뒤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달말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가 정해지고, 다음달 초 상장에 들어갑니다.

    현재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가 한창 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건설사 시가총액 1위를 노릴 정도인데,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산정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공모가 산정을 위해 모두 12곳의 비교그룹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와 해외 유수의 건설사들의 가치를 따져 그 평균값을 바탕으로 몸값을 산출했는데요.

    `EV/EBITDA`라는 방식으로 배수를 구했는데, 쉽게 설명하면 비교 대상 회사들의 기업 가치가 1년에 벌어들이는 현금성 영업이익의 몇 배인지 계산한 겁니다. 그 평균 배수를 현대엔지니어링 이익에 적용해 기업 가치를 구했는데요.

    눈에 띄는 것은 12곳의 비교 대상 기업 중 9곳이 세계적인 시공사나 설계 기업들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건설사는 단 3곳뿐입니다.

    워낙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기업들이다보니 이들 해외 기업들의 EV/EBITDA 멀티플, 배수는 평균 13.82배에 달했습니다. 이에 반해 국내 건설사 3곳의 평균은 5.1배에 불과한데요.

    이렇게 12개 국내외 건설사들의 평균을 구한게 11.64배고, 이를 기준으로 적정 시가총액 7조 원을 산출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모가가 결정된 겁니다.

    이렇다 보니 세계적인 건설사들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몸값을 높여잡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공모가를 산정한 방식으로만 따지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건설사 수준이라는 건데, 실제 매출도 그런가요?

    <기자>
    우선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현대엔지니어링의 7조원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는 대체로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설계나 조달, 시공 역량도 글로벌 기업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최근 공시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3분기 매출 비중을 보면, 주택사업과 플랜트가 거의 절반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출 비중으로 볼 때, 국내 대형건설사와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앵커 >
    몸값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한데요. 국내 건설사 평균보다 2배 이상 비싼거군요?

    <기자>
    그래서 국내 건설사를 기준으로 다시 한번 공모가를 계산해봤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증권신고서에 비교그룹으로 선정한 국내 건설사 3곳 중에 EV/EBITDA 배수가 가장 높은 곳이 GS건설인데요. 국내 건설사 3곳 평균인 5.1배보다 다소 높은 6배입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는 7조 원이 아닌 4조66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현재 공모가 밴드 하단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죠.

    기업가치 4조6600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공모가 밴드는 2만3700원~4만5100원이 됩니다. 현재 공모가 절반 수준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이익 추정치를 바탕으로 주가수익비율, PER도 한 번 따져봤습니다.

    최근 몇년간 현대엔지니어링의 이익 개선세를 반영해, 올해 순이익을 대략 3500억 원 정도로 잡아봤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추정 PER를 따져봤을때, 공모가 밴드 상단은 PER 17.3배, 하단은 13.2배에 달합니다.

    지금 건설업종 평균 PER은 8배 정도니까 상당히 높은 수준이구요.

    현재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포워드 PER, 그러니까 내년 이익 전망치를 바탕으로 계산한 PER 역시 10배를 넘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앵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대주주가 현재 건설업종 시가총액 1위인 현대건설인데, 이것도 뒤집히는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10일) 종가를 기준으로 현대건설 시가총액은 5조1천억 원으로 건설업종 1위인데요.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가 밴드 중간 이상으로만 상장해도 시가총액 1위를 내주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상장으로 현대건설이 가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6.7%의 가치만 따져도 2조 원 안팎이 되거든요.

    매출이나 이익까지 따져봐도 압도적인 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 몸값이 더 높다는 걸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높은 공모가가 매겨진 이유나 시장의 의문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요. 이제부터는 이렇게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결국 미래가치를 보고 현대엔지니어링에 투자하라는 얘기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나 상장주관사들이 공모가를 정하면서 그 부분을 꼼꼼히 따져봤을 겁니다.

    먼저 원론적인 분석부터 해보겠습니다. 지금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양한 신규 사업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존 건설사들이 하는 사업들은 아니죠.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출한 투자설명서를 보면 사업 다각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와있습니다.

    신규 사업으로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기물 재활용, 소형원자로(MMR, Micro Modular Reactor), 수소 생산 등을 이미 시작했거나 한창 준비중인데요.

    이번에 들어오는 공모자금 역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사업 다각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주가 아닌 신재생에너지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되겠죠. 주가 측면에서도 건설업종과는 다른 멀티플을 적용받게 되는거죠.

    <앵커>
    높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도 의외인 것 같습니다. 흥행에 대해서는 낙관하는 분위기구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기자>
    공모주에 대한 투자는 공모가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몸값에 대한 박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흥행을 대체로 낙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기보다,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는거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번 상장 이후에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지분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보유 지분이 상당 부분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상장을 통해 규모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이들 지분은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요하게 쓰일 재원입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를 높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거죠.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앵커>
    장외시장 현재 주가도 공모가 상단보다 훨씬 높군요. 이 역시 이런 기대감 때문인가요?

    <기자>
    특히 장외시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주가 11만 원을 넘는데요.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8조 원을 넘습니다. 한 때는 10조 원이 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지금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가 보수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하는데요.

    현재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밴드가 최대 6조 원인데도 장외에서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상장 후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주가 관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 건데, 당장은 비싸보이지만 앞으로를 기대한다는 거죠.

    또 상장 후 유통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의 25% 밖에 안된다는 점도 주가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상장 후에도 대주주인 현대건설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의 지분이 75%에 달하거든요. 이 지분들은 상장 후 6개월간 보호예수로 묶이게 되구요.

    다음달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의 자발적 보호예수까지 더해지면 유통 물량은 더욱 줄어들겠지요. 이 부분도 상장 후 주가 흐름에 긍정적입니다.

    <앵커>
    올해 건설주에 대한 전망이 대부분 긍정적인데, 이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겠군요.

    <기자>
    증권가에서는 건설주가 올해 못오르면 앞으로도 오를 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만큼 올해가 좋다는 건데요.

    특히 2018년부터 반등하고 있는 주택분양 확대로, 매출 상승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발생하는 국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의 주가가 구조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주요 대선주자들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하면서, 정책 수혜주로서의 모멘텀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몇년간 주택사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역량을 확대해왔는데요.

    주택사업은 플랜트 사업에 비해 수익성도 높고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적기 때문에 올해는 기대감을 가질만 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둘러싼 주요 이슈 살펴봤는데요. 결국 시장과 투자자가 판단할 문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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