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충돌을 놓고 지난 2008년 당시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노무현 정부 청와대와 이명박 당선인 간 갈등의 판박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정권의 핵심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신·구 정권 간 정면 충돌이 14년 만에 재연되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 최대 암초는 정부조직 개편협상이었다.
이 전 대통령 인수위는 그해 1월 16일 실용주의라는 구호 아래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18부4처였던 당시 정부 조직을 13부2처로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22.5%포인트 차의 압승을 거뒀고 새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워낙 높아 개편안의 국회 처리에는 큰 걸림돌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여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떠나는 대통령이라 해서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노 전 대통령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사까지 밝히면서 정국은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여야는 같은 해 2월 5일 여야 원내대표와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6인 회동을 꾸렸고 보름간의 지난한 협상 끝에 해양수산부를 폐지하고 통일부와 여성가족부를 존치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합의했다.
법안은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시작 나흘 전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현 상황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1일 오후 안보 공백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계속 협조를 거부하면 정부 출범 직후 통의동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며 청와대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배수의 진을 쳤다.
이 전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의 여파로 내각을 온전히 구성하지 못한 채 반쪽 임기를 시작했던 것처럼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면 윤 당선인 역시 경호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어렵게 임기를 시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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