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 사기 보단 구조적 결함 문제"
부활한 합수단, '루나 폭락' 1호 사건 수사
테라·루나 사태를 폰지(Ponzi, 다단계 투자 사기) 사기 혐의는 적용 가능하지만 유사수신행위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은`이라는 세미나에 참석해 "테라·루나 사태를 사기로 볼 것인지에 대해 쟁점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이를 투자 대상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지급하고 이와 같은 방식을 반복해서 시행하는 피라미드 투자 사기의 한 형태를 말한다.
장 변호사는 "대표적으로 테라와 루나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작동 가능한지를 살펴야 한다"며 "테라와 루나, 이중 토큰 시스템을 통한 고정된 가치 유지가 애초부터 실현 가능한 것이었는지, 실현 불가능성을 기초로 루나파운데이션가드를 통한 비트코인 지급담보 조치가 나온 것이 아닌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제가 해소되었지 관계없이 위험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사전 고지를 했는지, 고수익을 보장하는 앵커프로토콜이 제대로 작동하지 등도 논점"이라며 "이러한 부분을 살펴보면 (루나 사태가) 폰지 사기라는 것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 가상자산, 금전 아냐…유사수신 적용 쉽지 않다
다만, 정 변호사는 "테라·루나 사태가 폰지 사기라면 `손실 보전 등의 금지`, `사행적 판매원 확장 행위 등의 금지` 등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정황상 다단계 판매 조직을 통해 루나 코인을 판매 권유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아 방문판매업 위반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적용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금전을 받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금전이 아닌 것을 받았다면 유사수신 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자산이 금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원금, 이자 보장을 약속을 해도 관련 법 위반이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금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다루고 있는 법령이 없다"며 "가상자산이 금전이 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이 통화에 해당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 사기 보단 구조적 결함 주목…"다오로 옳은 결정? 글쎄"
사기보단 구조적 결함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전인태 카톨릭대 수학과 교수는 "총 예치금, 총 대여금, 이자 지급을 위한 리저브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리저브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도 공개했다"며 "기망의 의도가 있었다면 이런 정보를 공개할까 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블록체인 시스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다오(탈중앙화 자율 조직, DAO)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구성원들은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해도 본인이 받는 20% 이자를 줄이는데 찬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오가 물리적인 건물, 법인이나 대표자 없이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과 투표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개인과 생태계 이익이 상반될 때 옳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 "법 제정, 너무 늦었다…규제·육성 구분 필요"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라·루나 사태는 총체적 부실이 이유"라며 "관련 법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인 구조로 입법하도록 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가상자산 공시시스템을 업계에 맡길지, 아니면 당국이 운영할지 등을 비롯해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과 제재 수준, 사업자 진입 요건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지금 입법된 법들은) 자본시장과 유사한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자본시장 관련 대응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라며 "입법과 진흥이 분리돼 (법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가상자산이) 제도권 밖에서 커버린 상태에서 뒤늦게 관리하려 하니 쉽지 않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시일이 걸릴 수 있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국회 통과가 필요 없는 시행령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 과장은 "(가상자산 관련해) 범정부적으로 협조, 대응하고 입법 보완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 과장은 "(루나가) 한국인이 만든 코인이지만 국제적인 코인"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상자산 관련 행정 명령 등 해외 규제 동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검토하고 정합성에 맞는 규제를 마련하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부활한 검찰의 금융증권범죄 합수단은 루나 폭락 사건를 1호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 거래소 26곳, 관련 업자 8곳 등 34곳을 전수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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