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팔아 영국 부자 345위…맨바닥서 성공한 한국인 [부터뷰]

김종학 기자

입력 2022-03-25 17:30   수정 2022-03-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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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시대, 비슷한 조건 아래에서 살더라도 생각을 바꾸고 도전을 시작한 사람은 인생의 경로가 180도로 다르다. 그는 여성으로 집에서 조차 차별을 받았고, 홀로 열일곱부터 와이셔츠 공장일을 해야할 처지였음에도, 악착같이 돈을 모아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사업에 도전해 결국 성공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던 나라로 건너가 한 번의 사업 실패로 목숨을 던질 생각까지했지만, 마흔을 넘긴 나이에 다시 창업해 스시장인 야마모토 구니오, 전 유럽 맥도날드 최고경영자 등을 통해 탁월한 사업을 일궜다. 바로 유럽서 도시락을 팔아 성공한 기적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켈리델리의 창업자 켈리 최의 이야기다.

    최 회장은 2010년에 시작한 초밥 도시락을 시작으로 툭툭, 코마키친 등 아시아 음식으로 유럽 12개 나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영국 <선데이 타임스> 자체 집계에서 영국 내 345위 자산가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무일푼에서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기까지의 생생한 그의 생생한 이야기를 <부티나는 인터뷰>에서 세 편의 영상으로 담았다.

    ● 10억 빚, 실패 이후 다시 태어났다…유럽 식문화 파고든 경험과 집념

    샤이니 : 켈리 최 회장님이 한국에 알려진 건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라는 책을 통해서였어요. 유럽을 평정한 초밥 도시락 사업가세요. 어떻게 초밥 도시락을 생각해 시작하셨어요?

    켈리 최 : 전에 한 번 10억 빚을 지는 큰 실패를 하고서 깨달았어요. 외국에서 경쟁할 때 무엇을 가지고 가야 이길 수 있는지 연구를 많이 했고,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었어요. 저희 회사가 켈리델리인데 메인 상품은 스시데일리거든요.

    신선한 재료로 만든 도시락을 만들 방법을 연구했고, 유럽인에게 새로운 식문화를 경험시켜주는 음식이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스에 가게를 차려서 김밥을 말고 있으면 손님들이 턱을 괴고 보고 있어요. 아시아 스트리트 음식, 어머니 치킨처럼 다양한 맛과 경험을 줄 수 있는 음식이 통한다고 봤죠.

    샤이니 : 어린 시절에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와이셔츠 공장을 다니고 일본에서 공부하다 프랑스까지 건너가셨단 말예요. 지금부터 30여년 전이니까 당시만해도 엄청난 결단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항공비며 숙박이며 자금도 필요하고 언어 소통도 충분치 않을텐데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하신 건가요?

    켈리 최 : 저는 전북 정읍에서 2남 4녀 중에 5번째로 태어났어요. 당시에 정말 가난하던 때였어요. 지금은 상상하기 힘드시겠지만 고등학교를 가야할 때 어머니가 오빠인 남자가 학교를 가야한다고 하시던 때예요. 저는 시골에서 농사 짓느니 혼자 돈을 벌겠다고 해서 서울로 떠날 결심을 했죠. 버스도 없이 길도 모르는 서울로 처음 떠난 거예요.

    그때 어머니께서 만 원을 쥐어줬는데 오라버니에게 3천 원어치 선물 사주고 7천 원을 갖고 올라가서 와이셔츠공장에 취직했죠. 어느날 미싱을 하는데 유럽인이 왔는데 디자이너라길래 그런 직업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도 결심을 했죠. 디자이너가 되려고 일본으로 건너가 학교를 다녔고 다시 돈을 모아서 패션의 본고장이라는 파리로 가기로 했죠. `봉주르` 이런 인사도 모른 채로 무작정 떠난 거예요.



    ● "언어 부족해도 도전하세요…일단 해본 사람은 달라요"

    샤이니 : 말씀처럼 프랑스어를 아예 할 줄도 모르고 배우기도 힘들어서 아르바이트 자리도 못 구할 정도였는데 결국엔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셨단 말예요. 그러고서 패션회사까지도 다녔다는 게 정말 엄청난 동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켈리 최 : 언어가 문제가 아녜요. 생각을 바꾸면 여러분도 현지에서 돈을 벌어가면서 할 수 있다고 봐요.

    샤이니 : 하지만 한국에서만 살더라도 영어를 못하면 왠지 뒤쳐지는 것 같고 비교가 되곤 하잖아요. 요즘 시대에 사실 엄두가 안난다고 느끼는 분도 많아요.

    켈리 최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영국에서 살지만 영어를 잘 못해요. 요점은 말을 못해도 사업하고 부자될 수 있다는 걸 전해드리려는 거예요. 물론 이렇게 많이 생각을 하죠. 말 잘하는 사람이 사업을 잘할 것 같다고 말예요. 언변은 사업에 필요하긴 하지만 필수 조건은 아녜요.

    사업가들을 만나 보면 마구 떠드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보다 직접 행동하고 생각하고, 직원과 고객하고 소통할 수만 있다면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어요. 저도 언어가 안 되어서 처음엔 손짓발짓 다해서 시작했어요. 먼저 한계를 짓지 마세요.

    샤이니 : 프랑스에 건너간 이후 패션회사를 잠깐 다니셨단 말예요. 계속해서 회사를 다녀도 되는데 왜 창업을 선택하셨어요?

    켈리 최 :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안에 망할 확률은 80%라고 하죠. 저도 처음엔 현지에 취직해서 회사에서 일을 하려했죠. 전엔 어릴적 꿈을 쫓아서 파리에 왔으니 의상 디자이너가 되려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하지만 유럽에서 시작한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공부로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러고서 저는 내가 나를 채용해서 스스로 길을 찾기로 한 거예요. 바로 사업을 창업하는 거죠. 당시엔 심정은 사업을 성공하고 말고가 아니라 가슴뛰는 일을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죠.



    ●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순리대로 주변을 배려하세요"

    샤이니 : 사업을 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계세요. 지금도 코로나로 음식점들 어려움 많이 겪고 있지만 타격이 덜하다고 들었어요. 사업을 지키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켈리 최 : 옛날엔 원칙이고 철학이고 뭐고 그저 성공하겠다고 아등바등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안 되는 건 안 돼요.

    그래서 지금은 목표에 맞춰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순리에 에 맡기는 자세로 사업을 해요. 성공할까 실패할까 달달거리며 걱정해도 결국 원칙대로 흘러가요.

    다만 내가 원칙과 순리에 맞게 사업이 흘러가도록 악착같은 마음가짐은 지켜야 해요. 또 나만 잘되겠다고 주변의 동료나 직원들, 사업하는 파트너 등 사람을 힘들게하면 시야만 좁아질 뿐이에요. 결국엔 같이하는 사람을 돕고 함께 성공하려 노력해야 목표하는 곳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게 돼요.

    ● "`돈 잘 버는 거지`되지 마세요…1억 모아야 10억이 보입니다"

    샤이니 : 막 사회에 나오려는 초기 20대와 30대에는 우리의 길을 닦아 나가는 시기라고도 보여져요. 그 길에 도전하고 성공하게끔 만들어온 켈리 최 회장님이 보시기에 2030세대가 알고 지켰으면 하는 습관이 있을까요?

    켈리 최 : 우리가 돈을 모으려 하면 예나 지금이나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저축이 핵심이거든요. 비유를 들자면 `돈 많이 버는 거지들`이 정말 많아요. 제 친구 중에도 변호사, 건축가, 사업가 등 돈을 많이 벌지만 버는 족족 쓰는 거죠. 할부로 차도 사고 비싼 물건들도 당겨써요. 이런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부자 못 돼요.

    진짜 부자라면 일을 당장 안 해도 자신의 품위 유지를 그 전과 똑같이 할 수 있어야 해요. 사람이 아플 수도 있고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겠죠. 지금이야 회사에선 좋은 차에 명품에 너무 멋있지만, 회사 잘리고 2~3년만 지나서 만나보세요. 그런 분들은 성격도 바뀌고 위축되어 있는 마음이 금방 드러나요.

    정말 희한한 것이 적은 돈 같아도 뭉쳐보고 또 뭉쳐보면 나중에 내 노동으로 번 것보다 더 큰 돈을 만드는 힘이 돼요. 뭉쳐놓은 돈이 힘이 더 세질 날이 반드시 오니까 그 전엔 씀씀이를 잘 조절해야 해요. 특히 20대, 30대에 아껴두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 패배감을 겪는 걸 피할 수 없게 돼요.

    그러면 이 말씀을 듣고 화를 내요. `월 200만원 급여로 어떡하라는 소리냐?`라고요. 푼돈이 처음엔 뭐 이까짓꺼라고 하는데 모으고 모으다보면 힘이 정말 강해져요. 1천만 원 모아본 사람에게 1억 원이 보이고, 1억 모으면 10억 원이 눈앞에 보이고 10억 모으면 100억 원을 볼 수 있어요. 그게 인간의 매직이에요. 엄청난 복리로 다 이룰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요.



    ● "투자 안하는 가게는 서서히 망해…소비와 투자를 구분하세요"

    샤이니 : 그럼 막 열심히 모으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모으는 기준도 필요할 것 같아요.

    켈리 최 : 이 과정에서 지출과 투자를 헷갈려 하는 분들 많아요. 식당을 하는데 돈을 아껴야 한다는 마음만 가진 분이 있다고 해보죠. 이 사람은 버는 돈을 은행에 따박따박 넣어서 현금이 불어나기만을 기다려요. 하지만 이런 집은 서서히 장사가 기울어 갑니다. 하다못해 앞치마를 바꾸거나 데코를 바꾸거나 메뉴를 바꾸는 투자를 해야 해요.

    저 역시 100만원 모아서 반드시 배우겠다는 목표로 일본으로 다시 프랑스로 갔어요. 그런데 만약 그 돈을 저축하고 있었다면 아직도 전 공장을 다녔을 거예요. 발전할 기회를 영영 놓치는 거예요.

    20대엔 집을 사는 것보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해야 해요. 집을 사버리면 그 직장에서 옴짝달싹을 못해요. 30대쯤 집을 사면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대출을 갚을 수 있죠. 2030은 여행을 하면서 큰 물을 보고 오거나 기회를 늘리는 투자는 주저하지 마세요. 경험에 투자하고 씀씀이를 아끼면 반드시 여러분 자산이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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