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혁명, 핵심은 ‘하드웨어’

방서후 기자

입력 2022-02-17 17:26   수정 2022-02-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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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메타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궁금증은 남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왜 메타버스에 이토록 열광하게 된 걸까요?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방서후 기자. 이 메타버스라는 게, 엄밀히 말하면 과거 우리가 즐겼던 싸이월드랑 비슷한 거 아닙니까?

    내 미니홈피에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있고, 도토리로 그것을 꾸미고, 친구가 실제 사는 집이 아닌 미니홈피에 놀러가서 소통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차이를 잘 모르겠거든요?

    <기자>

    아니라곤 할 수 없습니다. 메타버스를 가상세계를 현실로 구현한 공간이라고 본다면 메타버스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크게 네 종류로 나뉘는데요.

    첫째로 일상기록형 메타버스입니다. 이건 아까 말씀하셨던 싸이월드도 그렇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가 여기 해당합니다.

    다음으로 거울세계형 메타버스가 있습니다. 구글 어스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세계 각지에 있는 실물 사진을 찍어 인터넷 상에서 볼 수 있는, 말 그대로 랜선 여행이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세번째로 포켓몬고 같은 증강현실형 메타버스, 마지막으로 리니지로 대표되는 가상세계형 메타버스가 있습니다.

    최근 메타버스 열풍을 일으켰던 네이버 제페토나 로블록스도 크게는 가상세계형 메타버스에 속하긴 하는데요. 단순히 가상세계에서 아바타 놀이를 하는 데만 그치지 않습니다.

    기존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우리가 일기를 쓰고, 사진을 보고, 게임을 하는 소비자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로 비유하면 이미 만들어진 형태의 미니홈피 스킨을 구매하기 위해 도토리를 지불하는 것과 내가 직접 스킨을 꾸미고, 나아가 그걸로 도토리까지 버는 건 큰 차이가 있죠.

    실제로 제페토에서는 약 50만 명의 이용자가 아바타의 옷을 만들어 팔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렌지라는 크리에이터는 아바타들이 좋아하는 귀걸이와 모자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한 달에 1,500만 원씩 번다고 하네요.

    <앵커>

    누구나 소비자가 될 수 있고, 생산자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튜버랑도 비슷한 거 같은데요.

    그러면 또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누구나 프로슈머가 될 수 있다는 게 메타버스의 인기 요인이라면, 그냥 유튜버를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우리가 유튜브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거 같습니다.

    가령 요즘 반응이 좋은 명품 하울 영상을 찍는다고 하면요. 일단 고가의 명품부터 사야겠죠? 일각에선 협찬을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 세계로 들어가면? 현실에서는 수십,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가격이 그거밖에 안 되다니, 그냥 게임 아이템 아니냐 하실 수도 있는데 그렇게 치부하기엔 현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 명품 브랜드에서 직접 메타버스 플랫폼에 상점을 내고 파는 것인 만큼 당연히 가품은 아니고요. 현실에서처럼 프리미엄을 붙여 리셀도 가능하기 때문에 싸이월드 아바타 꾸미기랑도 차원이 다릅니다.

    실제로 지난해 `구찌`는 로블록스 안에 `구찌 가든`을 개설하고 이곳에서 한정판 가방을 475로벅스(한화 약 6,200원)에 판매했는데요. 이게 이용자들 사이에 거래되면서 한 때 35만 로벅스, 우리 돈으로 약 490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로벅스는 로블록스 안에서 통하는 화폐 단위라고 보시면 되고요.

    실물 디오니소스 백이 400만 원이 조금 넘으니까 만질 수도 멜 수도 없는 디지털 가방이 현실 가방보다도 더 비싸게 팔린 겁니다.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이렇게 사고 팔 수 있는 게 명품 뿐 아니라 미술품, 아이돌 굿즈, 골프장 티타임, 나아가 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디지털 가방을 넘어서 집까지 사고팔다니. 확실히 미니홈피 아바타를 꾸밀 때보다는 기술이 발전한 것 같은데요. 메타버스 세계는 어떤 기술로 돌아가길래 집까지 사고 팔 수 있게 된 건가요?

    <기자>

    인터넷, 이커머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5G, 블록체인 같은 첨단 IT 기술들은 다 메타버스를 향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가상세계를 현실세계로 얼마나 똑같이 가져올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일단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다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에서 사고 판 자산이 정말 가치가 있는 건지, 가치가 있다면 어떻게 책정할 수 있는지가 항상 논란이 돼 왔는데 메타버스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 가능해진 거죠. 현금화할 수 있는 암호화폐가 등장하면서, 그리고 디지털 등기부등본이라 불리는 NFT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아닌 말로 아까 말씀드렸던 명품 디지털 가방 같은 경우 그냥 온라인에서 복사본 이미지를 다운 받으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도 굳이 디지털 가방을 사는 이유는 오프라인 명품처럼 돈이 되고, 또 명품 보증서처럼 원본이라는 증거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소유 증명과 교환가치 결정 기능을 NFT와 암호화폐가 각각 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즉 NFT로 인해 메타버스 세계는 소유권 개념을 생성하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공고해진 셈이고요. 따라서 디지털 자산 거래와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 생태계는 앞으로 더욱 확장될 전망입니다.

    <앵커>

    그럼 하드웨어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메타버스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잘 실감이 나지 않는 건 어쨌거나 PC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가상세계로 넘어가는 단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무리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이 나와도 그냥 더 잘 만든, 정교한 싸이월드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메타버스는 신제품을 낡은 포장지로 감싼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차원(2D)에 기반한 PC와 스마트폰으로는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의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보다 실감나는 3차원(3D)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XR(확장현실)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모바일 시대를 연 것처럼, 하드웨어가 발전하면 하드웨어 내에서 소비할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발전도 자연히 뒤따른다는 판단에서입니다.

    XR은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을 포괄하는 개념인데요.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처럼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워서 맨손으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기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현재까지는 메타의 자회사 오큘러스가 전체 XR 기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요. 올 상반기에도 새 헤드셋을 출시할 예정인데, 헤드셋에 탑재된 5개의 카메라가 사용자의 시선과 입술 모양, 전신 움직임을 감지해 3차원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일 전망입니다.

    하반기에는 애플이 처음으로 XR 헤드셋을 출시하면서 메타의 독주를 막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도 연내 XR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지난 2018년 이후 신제품 출시를 중단했던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AR 헤드셋을 개발하기로 하면서 XR 기기 시장에 재도전합니다.

    <앵커>

    어쨌거나 우리의 도토리로 키운 싸이월드는 문을 닫았습니다. 총이나 칼 같은 아이템을 소위 `현질`해서 즐겼던 게임들도 종종 사라지곤 합니다. 여전히 가상세계에 대한 불안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메타버스가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나요?

    <기자>

    그것도 역시 하드웨어가 빈약한 현재의 메타버스 상황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인프라는 그대론데 비슷한 플랫폼만 쏟아져 나오면 당연히 이용자는 줄어들고, 나중엔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겠죠.

    지금이야 메타버스가 신사업이고, 서비스를 시행 중인 기업이 몇 개 없지만 향후 굵직한 사업자들의 진출로 치열한 이용자 쟁탈전이 벌어진다면 아무리 제페토나 로블록스라도 버틸 수 없을 겁니다. 제페토의 경우 `코인`과 `젬`이라는 자체 화폐를 쓰고요. 포트나이트는 `브이벅스`, 로블록스는 `로벅스`라는 가상자산이 통용되고 있는데요. 젬이나 로벅스가 싸이월드 도토리처럼 휴지조각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거죠.

    이 때문에 로블록스를 비롯한 메타버스 전문 기업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 고유의 가상자산을 유지하기 보다는 플랫폼 안정성과 외연 확장을 위해 NFT를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NFT를 활용한다면 A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이 B라는 플랫폼으로 옮길 때 A에서 쓰던 아이템들을 B에서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싸이월드처럼 망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앵커>

    하지만 그래도 하드웨어가 먼저 발전해야 메타버스 생태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이 참여하고 체험한 경험들을 확산시켜야만 그 세계가 유지되는데, 아무리 집을 사고 명품으로 둘러도 아바타 꾸미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조성호 / 스페이스엘비스 대표: 현재 메타버스 사업자들은 콘텐츠에만 집중하고 있고요. 메타버스 공간에서 100명이 놀고 싶어도 20명이 들어가면 그래픽이 처리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20명 내외의 이용자로만 (콘텐츠를) 진행해야 하는 수준이고요. 과거 VR 산업처럼 하드웨어가 견인하지 못한다면 중간에 엎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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