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600억대 횡령…무너진 신뢰

신용훈 기자

입력 2022-04-28 18:59   수정 2022-04-28 18:59

    <앵커>
    우리은행 직원이 614억원이라는 거액을 그것도 수년간에 걸쳐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터진 셈인데요.

    먼저 전민정 기자가 사건의 경위를 짚어봅니다.

    <전민정 기자>
    우리은행의 기업 매각 관련 부서에 일하는 차장급 직원이 어젯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우리은행은 이 직원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여간 세차례에 걸쳐 600억원 정도를 빼돌린 사실을 내부감사 결과 뒤늦게 파악하고 경찰에 고발한 것입니다.

    횡령금은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결정한 지난 2010년,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이었습니다.

    과거 은행권에선 2005년 조흥은행 자금 결제 담당 직원이 공금 400억원을 빼돌려 파생금융상품에 투자를 하다 적발됐고,

    2013년 KB국민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을 시장에 내다파는 수법으로 90억원 가량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자금 관리 체계가 엄격한 5대 시중은행의 본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입니다.

    횡령 액수도 지난해 한해 은행권에서 임직원의 횡령·배임으로 적발된 규모의 4배에 달할 정도로 큽니다.

    특히나 우리은행이 10년동안이나 이러한 횡령사실을 인지조차 못했다는 점에서 자금관리 내부 통제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은행뿐 아니라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온 회계법인과 금융감독원 역시 관리·감독 업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사고를 심각하게 보고, 곧바로 현장 검사에 돌입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 : 사고 경위를 파악해보고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볼 예정입니다. 다만 종합검사를 해도 건전성과 시스템 위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든지 내부 제보가 있지 않고서는 (횡령을) 발견하기는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이날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여파로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장 중 한때 6% 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횡령 규모가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신뢰가 최우선인 시중은행에서 대규모 횡령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보다 자세한 내용 경제부 신용훈 기자와 알아봅니다.

    신기자, 어떻게 한 사람이 수년간 그것도 수백억이나 되는 돈을 횡령할 수 있었던 건가요?

    <신용훈 기자>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경위는 시간이 지나야 밝혀지겠습니다만 현재까지 나온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실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시중 은행은 시스템 적으로 혼자서 이렇게 많은 돈을 인출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금을 관리를 할 때 통장을 관리하는 사람이 한 명 있고, 법인 도장은 다른 사람이 관리하고 이를 또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이번 우리은행 횡령사건이 법인 도장과 통장을 한 사람이 관리를 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면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여러 명이 나눠서 관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났다고 한다면 공모한 사람이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수년간 인출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내부에선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횡령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사실이 파악됐다는 점도 의아한데요, 당시 관리자들의 책임 소재도 문제가 될 것 같군요

    <신용훈 기자>
    맞습니다. 그나마 횡령 사실이 발각된 것도 미국 금융제재로 인해 이란으로 매각 대금을 송금하지 못했던 우리은행이 한미관계 개선되면서 다시 이란 송금이 가능해지면서 알게된 사실이거든요.

    만약 송금 제재가 지속됐다면 더 늦게 발각이 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사건이 뒤늦게 파악 됐다는 점 때문에 횡령 당시 은행장들은 물론이고 그 이후의 은행장들 역시 관리부실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우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은행장 이었던 이순우 행장을 비롯해서 이광구(2014~2017), 손태승(2017~2020), 권광석(2020~2022)행장, 그리고 현재의 이원덕(2022~) 행장까지 감독소홀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과거 유사한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은행장에게는 경고 조치가 내려지고 사고 관련 직원들에 대한 문책과 함께 우리은행 자체에도 기관경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감독당국도 매년 시중은행에 대한 감사를 하는데 그때도 횡령 사실이 발견 안됐다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죠?

    <신용훈 기자>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해서 종합검사를 했습니다.

    당시 기간까지 연장하면서 검사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횡령 부분을 걸러내지 못했는데요.

    금감원의 종합검사는 대규모 인력이 금융사에 상주를 하면서 검사를 하거든요. 때문에 먼지떨이식 검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종합검사에서도 횡령사건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은보 금감원장은 작년 8월 취임 직후 `검사 제도 개편`을 공언했었거든요.

    "사전 예방적 검사를 통해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었는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정 원장의 검사제도 개편론이 무색해 진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금융감독원은 우리 은행에 대해서 즉시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는 언제쯤 나올까요.

    <신용훈 기자>
    통상 금융사고는 금감원 일반은행 검사국에서 검사를 맡게 됩니다.

    사안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는 기간은 천차만별 인데요. 짧게는 몇일 길게는 몇주가 지나야 검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지금 사안이 워낙 큰 데다 경찰 수사가 같이 들어가 있어서 결과 발표가 언제 나올지 장담하기 힘들다, 오히려 경찰쪽에서 먼저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 많이 떨어질 것 같군요

    <신용훈 기자>
    맞습니다. 돈을 다루는 은행으로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상당한 치명타 인데요.

    사고 조사 통해서 내부 시스템의 허점이 크게 부각될 경우 고객 이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은행 수익과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오늘 우리은행의 횡령 사건이 알려진 뒤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장초반 크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수사 결과 발표가 있기까지 주가 불안은 어느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횡령 사건이 시중은행들의 고질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 문제 때문이라는 결론이 날 경우 다른 은행들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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