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연 48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지기` 수성에 성공했다.
기존에 관리하던 1금고는 물론, 4년 전 우리은행에 내줬던 2금고자리까지 탈환해 내년부터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모두 관리하게 됐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열린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에서 신한은행을 1·2금고 사업 시행자로 선정했다.
현재 서울시 1금고(일반 및 특별회계)는 신한은행이, 2금고(기금)는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금고는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우리은행이 맡아왔으나 서울시가 지난 2018년 시금고 선정부터 단일금고 체제를 복수금고 체제로 개편하면서 신한은행이 1금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우리은행의 독점을 깨고 1금고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이번에는 1·2금고를 모두 맡게 됐다.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서울시금고를 맡게 된다. 관리 대상인 서울시 예산과 기금은 올해 기준 47조7천억원에 달한다.
서울시금고로 지정되는 은행은 서울시 자금관리, 세입금의 수납 및 이체, 세출금의 지급, 세입세출외현금의 수납 및 지급 등의 업무를 취급하게 된다.
최종 시금고 약정 체결은 다음 달 중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서울시금고 유치전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이 제안서를 제출해 `3파전`이 펼쳐졌다.
금융, 전산분야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신한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시민의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그 밖에 사항 등 6개 분야 19개 세부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입찰에서 정기예금 예치금리(7점)와 공공예금 적용금리(6점) 등 서울시가 중요하게 판단하는 예금금리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한은 2018년 입찰보다 평가 배점이 4점에서 2점으로 축소된 협력사업비(출연금)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출연금은 금고 은행이 지방자치단체 자금을 대신 운용해주고 투자수익 일부를 내놓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기관 영업 분야 베테랑으로 꼽히는 박성현 기관그룹장(부행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서울시 금고 유치전을 준비해왔다.
박 부행장은 기관고객부장을 맡았던 2018년에도 우리은행을 누르고 1금고를 유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신한은행은 이미 서울시 금고 운영의 핵심인 전산구축에만 1천억 원을 투자하는 등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한 만큼 재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금고 관리는 올해 은행권이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사업이다.
서울시 1금고로 선정되면 막대한 이자수익과 더불어 서울시의 각종 사업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저금리 기조로 은행이 개인고객으로부터 예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서울시가 보유한 45조 원을 저금리인 예금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예·대 마진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최대 지방자치단체 시금고를 관리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며, 서울시금고로 지정되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의 금고 운영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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