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16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잇단 악재를 만나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새 스마트폰 갤럭시 S22의 강제 성능 제한 논란에 뿔난 `개미 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데다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도 이사진 선임 안건에 무더기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10만 전자`를 외치던 삼성전자의 주가도 최근 한때 `6만 전자`로 주저앉을 정도로 맥을 못 추는 상황이어서 주총장은 주주들의 항의가 예상된다.
◇ 새 이사 선임안, 반대표 얼마나 나올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들은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 전자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은 새 이사진 선임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사장 4명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또한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의 사외이사 재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도 처리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주총에 앞서 최근 공시를 통해 경계현·박학규 후보에 대해서는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김한조·김종훈 후보에 대해서는 `감시 의무 소홀`을 들어 선임에 각각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은 작년 말 기준 8.69%로,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서 이사 선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민연금은 2018년 주총 때도 이상훈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의 이사회 의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안건은 통과됐다.
다만 당시 안건 찬성률은 61.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번 주총에서도 이사 선임안은 의결 요건인 찬성률 50%를 넘을 가능성이 크지만, 찬성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찬성률이 낮으면 새 경영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GOS 논란·파운드리 수율 문제 등 언급될까
무엇보다 올해는 소액주주들의 반대표 행사도 줄을 잇는 상황이다.
최근 갤럭시 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기능 논란이 소액 주주들의 단체행동에 불을 지폈다.
GOS는 고사양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 과열을 막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나 화면 해상도를 고의로 낮추는 기능으로, 게임 등 특정 앱을 이용할 때 GOS를 강제 실행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GOS 기능을 우회할 수 있도록 갤럭시 S22 시리즈의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단행했고, 이용자 공식 커뮤니티 삼성멤버스에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갤럭시 GOS 집단소송`이 추진 중이며, 소송을 위해 개설된 카페에는 전날 기준으로 7천명 이상의 가입자가 몰렸다.
여기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GOS 기능과 관련한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에 최근 착수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2를 `역대 최고 성능`이라고 홍보하며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새 경영진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한 소액 주주들의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GOS 논란은 주총장으로 그대로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이 GOS 논란과 관련해 사전 질문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노태문 MX사업부장이 직접 답변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는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키우는 사업으로, 현재 최첨단 4나노(㎚, 10억분의 1m) 공정의 수율 확보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수율 문제로 미국 퀄컴이 당초 삼성전자에 맡기려고 했던 3나노 공정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맡겼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삼성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저런 악재에 휘말리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11일 기준 7만원에 머물고 있다. 올 초 대비 12% 이상 하락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약 506만6천명이다. 삼성전자 소액 주주는 유동성 장세에다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2020년 말 215만명에서 1년 만에 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안건 통과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삼성전자가 하루빨리 각종 논란을 잠재워야 주주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직원들의 사기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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