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잉여 영양분을 세포 안에 축적해 살이 찌게 하는 `백색 지방세포`를 영양분을 태워 없애는 `갈색 지방세포`로 바꾸는 방법을 찾아냈다.
2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과 고명곤 교수팀과 전북대 안정은 교수팀이 공동으로 TET(Ten-eleven translocation) 단백질을 억제하면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화 되고, 기존 갈색 지방세포는 더 활성화돼 열량 소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방조직에서 TET 단백질 발현이 억제된 생쥐는 고지방식을 먹여도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지 않고, 체중 증가가 억제됐다.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 지방간 등 대사질환 관련 지표도 모두 좋아졌다.
연구팀은 비만 생쥐의 지방조직에서 TET 단백질이 과다하게 발현돼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실험을 진행했다.
TET 단백질이 결손나면 베타3 아드레날린 수용체 발현이 증가하고 활성화되는데, 이 수용체는 뇌에서 내려온 신호를 전달해 지방세포가 영양분을 태워 열을 내도록 매개하는 물질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TET 단백질의 구체적 역할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TET 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효소와 직접 결합해 이 효소를 베타3 아드레날린 수용체 유전자 영역까지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연구를 주도한 고명곤 교수는 "TET 단백질의 작용 원리를 이용해 신체 에너지 소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만·대사질환 등의 치료 전략을 제시한 발견"이라며 "뇌 신경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소화 흡수를 방해하는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 개발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TET 단백질 발현과 활성을 조절해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연구팀은 DNA 메틸화를 조절하는 TET 단백질이 히스톤 단백질 탈아세틸화에도 관여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혔다. DNA 메틸화나 히스톤 단백질 탈아세틸화는 타고난 유전자인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후성유전학적 현상이다.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23일(현지 시각) 자로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UNIST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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