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뒤 2개월 만에 숨진 환자에 대한 조사 결과 심장에서 짐승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메릴랜드 대학교 의료진은 3월에 숨진 데이비드 베넷(57)에게 이식한 돼지 심장에서 최근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DNA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돼지 싸이토메갈로바이러스로 불리는 이 바이러스가 양성 감염을 일으켰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물-인간 간 장기 이식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새로운 형태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식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아무런 병을 일으키지 않고 마치 히치하이커처럼 잠복하는 바이러스도 있다"고 했으나, 이번 이종이식 프로그램의 과학 책임자인 무하마드 모히우딘 박사는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들을 놓치지 않도록 더욱 정교한 시험법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메릴랜드 대학교는 심장을 기증한 돼지가 건강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감염 관련 시험을 통과했으며, 전염병을 막기 위해 개발한 시설에서 길러졌다고 밝혔다.
그리피스 박사는 베넷이 매우 아팠음에도 잘 회복하던 중 어느 날 아침 감염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상태가 나빠졌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원인 파악을 위해 다양한 검사를 했고, 베넷에게 다양한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 면역촉진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이식된 돼지 심장은 갑자기 부어올랐고 액체로 가득 차면서 기능을 중단했다.
그리피스 박사는 "바이러스가 어떤 작용을 했는지, 심장이 붓는 이유가 됐는지, 솔직히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증상이 전형적인 장기 거부 반응처럼 보이지도 않았다며,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메릴랜드 대학교 의료센터는 올해 1월 7일 말기 심부전 환자로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하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베넷에게 동의를 받아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베넷은 이종 장기를 이식받은 사례로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인 2개월 넘게 생존했으나 사망 며칠 전부터 상태가 나빠진 끝에 올해 3월 8일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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