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로 가득 찬 상암벌은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24일 한국과 이란 축구 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킥오프 2시간 30분 전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응원 도구와 간식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에는 사람이 북적였고, 관중 입장이 시작되자 갖가지 응원 도구를 든 팬들은 줄지어 경기장에 들어섰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경기 시작 약 두 시간 전에는 경기장 주변에선 교통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란전 입장권 6만 4천여 장이 모두 팔렸다.
`직관`을 기다려온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입장권 예매가 시작된 16일 오후에는 예매 사이트에 23만명 이상이 몰려 약 42분간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경기 당일 오후 2시께 6만 2천여 장의 판매가 완료됐고, 현장에서 판매한 1천여 장의 티켓도 경기 시작 전 매진됐다.
관중이 모두 입장하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내 모든 스포츠 경기를 통틀어 최다 관중 기록을 쓰게 된다.
지난해 11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최종예선 5차전(한국 1-0 승)을 관람한 3만152명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숫자다.
그간 코로나19 여파로 제한적 관중 입장이 많았던 탓에 `만원 관중`의 열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6만4천 석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만원`을 기록한 건 2019년 3월 26일 콜롬비아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 이후 3년 만이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팬들도 설렘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9시에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지모(22)씨는 "지난해 토트넘 경기를 보다가 손흥민(30·토트넘) 선수의 팬이 됐다. 직접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처음으로 대표팀 경기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친구 김모(22)씨와 `흥민`이라고 적힌 응원 머리띠를 쓰고 온 그는 "응원 머리띠도 직접 만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손흥민이 골을 넣고 2-1로 이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친구들과 경기장을 찾았다는 허모(28)씨는 "6명이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번갈아 가면서 예매를 시도했는데 한 명이 접속에 성공했다"면서 "A매치고 11년 동안 못 이긴 이란을 상대하는 만큼 꼭 `직관`을 하고 싶었다. 많은 관중이 모인 만큼 이번엔 이란 징크스를 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이란을 응원하는 `원정 팬`도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이란 국적의 A(26)씨는 "메디 타레미(포르투) 등 주축 선수들이 코로나19로 결장하기 때문에 무승부로 끝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물론 승리도 중요하지만, 스포츠를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속에 많은 관중이 함께한다는 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마스크를 두 개씩 끼고 왔다"며 웃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전 킥오프 직전에는 태극전사들을 맞이하는 팬들의 카드섹션 응원도 펼쳐진다.
축구협회는 `붉은악마` 응원단과 협의해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카드섹션 문구를 준비했다.
경기장에서 직접 대표팀 선수들을 보고 싶었다는 팬들의 마음, 이와 마찬가지로 팬들을 그리워했을 선수들의 마음, 한국이 약 11년간 넘지 못한 `강적` 이란에 승리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염원 등을 담은 것이다.
축구 대표팀 경기에서 카드섹션 응원은 2018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친선 A매치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미 A조 2위(승점 20·6승 2무)를 확보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선두 이란(승점 22·7승 1무)을 넘어 조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1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한국 1-0 승)에서 승리한 뒤 7차례 맞대결(3무 4패)에서 이란을 넘지 못한 한국은 11년의 악연도 끊겠다는 각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