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혁신 실험실 된 편의점 [이슈플러스]

박승완 기자

입력 2022-01-20 17:34   수정 2022-01-20 17:35

    롯데, 신세계에 설욕
    인수 효과 미지수
    값싸고 다양한 상품 구색
    유통 전초기지 '편의점'
    유통혁신 실험실 된 편의점
    <앵커>

    미니스톱 쟁탈전에서 맞붙은 유통공룡들. 그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 짚어봅니다. 산업부 박승완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미니스톱은 4년 전에도 매물로 나왔었죠?

    <기자>

    네, 한국 미니스톱은 일본 이온그룹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데요.

    지난 2018년에도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종 불발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롯데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였는데요.

    이번 인수전에서 롯데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본입찰에 전격 참여를 선언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앵커>

    곧장 본입찰로 직행했다? 이유가 뭡니까?

    <기자>

    신세계그룹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편의점 이마트24를 운영 중인 신세계가 미니스톱을 가져가면 업계 3위 자리를 위협받게 되기 때문인 거죠.

    지난해 이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는데요.

    이베이를 놓친 롯데가 미니스톱도 신세계에 넘겨줘선 안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의 분석입니다.

    [김익성 / 동덕여대 교수(한국유통학회 고문) : 신세계 이마트와 기존 경쟁 구도에서 심리적으로 더 이상 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작동을 했으리라 봅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신세계 이마트와의 인수전에서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승리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이…]

    <앵커>

    라이벌을 잡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인수 가격 3천억 원. 적당한 겁니까?

    <기자>

    당초 시장이 내다본 적정 인수가는 2천억 원이었습니다.

    롯데는 이보다 1천억 원을 더 써내 협상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했는데요.

    신세계 이마트가 이베이 인수에 3조 4천억 원을 지출한 만큼 자금 동원력에서도 롯데가 유리한 상황입니다.

    다만 지난 2018년 매각이 결국 불발된 것도 가격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어서, 최종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앵커>

    2천억 원짜리를 3천억 원에 사겠단 셈인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짚어보죠.

    <기자>

    네, 편의점 업계는 지난 2018년에 새로운 점포 오픈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지나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기존 점포 50~100m 내에선 신규 편의점을 만들 수 없도록 한 겁니다.

    협약 기한은 당초 2021년 말에서 3년 연장돼 2024년 말까지 적용되는데요.

    미니스톱 인수는 이를 어기지 않고 단 번에 2,600여 개 점포를 늘릴 수 있는 기회인 셈입니다.

    <앵커>

    신규 출점이 막혀 있으니 기존 점포 간판을 바꿔다는 방식으로 세력을 키운다는 의미군요.

    <기자>

    네, 미니스톱은 편의점 내 즉석식품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죠.

    다만 기존 미니스톱 점포들이 주요 상권에서 떨어져 있어 아쉽다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는데 2020년 기준 매출이 1조 795억 원, 영업적자는 14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수 후 소속 점주들이 경쟁사로 옮기겠다 해도 이를 막을 수 없어 부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었습니까?

    <기자>

    이번 인수전의 주인공인 롯데가 비슷한 경험을 겪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000년과 2010년에 각각 로손, 바이더웨이를 인수했었는데요.

    당시 인수로 몸집 부풀리기를 기대했지만 실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좀처럼 선두권 진입에 힘겨워하는 모습입니다.

    롯데가 편의점 브랜드의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을 텐데도 인수에 나선 셈이죠.


    <앵커>

    종합해 보면, 인수를 통해서 단번에 규모를 키울 수는 있지만 실적으로 연결시키기엔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정리할 수 있겠군요.

    그럼에도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공룡들이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습니까?

    <기자>

    네, 편의점 몸값이 오른 이유, 네 가지로 추려봤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가격 경쟁력에서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투 플러스 원`이나 `맥주 네 캔 만 원` 등 할인 행사가 시작된 점이 편의점이라고 하는데요.

    편의점들이 모든 계층에게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값이 싸다는 인식을 주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실제로도 주류나 간단한 간편식을 살 때는 편의점을 많이 찾는 듯합니다.

    <기자>

    맞습니다,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이 되는데요.

    편의점에서의 가정간편식 판매액은 코로나 기간 2년 동안 연평균 10%씩 성장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또 하나는 컬래버레이션이나 실험적 제품을 선보이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식품 기업이 만든 신제품을 편의점에 내놓음으로써, 주 이용층이자 미래 소비자인 청소년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편의점 주 이용층이 1인 가구나 직장인인 줄 알았는데요. 의외입니다.

    <기자>

    네, 청소년들이 주로 구매하는 가공유 판매량이 이를 증명하는데요.

    바나나맛우유, 딸기우유 등이 대표적입니다.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판매액(4,014억 원)이 전년(4,393억 원) 대비 9% 줄어들었는데, 학생들의 등교가 중단되면서 편의점 방문도 급감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연구원 인터뷰 확인하시죠.

    [문경선 / 유로모니터 연구원 : 편의점은 1인 가구,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채널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요즘은 그게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편의점에서 굉장히 많은 활동들을 합니다. 친구들과 사교활동도 하고 편의점 있는 여러 가지 라면이나 음식들을 조리해서 먹으면서, 그것이 신제품으로 출시될 정도로…]

    <기자>

    배달과 물류 전초기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편의점의 강점입니다.

    유통 업체들은 온라인 시장 비중이 커지면서 풀필먼트 설비가 절실한 상황인데요.

    풀필먼트는 판매 상품을 보관하고 재고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를 단번에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도심 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매장을 `마이크로 풀필먼트(Micro-fulfillment) 센터`라 하는데, 편의점 공간을 이커머스의 전초기지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편의점에 관심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앵커>

    유통 전진기지가 된 편의점. 앞으로도 활용도가 커지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박승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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