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은 위장...러, 동부 재공격 준비"

입력 2022-03-31 07:08   수정 2022-03-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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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 "경계심 늦춰선 안돼...군사활동 축소 불신"
美"러시아군, 재배치하면서도 수도 키이우 여전히 공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에워쌓던 러시아군의 20%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철수가 아닌 재배치로 보인다는 미국 당국의 평가가 30일(현지시간) 나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키이우 주변에 배치한 소규모 군대와, 기동부대인 대대전술단(BTG)을 재배치하는 것을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들 중 일부가 이미 벨라루스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나라로,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벨라루스를 통해서도 일부 군대를 진입시켰다.

커비 대변인은 키이우의 북쪽과 북서쪽에서 공격한 군대가 재배치되고 있으며, 아울러 체르니히우와 수미를 공격했던 부대 일부가 벨라루스로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전에 배치한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일부 군대가 체르노빌을 떠나 벨라루스로 이동하고 있다며 "그들이 모두 사라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커비 대변인은 재배치된 러시아군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하며 러시아군이 전열을 정비해 다른 곳으로 재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재정비 움직임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전날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면서 신뢰 구축 차원에서 군사 활동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철수가 아닌 재배치다", "러시아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의구심을 표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가 긴장 완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군대를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러시아군이 여전히 공습과 포격으로 키이우를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일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 축소 발표를 안 믿는다"면서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추가 전투를 준비하고 있으며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평화협상이 진행되면서 전쟁 종결에 대한 기대감 높아졌지만 이를 이용해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하고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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