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가는 길 - 해발 1,800미터 고지를 넘어서 [K-VINA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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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1-27 18:33   수정 2022-01-27 20:06

루앙프라방 가는 길 - 해발 1,800미터 고지를 넘어서 [K-VINA 칼럼]

영상 20도, 이 좋은 정월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이 좋은 계절에

가만히 있자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코로나로 꼼짝 못하는 세월이 되었지만

걷기에 참 좋은 날씨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후회가 될 것 같아

혼자서라도 오랜만에 길을 떠나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가 루앙프라방이 번뜩

도시전체가 아담하니 고전적이며

유네스코가 지정(1995년)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옛 왕궁과 사원 등 볼거리가 넘쳐나고

메콩강과 칸강이 아우르고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14세기 옛 라오스 란상 왕국의 중심지

무엇보다도 해발 700미터 위에 걷는

고도의 서늘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난해(2021년)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고속열차(라오차이나 기차)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속도와

라오스 첫 열차여행이라는 생소함에 고민이 되었다

또한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 4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빠름 대신 낯선 느림을 선택했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까지는 고속도로(1시간 30분)

방비엥부터 루앙프라방까지 4시간의 산악길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모두들 위험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러나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길

그리고 오늘 누군가는 넘어가고 있을 길

그래서 이 길을 가기로 했다



가끔 오지체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바퀴가 빠지고 허기에 지친

두려움에 덜덜 떠는 어둠의 오한

이런 장면의 주인공이 될 줄을 몰랐다

방비엥부터 바위산들이 실록처럼 들어섰다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북쪽으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산하

산이 높아질수록 더 낮아지는 구름

카이(Kai)시를 지나자 바람결이 거칠어졌다

나뭇가지도 바싹 마른 1월 건기에....

갑자기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사방이 캄캄해졌다

검은 구름이 백미러를 확 핥고 지나간다

오르고 올라도 또 올라야하고

돌고 돌아도 또 돌아야하는 길

움푹 큰 웅덩이가 나타나 급정지를 하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산덩이만한 돌덩이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정신없이 한참을 오름길을 타다보니

앞이 텅 빈 듯 환해졌다

구름을 뚫고 까오락 산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해발 1800미터 구름 위를 뚫고서



그래 어쩌면 우리네 삶도 이런 것이지 모르지

한치 앞도 모르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보이지 않는 길

운전석을 바싹 세우고 허리도 바짝 기울여

보이지 않는 길을 보려고 눈에 불도 켰으나

그래도 보이지 않는다

1단 기어를 넣고도 연신 브레이크를 밟는다

내려가는 길이 더 어렵다

고개를 숙여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곧추선 목덜미가 아프다

바로 앞 3미터는 상상의 세상일 뿐이다

포장도로라기보다는 험한 산판길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예고 없는 운명 같은

꼬꾸라지기 쉬운 내리막길

한 시간 쯤 구름 속을 헤매였을까

구름에 빗긴 산이 겨우 눈에 잡힌다



구름 속을 나오자

고장 난 대형트레일러가 줄지어 서있다

한쪽 차선이 막혀 길이 뚫릴 때까지

반대차선은 꼼짝 없이 기다려야한다

전화기도 터지지 않아 박힌 화물트럭들은

한 삼일은 넋 놓고 기다려야할 판이다

길 중앙에서 어슬렁어슬렁

누가오든 말든 꼼짝 않고서 갈테면 가라고

두 눈만 동그랗게 휘둥그레한 소떼들

저 소떼들과 이야기하며

영상 10도의 열대의 추위를 녹여야할 판이다

저 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구름의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루앙프라방 도심에 우뚝 솟은

푸시(산)에 올라서니

커다란 황금사원들 위로 파란 하늘이 열렸다

해가 뜨기 전에

해가 지기 전에 늘 기도하는 사람들

구름은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를 향해 있다

내일이면 저 산 길을 다시 넘어가야하겠지

여기 산 아래 살고 있는 아담한 동네사람들과

날마다 은하수를 그리며 떨어지는

꽝시폭포의 에머랄드 물빛소리는

절대 가본 적이 없다는 저 구름 너머를

나는 또 혼자 가야한다

어쩌면 그 것이 산을 넘어온 자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루앙프라방 거리가 어둠에 스며들자

낮의 아늑함이 한층 고즈넉해진다

여행자의 발걸음은 멈추었지만

야시장 여기저기 모여서

하루 지나온 이야기를 하느라

맥주잔도 목이 마를 지경이다

이 길을 왜 왔느냐고

돌아갈 길을 굳이 왜 왔냐고 묻는다면

이유 없이 그냥 사는 날이 더 많지 않느냐며

루앙프라방 어린 소녀들은 피식 웃고 말 것이다



칼럼: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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