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서학 개미들이 증시에 쏟아부은 자금이 220조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현재(6일 기준)까지 개인 투자자의 국내 및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226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개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금액은 165조2천억원이었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 132조2천억원, 코스닥시장에 33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해 국내 주식을 역대 최대 규모인 76조9천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에는 63조9천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 해 전인 2019년 개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5조5천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로나 이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51조8천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 우선주도 12조5천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친 개인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수 금액만 무려 64조2천억원에 달한다. 개인 증시 순매수 금액의 40%에 육박하는 금액이 삼성전자에 쏠린 것이다.
개인은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를 각각 5조8천억원어치 순매수했고 현대차(5조7천억원), 현대모비스(4조원), SK하이닉스(3조9천억원), LG전자(2조2천억원), 한국전력(2조1천억원) 등도 2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의 코로나19 이후 증가 폭은 더욱 크다.
2020년 초부터 지난 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예탁원을 통해 해외주식을 순매수 결제한 금액은 522억3천만달러다.
각 연도 말 환율(올해는 6일 기준)로 환산하면 한화로 약 61조원 규모다.
해외 주식 순매수 1위 종목은 테슬라로 개미들은 이 기간 테슬라 주식 72억2천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애플(32억달러), 알파벳(16억5천만달러)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증시 활황에 작년까지 주식 투자로 재미를 보던 개인 투자자들 상당수가 올해 들어서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필두로 한 글로벌 긴축 움직임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까지 더해지며 주요국 증시는 연초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동학개미,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해온 대형 성장주들의 낙폭이 더 크다. 금리 상승은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여 성장주에 더 큰 타격을 준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서학개미 보유 1위 종목인 테슬라(139억5천만달러) 주가는 연초 이후 24.3% 떨어졌다.
서학개미 순매수 보유 2위 종목인 애플(49억달러)은 이 기간 13% 떨어졌고, 엔비디아(26억달러·3위)와 알파벳(23억달러·4위)은 각각 40%, 21% 하락했다. 아마존(13억달러·8위) 주가도 35% 급락했다.
서학개미들은 또 미국 증시 상승장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도 대거 담아 들여 최근 미국 증시 주요 지수 하락으로 만만찮은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 ETF는 서학개미가 16억5천만달러(6위)어치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다.
이 ETF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등락률을 3배로 따라가는 상품으로 연초 이후 가격이 83달러에서 32달러로 61% 폭락했다.
나스닥100 지수를 1배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13억달러 보유·7위)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트러스트`(11억2천만달러·9위)도 각각 24%, 16% 떨어졌다.
국내 증시에서도 연초 이후 삼성전자가 16% 하락했고 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24%, 26% 떨어지는 등 개인 투자자 증시 순매수 상위 종목이 줄줄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예·적금 잔액이 증가하는 등 일부 안전자산으로 자금 이동도 관찰되고 있으나 `돈줄 죄기`에도 개인의 주식투자 열기는 크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도 국내 증시에서 25조3천억원어치, 해외 증시에서 13조5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긴축 전환 기조 속 글로벌 증시가 반등세로 돌아서기보다는 당분간 큰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하락의 원인은 유동성 위축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약화"라며 "특히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 이외에 대안이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TINA)는 논리를 유지했던 주식 강세론자들도 낙관론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S&P500의 연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성장률 전망이 꾸준하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익 전망이 차례로 낮아지는 건 비교적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위축기를 지나고 연준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현금 비중을 높이는 전략 외에는 성과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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