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대우조선·HMM 매각 '다시 원점으로'

임원식 기자

입력 2022-03-11 19:39   수정 2022-03-1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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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새 주인이 나타나길 간절하게 기다리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HMM, 쌍용자동차가 그 주인공들인데요.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이들 기업들 또한 새 주인 맞이를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산업부 임원식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임 기자,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새 주인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요.

    일단 세 곳 모두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매각이 쉽지 않은 회사들입니다.

    제일 큰 부담이 인수 비용이고요, 또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들이거든요.

    `승자의 저주`라는 꼬리표가 붙은 곳도 있으니 선뜻 M&A에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가까스로 주인을 구했다 해도 예상치 못한 내부 혹은 외부의 반대에 부딪치기고 했고요.

    새 주인을 찾는 이들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신선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신선미 기자>

    우리 조선의 이른바 `빅 3`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입니다.

    이들 조선사의 출혈 경쟁이 심하고 주력 분야도 겹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는데요.

    정부는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과 합병시켜 우리 조선업의 체질을 개선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액화석유가스(LNG)선 점유율이 60%에 달해 유럽 해운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단 점에섭니다.

    유럽연합의 이 같은 결정에 우리 정부는 두 기업의 합병을 포기하고 대우조선의 새 주인을 찾기로 한 상태입니다.

    다음으로 HMM 보실까요?

    지금은 백조로 거듭났지만, HMM은 2011년~2019년까지 9년간 적자를 낸 미운오리새끼였습니다.

    2016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돼 구조조정을 거쳤는데요.

    지난해에는 7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 9년간 쌓였던 누적 영업손실(3조8,401억원)을 한 번에 털어냈습니다.

    HMM 실적이 탄력을 받은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한편으로는 최근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점이 되레 인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단 지적입니다.

    종가 기준(11일)으로 HMM 시가총액은 16조 원을 넘은 상태입니다.

    다음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 보시죠.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돼 올해 1월 본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마지막 고비인 쌍용차 채권단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인수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갈등의 핵심은 쌍용차가 진 빚에 대한 변제율입니다.

    쌍용차는 산업은행 등 금융권 채무인 회생담보권 2,320억 원, 미납 세금 등 조세채권 558억 원, 협력업체 미지급금 등 회생채권 5,470억 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다 합치면 8천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인수 대금은 이에 턱없이 부족한 3,049억 원. 회생담보권과 조세 채권을 먼저 전액 변제하고 나면, 남는 금액은 100억 원이 채 안됩니다.

    따라서 5,470억 원에 달하는 회생채권의 변제율은 1.75%에 머무르게 되죠.

    이 같은 낮은 변제율에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의 우선 협상 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고 인수자를 다시 찾겠다는 상황이어서 쌍용차 매각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과 HMM 등 3사의 매각 추진 상황에 대해 정리해 드렸습니다.

    <앵커>

    참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쌍용차는 잠시 미뤄두고 대우조선과 HMM 먼저 살펴볼까요?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고는 있지만 조선, 해운 경기 만큼은 여전히 호황인 걸로 아는데 매각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분위기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쁜 편이 아닙니다.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유럽의 벽에 막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도 무산됐지만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7년 만에 연간 선박 수주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요즘 선박 시장에서 가장 핫하다는 LNG선 수주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앞서 보셨지만 HMM 역시 지난 한 해 7조 원을 훌쩍 넘는 영업이익,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급등을 넘어 폭등했습니다.

    우스개로 테슬라 주가 급등에 빗대어 HMM을 `흠슬라(HMM+테슬라)`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올해에도 8조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산업은행의 품에 있는 이 두 회사가 최근 수장 교체에 나섰는데요.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소장으로 있던 박두선 부사장을, HMM은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각각 새 CEO로 맞이했습니다.

    이들 회사들의 매각에 산업은행이 보다 고삐를 쥐겠다는 뜻으로 한 인사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은데요.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 지난 1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국내 조선업 발전을 위해 대우조선의 `주인 찾아주기`가 반드시 다시 추진돼야 한다"며 이 달이죠, 3월 경영 컨설팅이 끝나면 자세한 매각 계획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HMM 매각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이 70%가 넘는데 이를 모두 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매각이 쉽게 되도록 지배주주 지분만을 내놓고 단계적으로 시장에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편으론 대선이 마무리 되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들 기업들의 주인 찾기에 더 속력이 붙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큰 것 같더군요.

    <기자>

    아무래도 5년 만에 정권이 바뀌게 되면서 기업 M&A 공식도 확연하게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그런 것 같은데요.

    우선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면요, 조선과 해운업 성장을 통해서 신해양강국으로 재도약 하겠다는 비전이 제시돼 있습니다.

    해운업이 우리 경제와 안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항만 지역에 해양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든지, 또 요즘 화두인 환경 규제 강화에 맞춰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조선업 체질을 바꾸는 데 앞장 서겠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경남 거제에서 유세할 당시 윤 당선인의 발언 들어보시겠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당선인 : 빠른 시일 내에 대우조선이 유능하고 능력 있는 주인을 맞이해서 거제의 지역 경제와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우조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습니다.] 19`27~19`45

    <앵커>

    EU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건데 대우조선 매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 사실 이게 정부의 의지로 될 게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죠.

    같은 거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하니까 유럽에서 독과점을 우려하며 막은 건데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조선사가 아니면서 자금력이 우수하고 사업 시너지도 낼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 인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건데요.

    그래서 거론되는 회사들이 포스코니 한화니 효성이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해당 회사들은 인수의 `인`자로 못꺼내게 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또 내일 당장 어찌될 지 모르는 게 M&A 시장이란 거 말씀 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 짚어볼 건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내 강조해 온 게 규제 완화를 비롯한 자유 시장주의 아녔습니까?

    구조조정이나 M&A 문제를 이해 관계자 조정보다는 시장의 효율을 우선하는 쪽으로 풀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즉 기존의 설비 투자 이행이나 고용 승계 같은, 인수 기업 입장에서 망설여지고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에 대해 메스를 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HMM의 인수 후보는 어떤 회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까?

    <기자>

    이 역시 자금력 되고 물류 분야에서 시너지 날 것으로 여겨지는 많은 대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을 유력한 후보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까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HMM의 새 수장이 됐다고 했지 않습니까?

    김 전 사장은 지금의 현대모비스인 현대정공 출신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을 10년 가량 한 인물입니다.

    `정통 현대맨`으로 불리는 이유이죠.

    즉 산업은행이 현대맨으로서, 해운업도 잘 안다고 알려진 김 전 사장을 HMM의 수장 자리에 앉힌 건 결국 산업은행이 HMM을 현대차그룹에 팔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자동차 운반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HMM을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쌍용차 얘기도 해 보겠습니다.

    대우조선이나 HMM과 다르게 그래도 여기는 일단 주인 되겠다는 곳은 나타났는데 상황은 여전히 안개 속이라고요.

    <기자>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전기버스 제조회사, 에디슨 모터스가 못미덥다, 해서 채권단이 인수에 선뜻 손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인수와 관련해 현재 본계약까지 간 상황인데요, 에디슨 측이 인수 자금의 일부를 쌍용차가 보유한 부지 등을 팔아서 충당하겠다 이른바 차입 매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채권단이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또 구조조정 강도를 비롯해 전기차 생산 체제 전환 등 쌍용차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여기에 쌍용차의 회생채권이 5,470억 원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 에디슨 측이 1.75%만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 98.25%는 출자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턱없이 낮은 변제율에 채권단이 대거 반발하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앵커>

    쌍용차는 주인이 나타났는데도 걱정이군요.

    그런데 이들 기업들의 새 주인을 하루 바삐 찾아주고픈 마음은 알겠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매각을 서두르다 뒷탈이 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거든요.

    <기자>

    물론 이들 회사들이 과거보다 체질이 개선되고 상황도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이르다, 좀 더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신재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우조선해양과 HMM, 쌍용자동차의 공통된 목표는 하나.

    회사를 이끌어 갈 지배주주, 즉 새 주인을 찾는 일입니다.

    이제 공은 차기 정부로 넘어간 상황인데, 새 정부의 스탠스는 지금까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곤 / 국민의힘 경남도당 위원장(KBS창원 `토론경남`) : 회생 방안을 찾되 선회복이 중요합니다. 급하다고 해서 큰 기업에 M&A를 시킨다는 건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전문가들 역시 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매각 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이 낫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무구조를 지금보다 더 개선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고, `헐값 매각`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2조 원, 쌍용차는 3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장현 /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대우조선해양의 규모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민간기업이 아니고 공공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공재로서의 중요성을 보고 자본이라든가 기업 정상화의 노력을 기울어야 하고, 정상화시킨 다음에 민영화를 시켜서 가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조선·해운 업황이 긴 침체기를 지나 활황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업계 관계자(음성 변조) : 최소한 내년까지는 파는 것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부터 시작해서 2023년, 2024년 가면 (조선·해운 업계 수익성이) 본격적인 제궤도에 오를 거예요. 그때 가면 산업은행은 지금보다 제값을 받고 회사를 매각할 수 있을 거고…]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HMM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갈아치울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경쟁당국에 대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유정주 /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 최근에 큰 M&A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문제가 아니라 해외 경쟁당국에 의해서 중단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방문하고, 외교부라든지 다른 부처와 협력을 통해 같이 합동으로 방문하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채권단과 에디슨모터스 측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만큼, 새 인수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새 주인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기업들의 사연들,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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