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회담을 위해 호주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11일 전망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호주 멜버른에서 4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마치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언제든 시작될 수 있는 시기다. 분명히 하자면, 올림픽 기간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우려를 키우는 골치 아픈 신호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신규 병력이 도착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위해 올림픽 기간에는 침공을 자제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이런 관측과 상관없이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단언하고 나선 셈이다. 베이징올림픽은 오는 20일 폐막한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현재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의 기능을 축소하고 있다면서, 국무부 명의로 현지의 미국인에게 우크라이나를 즉시 떠나라고 거듭 요청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와의 의견 차이를 `외교적 수단`을 통해 좁히기를 매우 강력하게 선호한다"며 "우리는 러시아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가 새롭게 공격적인 길을 간다면, 엄청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이런 원칙을 어기려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설령 지구 반대편의 일이라도 여기까지 충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에서 지켜보고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시선을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와 함께 대만·인도 등과 중국의 영토 분쟁까지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 앞서 취재진을 만났을 때는 인도ㆍ태평양지역에서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불가피한 것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새 중국은 자국 내에서도 공격적 행보를 보였고,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는 공격적인 수준을 넘어선 모습을 보여왔다"며 "우리는 이러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쿼드 외무 장관 회담에는 블링컨 장관을 비롯해 호주, 일본, 인도 등의 각국 외교 장관급 인사가 참석했다.
이날 회담에서 4개국 장관은 인도ㆍ태평양 권역에서의 중국의 강압적 행태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등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도 의제로 올려 논의했다.
실제 4개국 장관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규칙에 기반한 다자적 무역 체계를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강압적인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는 내용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위반하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4자 회담보다 먼저 열린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의 양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개발 문제와 관련 "중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갈등을 빚는 러시아와 오히려 밀착 관계를 강화해 온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자국 견제 동향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영국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이전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이날 취재진에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보이는 공격성이 우려스럽다면서도 충돌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밝힌 데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미국이 중국 위협을 과장하는 목적은 중국을 음해하고 중국의 발전을 탄압하고 억제하려는 것"이라며 "(중국 위협론 과장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이날 쿼드 외교장관 회의와 12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등을 앞두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