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란 물감통에 빠졌다 나온듯한 `블루맨`이 무대를 휘젓는다. PVC 파이프를 신나게 두드리는가 하면, 형형색색의 물감을 튀기고,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오간다.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지만 흥이 넘친다. 웃고 즐기다보면 어느새 90분의 공연이 끝나있다.
푸른색으로 뒤덮인 `블루맨 그룹`이 14년 만에 내한했다. 비언어극 역사상 가장 성공한 쇼로 꼽히는 블루맨 그룹은 현재까지 전 세계 25개국, 3500만 관객들을 만나왔다. 한국엔 2008년 첫 방문 이후 두 번째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 중인 이들은 역동적인 행위예술로 코로나 기간 동안 쌓였던 답답함을 날려버린다.
공연은 대사 없이 음악과 동작, 색깔 등 비언어적 수단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언어에 갇히지 않는 만큼 어린아이부터 외국인까지 나이, 성별, 국적을 떠나 모두가 즐길 수 있다. 실제 공연장에는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과 연인, 친구 등 관객층이 다양했다.
블루맨 그룹은 관객을 `네 번째 블루맨`으로 여긴다. 관객의 반응과 참여가 공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공연 내내 블루맨들이 객석으로 내려오고, 관객을 무대로 초대한다. 무대에 오른 관객들은 블루맨들과 상황에 따라 즉흥 퍼포먼스를 벌이는데, 현장감 넘치는 상황에 객석도 폭소한다.
네 번째 블루맨이 된 관객의 에너지로 공연은 한층 더 특별해지기도 한다. 매번 다른 관객들로 꾸려지는 공연은 즉흥 퍼포먼스 덕에 매회 다른 공연이 되기 때문이다. 나만 본 `특별한 블루맨` 공연이 되는 셈이다.
공연 후반부에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등 누구나 아는 음악들로 시작해 비트감 넘치는 연주로 고조되면서 록 콘서트 현장으로 만들어버린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무대 전광판에 나오는 동작을 따라하며 손을 흔들고 박수치며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된다.
코로나19 속 공연장에선 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그 답답한 순간들을 날려버리겠다는 듯 시원한 함성도 터져나온다. 피날레 또한 건드리면 연기로 변하는 비눗방울과 축포까지 더해지면서 공연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껏 웃고 환호하며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블루맨들 또한 "그저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공연장에 오셨으면 좋겠다”며 “공연 중간중간 소리치고 박수치면서 소란스럽게 공연을 즐겨 달라”고 말했다.
쇼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을 위해 무대와 가장 가까운 ‘스플래시 존’도 마련됐다. 물감과 물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이 구역 관객들에겐 우비가 제공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8월7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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