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관련 생태계가 함께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거래소, 금융기관, 설계·발행사 등 암호화폐 관련 기업·플랫폼들이 최근 2년간 암호화폐 가격 오름세와 함께 전례 없던 부흥기를 누렸지만,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맥없이 고꾸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암호화폐 관련기업의 대표적인 예로 `테라폼랩스`를 지목하면서 매우 위험성이 큰 금융공학 모델을 앞세웠다고 지적했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테라폼랩스는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가상화폐 금융기관을 자처하는 `셀시어스`의 인출 중단도 업계에 충격을 줬다고 NYT는 보도했다.
셀시어스는 가상화폐를 예금할 경우 18%대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170만명의 예금자를 끌어모았으나 갑작스럽게 인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전체 가상화폐 시장의 신뢰에 균열을 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전체 직원의 18%인 1천100명을 잘라내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줄었고, 최근 주가는 작년 상장 당시와 비교했을 때 거의 4분의 1수준이다.
또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나이도 "암호화폐의 겨울이 찾아왔다"며 직원 10% 감축 계획을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 출신인 리 레이너스 듀크대 로스쿨 교수는 "이제 (암호화폐 업계의) 음악이 꺼져버렸다"며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나 관련 플랫폼 상당수가 얼마나 위험하고 지속불가능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붕괴` 수준인 업계 상황이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을 방불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투자자들은 이제 막 보급되던 인터넷의 가능성만 믿고 닷컴회사에 뭉칫돈을 던졌으나 살아남은 회사는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업계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최근 가격 폭락으로 암호화폐의 `탈중앙화` 성격이 희석됐다는 지적도 있다.
암호화폐는 그동안 제도권 화폐의 인플레이션에서 회피할 수 있는 헤지 수단으로도 주목받았다. 중앙은행들은 화폐를 계속 찍어내 기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반해 암호화폐,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은 발행 수가 정해져 있어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실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고,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도 가속하는 상황에 암호화폐 역시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역시 전체 시장과 `동기화`해 굴러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NYT는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