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동계올림픽(2월 4∼20일)을 밝힐 성화 봉송이 개막 이틀 전인 2일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이날 개·폐회식이 열리는 국가체육장(일명 `냐오차오`<鳥巢·새 둥지>) 인근 선린(森林)공원 광장에서 오전 9시(현지시간) 성화 봉송 발대식이 열린 데 이어 사흘간의 봉송이 시작했다.
첫날의 백미는 오후에 동계올림픽공원에서 이뤄진 로봇 2대의 수중 봉송이었다.
중국 중앙TV(CCTV) 영상에 따르면 컬링 경기의 `스톤`처럼 생긴 수륙 양용 로봇이 성화를 장착한 채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듯 물 안으로 입수했다. 성화봉의 불꽃은 물 안에서 꺼지지 않았다.
입수에 성공한 수륙양용 로봇은 물 안에 대기 중이던 다른 로봇의 성화봉을 점화시키는 것으로 임무를 다했고, 불을 넘겨받은 로봇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지상에서 다음 주자가 넘겨받을 때까지 성화의 불꽃은 온전히 타고 있었다.
로봇끼리 물 안에서 성화봉의 끝을 맞대는 고도의 로봇 조작 기술과 불꽃이 물 안에서 꺼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통해 `불`과 `물`, 두 상극의 물질이 서로 어우러지는 광경을 연출해냈다.
오전 발대식에 이어 시작한 봉송의 첫 주자로는 1963년 일본 나가노(長野)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중국의 첫 스피드스케이팅 세계 챔피언으로 등록된 뤄즈환(81) 씨가 나섰다.
두 번째 주자는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7호, 9호, 11호에 탑승했던 인민해방군 소속 우주비행사인 징하이펑 씨, 3번째 주자는 달 탐사를 주도한 중국우주기술연구원 기술고문인 예페이젠 씨가 각각 맡았다.
이들 중국의 `우주 영웅`과 더불어 재작년 인도와의 국경 충돌 때 크게 다쳤던 인민해방군 장교 치파바오가 봉송에 나서는 등 주자 선정에 `애국주의` 콘셉트가 두드러져 보였다. 중국 농구의 `전설` 야오밍과 영화계 거장 장이머우 감독도 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성화는 이날 베이징의 선린공원과 동계올림픽공원을 순회한 데 이어 3일 썰매 종목이 주로 열리는 옌칭(延慶)과 스키 종목이 열리는 장자커우(張家口)를 거쳐 4일 베이징으로 돌아와 성화대를 밝히게 된다.
3∼4일 성화는 옌칭 바다링(八達嶺) 만리장성, 장자커우 양위안니허완(陽原泥河灣) 유적지 공원과 명(明)·청(淸)시대 황제의 여름궁전이었던 베이징 이화원(이<臣+頁>和園) 등 베이징 안팎의 명승지를 다닌다.
중국의 역사·전통을 부각하는 동시에, 로봇들의 수중 봉송과 자율주행 차량 봉송 등 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콘셉트로 성화 봉송이 진행되는 셈이다.
전국에서 선발된 1천200명이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구간별로 1인당 짧게는 50여m, 길게는 100m 이상을 달린다. 4일 밤 개회식에서 냐오차오의 성화대에 점화할 최종 주자가 누구인지와 점화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성화는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간)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돼 다음날 아테네 파나테나이크 경기장에서 위짜이칭(于再淸) 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됐고 같은 달 20일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후 성화는 환영식을 거쳐 냐오차오 인근 베이징 올림픽타워에 전시됐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중국 내에서 130일간 성화를 봉송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방역을 감안해 사흘 동안만 진행한다.
이날 성화 봉송 발대식에서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한정 국무원 부총리가 봉송 개시를 선언했다. 또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차이치 베이징시 당 위원회 서기가 연설하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차이치 서기는 "우리는 올림픽 성화가 우리에게 자신감과 온기, 희망을 가져다주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어둠(암울함)을 떨쳐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성화 봉송의 슬로건은 `건강, 기쁨, 활력`이라고 대회 조직위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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