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 또 물 건너가나...상장예심 연기 '가닥'

조현석 

입력 2022-01-19 17:38   수정 2022-01-19 17:38

    <앵커>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추진한 교보생명 상장이, 이번에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주주간 지분 갈등을 이유로 상장예비심사를 연기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말 교보생명이 청구한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에 대해 최근 연기 결정을 내리기로 잠정 결론냈습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지분 24%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 어피너티 컨소시엄과의 지분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1대 주주와 2대 주주의 경영권 분쟁 또는 중요한 소송 분쟁이 있는 경우, 그 내용이 상장 이후 경영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승인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번 상장이 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불거진 카카오 경영진의 먹튀 논란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상장 이후 잠재적 매도 물량, 이른바 오버행 이슈가 큰 기업의 상장 심사에선 거래소가 자발적 보호예수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교보생명의 경우엔 주주간 사이가 틀어져 이마저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상장 이후에 주주들이 여럿 더 생긴다는 것인데, 새로 진입한 투자자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상장심사에서 걸러내는...]

    거래소는 교보생명 주주간 풋옵션 분쟁 결과가 어느정도 명확해진 이후에나 심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에따라 올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한 교보생명 상장은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양측은 지난해 나온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판정을 놓고 서로 이겼다고 주장하며, 새해 들어서도 법적 분쟁을 이어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너티간, 갈등이 워낙 복잡해서, 먼저 간략하게 개요부터 짚고 얘기 나눠볼까요?

    <기자>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간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때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주당 24만5천원, 총 1조 2천억원을 투자해 이를 인수했습니다.

    2015년 9월 30일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도 걸었습니다.

    그런데 교보생명이 이런 저런 이유로 약속한 기한 내에 상장을 못하자,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10월에 풋옵션을 행사했습니다.

    신창재 회장에게 주식을 되사가라는 거였는데,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가 무효라고 인정하지 않으면서 최근까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갈등이 있으면 상장이 쉽지 않다는 것을 교보생명이 몰랐을리 없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교보생명은 표면적으론 내년에 도입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해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적으론 교보생명이 소송과 관련해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어피너티측이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했는데, 그 가격이 주당 40만9천912원, 인수금액 24만5천원보다 15만원 가량 높습니다.

    교보생명은 이 가격이 과대평가됐다, 가격 산출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법위반을 했다며 고발을 해서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거든요.

    그런데 상장 과정에서 시장 가치가 나오게 되면, 이를 통해 풋옵션 가격이 얼마나 부풀려진 것인지 주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상장은 협상용 카드가 하나 더 생긴다는 점에서 신창재 회장에게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어피너티측은 교보생명이 기한내 상장을 안해서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이제 상장할테니 풋옵션 그만 거둬들이고 "주식시장에서 시가로 주식 팔고 나가라"고 제안 할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은 나머지 차액만 주고 풋옵션을 해결하면 됩니다.

    제시된 풋옵션 가격에 지분 24%를 인수하려면 2조원 정도 자금이 필요한데, 상장 후 차액만 물게 되면 신 회장은 비용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주주간 갈등과 IPO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나요?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까요?

    <기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일단 지난해 나온 국제상업회의소 결과를 놓고 서로 승리했다 주장하고 있며 법적 다툼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재재판부 결정을 잠깐 보면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고,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는데 그러면서도 제시한 가격대로 풋옵션 이행해달라는 어피너티 요구는 기각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상장보다 풋옵션 이행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어피너티 측은 최근 신 회장의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 건데 이어 국제상업회의소에 2차 중재 신청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피너티측은 상장보다 풋옵션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게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IPO를 방해하려는 흡집내기 그만두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중재 신청 받아들여지면 앞으로 상당기간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단 1차 분수령은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1심 재판 결과가 될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어피니티측과 회계법인이 풋옵션 행사를 위해 교보생명의 주가를 부풀렸다는 혐의인데,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상장 추진과 주주간 갈등의 양상에도 변화가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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