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원 외교 실적을 채우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외국계 자원개발기업 한 곳에 인도네시아 크룽마네 탐사 사업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하고 세부 조건을 협상 중이다.
크룽마네 탐사 사업은 인도네시아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해상광구를 개발해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프로젝트다.
가스공사는 지난 2007년 이탈리아 에니(ENI)로부터 지분 15%를 사들여 탐사에 참여, 천연가스를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탐사정 2공을 시추한 결과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매장량 추정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부실 논란에 시달려 왔다.
크룽마네 사업을 포함한 각종 해외 투자 실패로 불어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던 가스공사는 지난 2019년 말 이사회를 열고 크룽마네 사업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당초 인도네시아 화학 기업에 지분을 넘기기로 했지만 현지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아 불발됐다. 이후 2년 여가 지난 현재 다른 매수 의향자를 확보하고 매각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문제는 가지고 있을 때도 손실만 난 사업을 팔아봤자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크룽마네 사업 지분 매각으로 건질 수 있는 금액은 35만달러(약 4억4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사업비가 4,798만달러(약 60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600억원을 날리는 셈이다.
수백억원을 들였지만 결과물이 없었던 탓에 손실이 누적되면서 투자비를 회수하기는커녕 부지나 시설물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장부가액 상으로는 이미 0원짜리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의사 결정 과정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성공률이 낮은 탐사 사업 특성상 경제성 평가가 중요한데, 사업주관부서와 연구부서 간 협업은커녕 의사결정권자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제대로된 평가와 접근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크룽마네 광구에서 225만톤의 천연가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런 식으로 가스공사가 해외 투자 사업에서 입은 자산손상만 최근 6년 간 4조원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유가가 오르면서 뒤늦게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장들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이런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최근 중요해지고 있는 자원 안보를 염두에 두고 보유 자산 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자산 재평가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4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글로벌 가스기업 수준(280%)까지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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